벤투 감독 리더십 ‘유감’…박항서ㆍ히딩크 벤치마킹을

[아시아엔=김현원 뉴패러다이머, 연세대 의대교수] 아시안컵 바레인 경기를 보다가 중간에 끄고 잤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의 경기를 더 이상 보기 힘들었다. 컨디션이 떨어져 몸이 무거운 손흥민을 비롯해 부상병동이라고 할 수 있는 축구팀이 악전고투하는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보니 연장전까지 가서 간신히 2:1로 승리한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러시아 월드컵 16강에서 탈락한 신태용 호를 아주 대단하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러시아 월드컵 준결승을 나는 독일에서 보았다. 식당에서 저쪽 테이블의 독일 사람이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생각하는지 쯔바이 닐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독일어로 2:0 이다) 그 친구가 떠나면서 코레아 소카 넘버원이라고 한다. (한국 축구 최고…….) 기분이 매우 좋았다.

월드컵에서 스웨덴에게 수비에 치중하다 페널티킥으로 0:1로 아깝게 지고, 멕시코에 2:1로 져서 신태용 감독이 비난을 받고 있을 때다. (나는 두 경기가 우리가 운이 없었을 뿐 절대 우리가 잘못 한 경기가 아니었음을 월드컵 칼럼에서 지적한 바 있다. http://kor.theasian.asia 에서 김현원 월드컵 검색.) 원래 신태용은 끝까지 용맹스럽게 싸우는 성격이다. 2014년 AFC U-23 대회 일본과의 결승에서 2:0으로 이기는데도 계속 공격하다 역공을 당해 3:2로 진 경험도 있을 정도이다. 막상 월드컵에서 스웨덴에서 한번 수비에 치중하는 전술을 썼으나 논란의 페널티킥 판정으로 실패하였다. 멕시코와의 경기도 심판이 제대로 멕시코의 반칙만 지적했다면 우리가 질 이유가 없는 경기였다. 신태용 감독은 두 경기에서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비난받는 장현수를 불러 “너나 나나 이번에도 잘못하면 죽는다…”하면서 마지막으로 죽을 각오로 최선을 다 하자고 다짐과 격려로 출전시켰다. 마지막 경기에서 대한민국은 사자와 같이 용맹하게 죽을 힘을 다해 싸워서 당시 FIFA 랭킹 세계 1위 독일을 2:0으로 격파했다. 장현수와 신태용 모두에게 해원의 경기였다.

독일과의 승리에도 러시아 월드컵에서 신태용 호가 16강에 아깝게 탈락한 후 비난을 받고 있을 때, 포르투칼의 벤투는 축구협회가 세상을 뒤져서 발탁한 감독이다. 그 당시 대한민국은 무조건 축구감독을 바꾸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사실 당시 히딩크가 한국의 감독을 맡고 싶다고 했다지만 축구협회는 일고의 고려도 하지 않았다. 히딩크 말고는 벤투 외에 다른 선택도 없었다. 하지만 벤투는 객관적으로 유럽에서는 괜찮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중국에서는 성공하지 못했다. 나에게 벤투에게서 일말의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번 아시안컵을 보고 그 불안감이 맞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축구전술에서 유럽의 치열한 선진 축구에서 벤투는 성과를 보였으나 중국에서 실패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나는 대한민국 K리그에서도 벤투는 실패할 것으로 본다. 그가 패러다임에 고착되어 있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선수에 대한 사랑과 장기적인 안목이 없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아시안컵에서는 당연히 유럽의 치열한 피지컬과 빠른 공수전환과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공격이 막히면 좌우 센터링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김신욱과 같은 장신 공격수(196cm)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김신욱은 월드컵에서 피지컬이 좋은 유럽선수와의 대결에서는 큰 위력을 발휘하지는 못하나 K리그와 아시아에서는 매우 위력적인 선수임에 틀림없다. 아시안컵에서 공격이 막히면서 한국팀이 센터링을 남발했지만 막상 대한민국 공격수 머리로 향하지는 못했다. 다른 경기는 몰라도 이번 아시안컵에서는 김신욱이 아쉬웠다.

지난번 칼럼에서 선수들을 사랑으로 대하면서 자신감을 일깨워 준 박항서 감독의 리더십을 언급한 바 있다. 벤투의 용병술은 그 반대이다. 손흥민은 독일 분데스리가와 세계적으로 가장 치열한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검증된 세계적 선수이다. 손흥민이 영국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경기를 마치고 비행기를 타고 온 그 다음날 중국과의 경기에 손흥민을 출전시켰다. 그 경기에서 물론 손흥민은 큰 활약해서 패널티킥을 얻었고, 2번째 골을 어시스트했다. 문제는 후반 초반 2번째 골이 들어간 후에도 후반 마지막 순간까지 손흥민을 빼지 않았다. 이건 도대체 상식 이하이다. 이겨도 져도 큰 차이가 없는 경기에서 눈앞의 승리에만 어두워서 그 다음 경기는 전혀 대비하지 않겠다는 얘기이다. 아니라 다를까, 그 다음 바레인과의 16강전 경기에서 손흥민의 움직임은 최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투는 연장까지 손흥민을 출전시켰다. 간신히 그 경기를 이기고 8강전에서 다시 선발로 나온 손흥민은 몸이 무거웠고 제대로 슛도 날리지 못했다. 어떻게 손흥민을 비난할 수 있는가? 그건 당연한 일이다.

손흥민 외에도 대한민국은 부상병동이었다. 선수들이 지치고 힘들 때 벤투에게 교체선수는 구자철과 지동원 밖에 없었다. 유럽에서 그들을 어떻게 보고 평가했는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이 기여한 바는 전혀 없었다. 가끔 벤치에서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던 이승우가 투입될 때 팀이 활력이 넘치게 변한다고 느끼는게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박항서라면 어떻게 했을까? 이겨도 져도 그만인 중국과의 경기에서 힘들고 지친 손흥민을 거의 풀타임으로 출전시켰을까? 벤투가 사랑이 없고, 장기적인 안목이 전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뛰어난 선수이지만 가장 컨디션이 좋을 때와 지쳐서 몸이 무거운 상태는 천지차임을 왜 모르는가? 이러한 상식을 무시하는 벤투호가 절대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전술훈련이 축구의 전부라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벤투는 대한민국 축구팀 감독으로 자격이 없다. 히딩크가 2002 월드컵에서 이탈리아에 지고 있을 때 후반 무려 3명의 수비수를 모두 공격수로 교체 투입했다. (히딩크는 이런 상황도 언제든지 가능하도록 공격수에게도 멀티플레이 훈련을 하였다) 박지성과 이영표 같은 공격형 미드필더 포함해서 안정환, 설기현, 유상철, 교체되어 들어간 이천수, 차두리, 황선홍 모두 8명의 공격수이다. 이게 가능한 전술인가? 나는 전율이 돋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히딩크는 언제든지 패러다임을 넘어설 수 있었던 사람이었고, 사랑이라는 기본적인 리더십을 갖고 있었다. 박항서 감독도 지난번 컬럼에서 밝혔듯이 기존의 패러다임을 벗어나 문제점을 진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사랑으로 팀을 화합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생각한다는 점에서 히딩크와 같다.

벤투는 이번 아시안컵에서 전 경기를 똑 같은 전술(4-2-3-1, 수배형태로는 포백)로 싸웠다. 첫 번 경기부터 잘 풀리지 않았는데 전 경기를 똑 같은 전술과 포메이션 그리고 포메이션을 담당하는 선수도 똑 같았다. 상대팀에게 수비공식을 준 셈이다. 전술로도 창의력 없는 벤투는 이미 실패했다고 본다. 히딩크는 자서전에서 왜 한국축구가 포메이션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고 썼다. 현대축구는 선수에게 창의적 능력을 요구한다. 그런 면에서도 포메이션에 집착하는 벤투는 한참 멀었다.

카타르와의 경기는 별 기대하지 않았다. 이겨봤자 부상 병동에서 지친 선수만 지치고, 악순환은 계속 되고, 선수들의 부상 위험만 높아지고….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아시안컵 우승에 대한민국 축구의 목숨을 걸 것인가? 다행히 카타르 경기에서 지는 바람에 대한민국 축구팀은 벼랑 끝에서 내려오게 되었다. 손흥민은 안전하게 소속 팀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고, 부상병동 대한민국 팀의 다른 선수들도 휴식을 취하게 되었다.

월드컵 최종 예선은 아시아 팀 들 간의 대결이다. 월드컵에 진출하더라도 본선에서 유럽의 2팀을 대할 뿐이다. 유럽 팀들과의 대결에 특화되어 자신의 패러다임을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며, 사랑이 부족해서 팀의 화합과 선수들의 자신감을 무시하고, 눈앞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 장기적인 안목이 없는 벤투는 대한민국 축구팀의 감독으로 적격이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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