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최준·이광연 ‘썬파워’···‘정갈량’ 감독 U20 우승컵을”

에콰도르 전에서 골을 성공시키고 환호하는 최준.

[아시아엔=김현원 연세대 의대 교수] 내가 스포츠 경기를 즐겨보는 이유는 극적이기 때문이다. 스포츠에서는 기록이 뛰어난 선수가 항상 이기는 것은 아니다.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야구나 농구에서도 의외의 승부가 나오지만 단판승부가 아니라 5전3승이나 7전4승으로 승부를 가리기 때문에 결국은 실력이 있는 팀이 우승할 확률이 높아진다. 전후반 90분을 쉬지 않고 계속 뛰며 단판으로 승부하는 축구는 항상 극적인 승부들이 많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공이 둥글다는 표현이 실감난다.

U-20 월드컵에서 우리의 청소년들이 1983년 대회 4강 이후 36년 만에 세네갈과 다시 보기 힘든 명승부 끝에 극적인 승리를 거두더니, 오늘 6월12일 새벽 준결승전에서 에콰도르마저 1대0으로 이기고 결승전에 진출했다.

항상 전반은 수비에 치중하던 전략을 구사하던 정정용 감독은 이번에는 전반부터 맞불을 놓았다. 예선 포르투갈과의 첫 경기만 해도 이강인을 제외하고는 움직임이 활발하지 않았다. 우승후보 포르투갈에게 0대1, 작은 점수차로 패한 것에 만족했었다. 하지만 경기를 거듭하면서 우리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는 모습이 보였다. 세네갈과 준결승전도 전반 수비에 치중하며 후반에 집중하는 우리의 경기력을 볼 때 3골을 서로 주고받는 명승부가 될 줄은 예상 못했다. 그만큼 우리 팀은 경기가 진행되면서 경기력이 상승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준결승에서 대한민국 팀은 완전히 다른 팀이었다. 이강인 외에도 모든 선수들이 남미팀 에콰도르에 전혀 뒤지지 않는 개인기를 보였다. 오세훈과 이강인을 앞에 세우고 전반부터 점유율도 전혀 뒤지지 않은 채 경기가 진행되었다. 오히려 우리 팀이 더 많은 찬스를 맞이하며 경기를 주도했다.

전반 39분 프리킥에서 이강인은 상대수비를 우리 공격진에 말로 지시하는 표정을 지으며 속인 후, 왼쪽으로 달려가는 최준에게 길게 패스했다. 이 패스는 질풍같이 달려들던 최준이 바로 감아차면서 슈팅할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하게 연결되었다. 최준도 기회를 놓치지 않고 멋지게 슛을 성공시켰다. 모두가 놀랐고 방송 카메라도 미처 슈팅 순간을 따라가지 못했다. 마치 챔피언스 리그 4강전에서 리버풀이 코너킥을 다른 선수에게 양보하는 듯 하다가 갑자기 차서, 우왕좌왕하는 바르셀로나 수비수들 안에서 눈을 반짝이고 기다리던 오리기가 쉽게 결승골을 넣은 장면을 연상케 하는 순간이었다.

후반에 에콰도르 공격에 대한민국은 수비에 치중하되 카운터 공격은 날카로웠다. 후반에 한국의 찬스들도 많았기 때문에 결코 밀리는 모습으로 보이지 않았다. 정정용 감독은 후반 중반에 결정적 패스의 주인공 이강인을 오히려 벤치로 불러들였다. 당장의 승부에 목을 매며, 평가전에서마저 손흥민을 풀타임 뛰게 하는 벤투 감독과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후반 41분 교체되어 들어온 엄원상이 오세훈의 패스를 받아서 오른쪽을 수비수와 경합하면서도 질주하며 드디어 추가골을 넣었지만, 오세훈의 패스가 VAR결과 오프사이드로 판명되었다.

드디어 90분 정식 시간이 지나갔다. 그러나 축구공은 둥글었다. 추가시간 주어진 4분에도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추가시간 3분 째 드디어 대한민국 팀이 문전혼전에서 실점했으나 이것은 명백한 오프사이드를 선심이 지적하지 않은 것으로 VAR로 판명되었다. 이제 마지막 종료직전 에콰도르의 거의 골과 다름없는 슛을 이광연이 수퍼세이브로 막아내었다. 드디어 대한민국이 결승에 진출하게 되었다.

현대축구는 지난 월드컵에서도 드러났지만 점유율의 축구가 아니다. 16강 한일전에서 전반 일본의 점유율이 대한민국에 8대2로 앞섰다. 하지만 전반전이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점유율은 높았지만 일본에게 위협적인 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탄탄한 수비와 맞서면 높은 점유율은 체력을 소모할 뿐이다.

점유율이 높은 팀이 승리하지 않는 구도에서는 스트라이커와 골키퍼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193cm의 장신 오세훈의 기량이 단지 헤딩 뿐 아니라 발로 언제든지 결정적 한방을 날릴 수 있는 스트라이커로 발전했다. 하지만 오세훈 말고 조영욱, 최준, 이지솔, 안원상, 모든 선수가 한방을 날릴 수 있는 고른 기량을 선보였다. 2002년 월드컵에서 히딩크는 공격수와 수비수에게 멀티플레이어의 역할을 요구했다.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후반 마지막 순간 한국의 공격수가 무려 8명이 투입되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나이 어린 이강인의 활약은 놀랍다. 뛰어난 개인기와 함께 패스하는 능력은 마치 베켄바우어, 베컴, 어떤 경우는 지단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더구나 골키퍼 이광연의 활약은 놀랍다. 수퍼세이브를 밥먹듯 하면서 담력도 커서 페널티킥 승부에도 전혀 주눅들지 않을 정도로 믿음직하다.

6월16일 일요일 새벽 강력한 우승후보 이탈리아를 이기고 올라온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에서도 우리 젊은이들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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