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이지솔·오세훈·조영욱, 36년만의 U-20월드컵 4강···VAR은 대한민국편이었다
[아시아엔=김현원 연세대의대 교수] 축구는 가장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경기다. 전·후반 90분을 쉬지 않고 뛰는 힘든 경기이기 때문에 야구같이 여유 있게 7전4승의 승부를 하지 않고 단판으로 승부를 가린다. 그래서 극적인 결과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번 FIFA가 주재하는 U-20월드컵(20세 이하 출전대회)에 출전한 대한민국 축구팀이 극적인 승부 끝에 강력한 우승후보 세네갈을 물리치고 4강에 진출하였다. 대한민국 축구가 U-20 월드컵 4강에 오른 것은 1983년 이후 36년 만이다.
1983년 당시 대한민국 축구는 월드컵에 한번 진출하는 것이 꿈인 변방의 팀이었다. 멕시코에서 열린 대회에서 원래는 지역예선 탈락이었으나 본선에 진출한 북한이 제재를 받아 대신 출전하게 되었다. 박종환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은 예선에서 신연호와 김종부 활약으로 극적인 역전승들을 기록하며 예선을 통과하였다.
8강전에서 신연호가 2골을 넣는 활약으로 우루과이에 2대1로 승리하고 4강에 진출했다. 이 때 붉은 유니폼을 입은 대한민국팀의 활약을 외신이 ‘붉은악령’(Red Furies)으로 표현했는데 이것이 대한민국 축구응원단 ‘붉은악마’ 이름으로 이어졌다.
이번 폴란드대회에서 대한민국은 우승후보 포르투갈, 아르헨티나와 함께 죽음의 조에 속했기 때문에 예선통과가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첫 경기 포르투갈에는 졌지만 남아공과 16강 진출이 확정된 아르헨티나와의 마지막 경기에 승리하면서 16강에 올랐다. 일본과의 16강전도 전반 점유율 8대2의 압도적 열세였으나, 정정용 감독은 후반에 승부를 걸었고, 오세훈의 극적인 헤딩골로 8강에 진출했다.
9일 새벽 열린 8강전은 그야말로 드라마였다. 우승후보 세네갈은 분명 강팀이었다. 계속 골문을 두드리던 세네갈은 전반 36분 선취골을 넣었다. 하지만 일본전과 같이 대한민국은 후반에 승부를 걸었다. 후반 12분 한국의 공격이 무위로 끝난 순간 주심이 VAR(Video Assistant Referee)을 선언했다. 리플레이 결과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이지솔을 강하게 미는 세네갈의 반칙이 드러났고, 이강인의 페널티킥 득점으로 이어졌다. VAR이 없었다면 있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VAR은 대한민국편만은 아니었다. 후반 26분 우리 수비진의 핸들링이 VAR에 의해서 드러났다. 페널티킥을 골키퍼 이광연이 막았으나 VAR 결과 페널티킥 전에 이광연의 두발이 골라인을 벗어난 것이 드러나 세네갈이 다시 페널티킥을 차게 되었다. 이광연이 방향을 잡았으나 손끝을 스치며 이번에는 실점했다.
주고받는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후반 40분 세네갈의 추가골이 이어졌다. 모두 좌절하는 순간 주심은 VAR을 선언했고, 세네갈의 핸드볼이 드러나 골은 취소되었다. 대한민국은 한숨을 돌리게 되었다.
VAR이 4번이나 진행되면서 후반 추가시간이 9분이나 주어졌다. 8분이 지나고 추가시간이 다 지나갈 무렵 대한민국이 코너킥을 얻었다. 키커 이강인이 코너플랙 깃대를 잡고 잠깐 기도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정말 기적이 일어났다. 이강인의 코너킥이 이지솔의 헤딩으로 이어지면서 극적인 동점골이 만들어진 것이다.
만약 모든 VAR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이 1대2로 졌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연장 전반 이강인의 기가 막힌 패스가 수비진을 뚫고 침투하는 조영욱으로 연결되었고 역전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연장후반 대한민국의 승리가 확정되기 10초 전 세네갈의 동점골이 터졌다. 대한민국으로서는 천국과 지옥이 반복된 셈이다.
이제 승부킥으로 가려지게 됐다. 대한민국 키커 2명이 연이어 실축했다. 거의 비관적인 순간이다. 하지만 이어진 세네갈의 2번째 키커도 공중볼을 날렸다. 3번째 키커는 양팀 모두 성공했다. 대한민국이 4번째 승부킥을 성공했으나 세네갈의 4번째 킥은 이광연의 선방에 걸렸다. 이제 양팀 2대2 상황에서 마지막 키커 오세훈이 오른쪽 구석으로 찬 킥이 세네갈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절망의 순간 주심은 세네갈 골키퍼의 발이 움직인 것을 지적했다. 오세훈이 다시 승수킥을 차는 순간 이번에도 오른쪽을 향할까 반대쪽을 향할까 시청하는 필자의 머리도 복잡할 지경인데 오세훈은 어떤 선택을 할까? 하지만 오세훈의 킥은 정면을 향했고 골키퍼는 왼쪽으로 몸을 날렸다. 드디어 대한민국의 극적인 승리가 확정되었다.
페널티킥을 유발하고 후반 막판 극적인 헤딩 동점골 주인공 이지솔, 수비 사이를 뚫고 극적인 패스를 보낸 막내 이강인과 골로 연결시킨 조영욱, 일본전 결승골의 주인공이자 마지막 페널티킥을 실축했다 다시 강하게 가운데로 차서 우승을 확정시킨 오세훈···. 그리고 최선을 다한 대한민국 선수들 모두 영웅이다. 전반보다 후반에 집중하는 정정용 감독의 전술도 성공적인 것 같다. 더구나 대한민국은 갈수록 경기력이 살아나고 있다. 이제 4강을 넘어서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더 큰 희망의 메시지를 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