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원의 재밌는 월드컵 19] 크로아티아의 기적…뉴패러다임의 시대 ‘눈앞에’
[아시아엔=김현원 연세대의대 교수]?프랑스와 벨기에와의 준결승 경기는 프랑스의?1:0?승리로 끝났다.?이 경기 역시 러시아 월드컵의 공식이라고 할 수 있는 점유율 높았던 팀의. 패배로 끝났다.?더구나 프랑스의 골키퍼 위고 요리스는 기가 막힌 수퍼세이브로 벨기에가 꼭 넣었어야 하는 골을 막아서,?프랑스를 결승으로 진출시켰다.?골키퍼의 수퍼세이브 역시 이번 월드컵 대회의 승리의 공식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와 벨기에의 경기는 독일 테슬라학회에서 나의 발표가 끝나고 모여서 뒷풀이를 하는 그 시간에 열렸다.?비록 독일 팀은 탈락했지만 그래도 월드컵 준결승인데…?빨리 식사를 끝내고 축구를 보러 갈 줄 알았다.?하지만 속으로라도 안달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았다.?대놓고 내색하기도 힘들고 시차적응이 덜 되어 피곤하다고 도망가서 간신히 후반전 뒷부분만 볼 수 있었다.
여태까지의 모든 월드컵 경기를 돌아볼 때,?예선전에서는 전통적인 강팀의 경우 예선전에서는 잘 못하다가도?16강 토너먼트부터는 실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았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 독일과 이탈리아는 예선탈락의 위기에서 간신히 골득실을 따져서?16강에 진출했다.?그런데 두 팀은 그 이후 괴력을 발휘해서 결승에서 만나고 결국 이탈리아가 우승한다.
이번 대회에서도 벨기에가 실력으로는 충분히 우승할 수 있는 팀이고,?크로아티아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그래도 전통과 징크스가 쉽게 깨지는 것이 아닐 것으로 생각되었다.?프랑스가 먼저 올라갔으니 이번에는 영국 차례이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영국과 크로아티아의 경기를 지켜보았다.?역시 영국이 먼저 한골을 넣었고,?영국은 느긋하게 경기를 지배하고 있었다.?크로아티아는 연속되는 연장전 혈투에 지쳐보였다.?전통적 강팀이 왜 항상 강할까??하는 내용으로 나는 이미 준결승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월드컵 이야기를 머릿속에 정리하고 있었다.?후반 초반을 지켜보다 호텔식당에 도착했다는 독일친구를 만나러 내려갔다.?늦게 식사를 마치고 결과를 보니 승부는?2:1로 크로아티아가 승리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지쳐보였던 크로아티아가 마지막 괴력을 발휘해서 후반에?1:1?동점을 만들고,?연장 후반에 오히려 한골을 더 넣은 것이었다.
내가 강팀이 마지막에 이기는 월드컵의 전통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얘기했더니,?내 독일친구는 그것이 사실이라면 슬픈 일이라고 했다.?나는 뉴패러다임을 추구하는 학자로서 사실은 그 전통이 깨졌으면 좋겠는데 아쉽게도 그 전통은 세상이 변할 때 한꺼번에 같이 바뀌는 것이라는 얘기를 주고받았다.
크로아티아의 승리로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크로아티아는 인구?400만의 동유럽의 소국이다.?크로아티아는 유고슬라비아가 해체된 후 처음 참가한?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괴력을 발휘해 강호들을 연파하고 준결승까지 올랐다.?프랑스와의 준결승에서?1:0으로 이기고 있다가 수비수였던 튀랑의?2개의 골로?2:1로 역전패 당했다.?튀랑은 프랑스의 국가대표로?100경기 넘게 출전했지만 평생 넣은 골은 크로아티아 전에서의?2골이 전부였다.?월드컵의 역사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참 알 수 없는 일이다.?크로아티아는?3·4위전에서도 네덜란드를 이기고?3위를 차지했다.?현재 크로아티아 축구협회 회장으로 있는 당시 스트라이커 다보르 수케르는 총?6골로 득점왕을 차지했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 예선전부터 크로아티아는 아르헨티나를?3:0으로 대파하고?3연승으로 가장 먼저?16강진출을 확정지었다.?이번 대회에서 크로아티아의 돌풍을 기대했었으나, 16강전, 8강전 모두 연장전에 이어 페널티킥 승부로 승리하는 것을 보고,?체력이 소진되어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프랑스가 결승전에 선착하는 것을 보고 이번에도 전통적인 강국들이 승리하는 패러다임이 이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마지막 프랑스와 크로아티아의 결승전이 남았다.?크로아티아의 모드리치는?2골과 어시스트를 기록하면?3번의 경기에서 경기 최우수선수(MOM)로 선정되었다.?마지막 결승전에서도 미드필드를 지휘하는 모드리치와 페널티킥을?6번이나 막아낸 괴력을 보인 수바시치의 활약이 기대된다. 3번이나 연장전을 치루는 혈투 끝에 체력이 많이 소진된 끝에 결승전에 오른 크로아티아가 객관적으로 열세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하지만 축구가 객관적인 실력으로 승부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 러시아 월드컵은 증명하고 있다.
크로아티아는?1998년 준결승에 오른 것만으로 이미 기적을 일으켰었다.?이번에 용맹한 크로아티아는 또 다른 기적을 준비하고 있다.?여러 가지로 불리한 상황에서 크로아티아가 괴력을 발휘해서 이번에는 기적을 완성하기를 바란다.?아무 전통도 없는 약자도 우승할 수 있다는 새로운 전통을 열어주었으면 한다.?그래서 세상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 시달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었으면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