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 노쇼, ‘우리 형’ 호날두가 ‘날강두’로···“짝사랑은 역시 힘들어”
[아시아엔=김현원 연세대 의대 교수] 축구는 개인경기가 아니라 11명이 힘을 합해서 하는 경기이다. 하지만 누군가 더 승리에 기여한다면 그 선수에게 치하할 수밖에 없다. 어떤 선수가 항상 그렇게 기여한다면 그 선수를 적어도 축구의 영역에서는 존경할 수밖에 없다. 축구뿐 아니라 모든 구기경기가 팀플레이이지만 개인의 창조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구기경기에서 천재의 능력이 더 부각되기도 한다. 그래서 축구의 역사에 항상 시대를 초월하는 천재들이 등장했다.
헝가리의 푸스카스, 브라질 펠레, 아르헨티나 마라도나, 네덜란드 크루이프, 프랑스 지단, 독일 뮐러···. 항상 시대를 대표하는 축구천재들이 있었다. 최근에는 시대를 초월하는 축구천재를 한 사람 아닌 두 사람을 언급한다. 바로 아르헨티나의 메시와 포르투갈의 호날두다.
두 사람은 지난 10년간 세계 최고 선수였다. 두 사람은 2008년부터 세계최고의 축구를 의미하는 ‘발롱드르’ 상을 각각 5년씩 나눠 수상했다. 발롱드르는 황금의 공을 뜻하는 프랑스어다. 발롱드르는 매년 전 세계 축구선수 96인을 후보로 선정한 후, 그 중 최고선수를 투표로 뽑는다.
메시는 神界의 인물로 표현된다. 메시의 타고 난 축구 유전자가 그만큼 우월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더구나 메시는 키가 작아서 성장호르몬 치료로 간신히 170cm에 도달했을 정도로 체격도 축구선수로는 부족하다고 하겠다. 반면 포르투갈 출신의 호날두는 타고난 기량도 뛰어나지만 187cm의 신장에 체력도 뛰어나서 폭발적인 드리볼로 질주하며 골을 넣는다.
메시는 타고난 천재로 표현되지만 호날두를 천재라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국에서 호날두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호날두의 한국에서의 별명이 바로 ‘우리 형’이다. 그만큼 타고난 천재인 메시보다 모든 것을 갖춘 노력형 천재 호날두가 한국 팬에게 더 친근했다.
메시가 스페인 리그 우승 외에 특별히 우승경험이 없는 것에 비해서 호날두는 레알마드리드에서 세계최고 권위의 UEFA 챔피언십을 4번 연속 제패하였고(총 5회), 영국 프레미어 리그 3회, 스페인 프레메라리그 2회, 이탈리아 세리아 리그 1회, 유럽축구선수권대회, FIFA클럽 월드컵 4회 등 수 없이 자신의 팀에게 우승트로피를 안겼다.
막상 큰 경기에서 활약하지 못했던 메시와 다른 점이다. 드디어 ‘우리 형’ 호날두가 한국에 왔다. 호날두의 유벤투스와 K리그 대표팀이 상암경기장에서 친선경기를 하게 되었다. 순식간에 6만5천을 수용하는 상암경기장 티켓이 동이 났다.
유벤투스의 경기일정은 많이 무리해 보였다. 중국에서 인터밀란과 친선경기를 마치고, 7월 26일 경기당일 오전 서울에 도착해서 팬사인회가 4시에, 그리고 8시에 상암경기장에서 경기하는 황당한 일정이었다. 설상가상 중국 출발이 기상악화로 늦어져서 서울에 오후에 도착했고, 팬사인회에 호날두는 나타나지도 않았다.
서울에서 교통체증으로 8시로 예정된 경기시간보다 15분 늦게 선수들을 태운 버스가 경기장에 도착했고, 경기는 8시50분에야 시작되었다. 호날두는 경기 전 몸을 풀지도 않았다. 호날두가 오늘은 구색만 맞추려고 하는구나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호날두는 전반 내내 벤치에 앉아 있었다. 전반 종료 직전 세징야가 골을 넣은 후, 다른 2명의 선수와 함께 호날두의 상징인 호우 세리머니 (골을 넣은 후, 그라운드를 박차고 날아서 두 팔을 가슴에 겹쳐 들었다가 착지와 함께 아래로 뻗으며 환호하는 세리머니)를 했을 때도 가볍게 미소지었을 뿐이다. 좀 더 크게 웃어야 하는 것 아닐까? 불안감이 계속 생긴다.
기획사는 호날두가 무조건 45분을 뛰는 조건으로 유벤투스와 계약했다고 한다. 하지만 후반이 시작되었는데도 호날두는 계속 벤치에 앉아 있었다. 10분만이라도 호날두가 경기에 나오겠지 하면서 끝까지 호날두를 연호하던 팬들은 경기 막판 호날두의 차가운 마음을 확인하고 배신감에 오히려 메시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의 24일 경기에서 호날두는 전후반 90분을 모두 뛰었다. 그 다음날 단 하루만 쉬고, 더구나 경기 당일 서울로 출발해서 오후에는 팬사인회를 해야 하고 그날 저녁 경기를 하는 일정은 분명 무리해 보였다. 그래도 단지 우리 형 호날두를 보기 위해서 모인 6만이 넘는 관중을 위해서 잠깐이라도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하지만 호날두는 서울에서 전혀 뛸 생각이 없었다.
중국에서 인터밀란과의 경기에서 풀타임을 뛰고, 상암경기장에서는 전혀 몸을 풀지도 않았다. 호날두의 마음은 이미 인터밀란과의 경기에서 서울에서의 경기로부터 떠나 있었다. 호날두는 유벤투스에게 무리한 경기일정에 대해 항의하고 싶었겠지만 상암경기장에 모여서 호날두를 연호했던 6만5천 관중뿐 아니라 그 경기를 TV로 지켜보면서 ‘우리가 너를 이렇게 사랑한다’ 하고 보여주고 싶었던 대한민국 축구팬을 피해자로 만들었다.
호날두도 자기는 모르겠지만 가장 활발하게 호날두를 사랑했던 대한민국의 축구팬들을 원수로 만들었으니 역시 피해자가 되었다.
그날 축구 경기 자체는 훌륭했다. 3대3의 스코어와 경기내용도 훌륭했다. K리그 올스타전을 대신해서 준비한 축제가 옹졸한 마음의 호날두라는 한 사람에 의해서 파국으로 끝났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짝사랑은 힘든 것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