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신’ 마라도나 왜 일찍 세상 떠났나?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축구의 신’이라 불리는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가 심장마비로 11월 26일 사망했다. 지난달 만 60세 생일을 맞았던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 티그레의 자택에서 숨졌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실은 26일부터 3일간을 국가 애도 기간으로 선포했다.
마라도나는 브라질 축구황제로 불리는 펠레(80)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축구선수로 꼽힌다. 펠레는 “위대한 친구를 잃었다. 언젠간 하늘에서 함께 공을 찰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축구선수 메시는 “아르헨티나 국민과 축구계에 매우 슬픈 날이다. 그는 떠나지만 영원하기 때문에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황청 공식 매체 <바티칸뉴스>는 “축구의 시인이 떠났다”고 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주(州) 빈민가에서 태어난 마라도나는 16세 나이에 아르헨티나 최연소 국가대표 데뷔전을 치렀다. 키는 167cm로 작지만 근육질 몸에서 뿜어내는 스피드와 힘을 바탕으로 화려한 드리블, 감각적인 슈팅, 정확한 패스 능력 등 축구선수로서 갖춰야 할 모든 능력을 키워나갔다. 아르헨티나 축구팀의 미드필더로 1986년 월드컵 우승을 조국에 바쳤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대회는 그를 전 세계에 알린 무대였다. 마라도나는 7경기에 출전하여 5골 5도움으로 활약하여 MVP(최우수선수)를 차지하면서 아르헨티나의 역대 두번째 월드컵 우승을 안기며 국민영웅으로 거듭났다. 아르헨티나는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는 준우승했으며, 아직까지 월드컵 트로피를 다시 들어 올리지 못하고 있다.
마라도나는 1984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나폴리로 이적하면서 나폴리를 1986-87시즌에 창단 첫 우승으로 이끌었으며, 1988-89시즌엔 유럽축구연맹(UEFA)컵까지 들어 올렸다. 하지만 마라도나는 1991년 약물검사에서 코카인 양성반응으로 출전 정지 징계를 받고 팀을 떠났다.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도 도핑검사에서 적발돼 대회 도중 퇴출되었다.
‘영원한 캡틴’ ‘영원한 10번’으로 불리는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 보카 주니어스에서 1997년까지 선수생활을 계속한 뒤 은퇴했다. 2008년에는 다큐멘터리 영화 <축구의 신(神): 마라도나>에 출연했다. 지난해부터 아르헨티나 1부 프로팀 힘나시아 라 플라타 감독을 맡은 마라도나는 지난 10월 30일 경기에 앞서 60회 생일축하 이벤트를 선수들로부터 받았지만, 제대로 걷지 못해 부축을 받을 만큼 몸 상태가 나빴다.
이에 마라도나는 11월 2일 부에노스아이레스 주도(州都) 라플라타의 한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마라도나는 경막하 출혈로 인한 경막하혈종(硬膜下血症)이 발견되어 올리보스의 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기로 했다. 이에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전용헬기를 내주겠다고 했으나 마라도나는 정중히 거절하고 앰뷸런스를 타고 병원에 갔다.
신경외과 전문의 레오폴도 루케 박사는 “마라도나는 또렷하게 의식을 갖고 있으며, 수술에 동의했으며 편안하게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마라도나는 11월 3일 저녁 긴급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집도한 주치의 루케 박사는 “지난 시즌 마라도나가 경기 중 벤치가 넘어가면서 쓰러진 적이 있다”면서 “이때 경막하혈종이 생겼을 수 있다”고 말했다. 루케 박사는 연습 때 선수들과 어울려 뛰길 즐기는 마라도나가 축구공으로 머리를 세게 맞았거나 평소 건강을 위해 취미로 즐기는 권투를 하다가 경막하혈종이 생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11월 3일 경막하혈종으로 뇌수술을 받고 11일 퇴원해 통원치료를 받으며 회복 중에 심장마비를 겪었다. 심장발작 발생 직후 구급차가 도착했지만, 마라도나는 이미 숨진 뒤였다. 마라도나는 마약과 알코올 중독 전력이 있고, 심장마비도 두 차례 겪는 등 건강상태가 나빴다. 그는 세번째 심장마비(급성 심근경색증) 고비를 넘지 못하고 사망했다.
급성 심근경색증이란 심장의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갑자기 막혀서 심근에 괴사(壞死, necrosis)가 일어나는 질환이다. 우리나라도 식생활과 생활습관의 서구화로 동맥경화에 의한 심장질환이 사망원인의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심장은 250-300g의 근육주머니로, 분(分)당 약 70회 박동으로 약 5리터, 1년이면 약 3천만 리터의 신선한 피를 온몸으로 내보내는 엄청난 일을 한다.
심장근육은 끊임없이 수축하는 근육이므로 충분한 에너지와 산소를 공급받아야만 하며, 관상동맥이 그 역할을 한다. 혈관이 막힘으로써 산소와 영양 공급이 단절되면 그 부분의 심장 수축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수 분(分) 내지 수십 분 이내에 심장 근육 세포는 죽게 된다. 혈액 공급의 중단은 심근 허혈현상(흉통), 심장의 펌프 기능의 급격한 저하(심부전), 심한 부정맥(不整脈) 등을 초래한다.
심근허혈(虛血) 현상이란 심장에 혈액 공급이 낮아진 상태를 말하며, 심한 흉부 통증과 심장 근육의 기능이 저하된다. 심장의 펌프 기능이 저하되면 혈액공급을 떨어뜨려 급성 저혈압을 일으키는 한편, 폐에 혈액이 축적되는 울혈(鬱血)이 와서 호흡곤란을 초래한다. 또한 심장을 움직이는 전기 계통에 혼란이 와서 맥박수가 심하게 저하되거나 심장 정지 등의 심한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즉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위험하다.
치료는 약물요법, 내과적 시술인 경피적 관동맥 중재술(PCI), 흉부외과적 수술인 관동맥 우회로술(coronary artery bypass graft) 등이 있다. 특별한 합병증이 없는 심근경색증 환자의 대부분은 적절한 치료 후, 발병 수주내에 직장에 복귀할 수 있다. 예방은 동맥경화증 예방과 같다. 이에 동맥경화증의 4대 위험 인자인 흡연, 당뇨병,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 등을 잘 관리하여야 한다.
심근경색증이 발병한 후 재발을 방지하는 이차적 예방은 일차적 예방보다 더욱 철저하게 시행해야 한다. 즉, 흡연은 절대 금하며, 고혈압과 당뇨병의 철저한 관리는 물론이고 혈중 콜레스테롤치(値)를 정상 수치 이하로 낮추어야 한다. 적절한 식이요법을 실천하며, 조깅과 자전거타기, 수영 등 적당한 운동을 규칙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마라도나가 11월 3일에 수술 받은 경막하혈종이란 두부(頭部) 외상 등으로 뇌를 감싸는 경막과 뇌 사이의 혈관이 터져 출혈이 일어나 피가 고이는 혈종이 형성된 것을 말한다. 두개골에는 신축성이 없기 때문에 두개 내에서 출혈이 일어나면 두개내압이 상승한다.
머리에 강한 외부 충격을 받아 발생하는 급성경막하혈종과 달리 만성경막하혈종은 머리에 가벼운 충격을 받은 뒤 시작된 출혈이 2-3주간 이어져 경막과 뇌 사이에 고인 피가 뇌를 압박한다. 그로 인해 두통, 구토, 마비, 언어 장애, 보행 장애, 정신 착란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경막하혈종의 가장 무서운 증상은 잠을 자꾸 자려는 모습을 보이고, 출혈이 계속 지속되어 뇌압(腦壓)이 증가하면 의식장애 및 반신마비와 호흡곤란까지 나타난다.
만성경막하혈종이 고령층에서 발생하면 뇌 위축으로 경막과 뇌 사이에 공간이 넓어져 출혈이 계속되어도 통증이 없어 고인 피가 뇌를 압박하기 전에는 인지하지 못한다. 마라도나의 뇌수술을 맡았던 주치의도 “아마도 가벼운 충격을 받아 만성 뇌경막하출혈이 생긴 것 같다”며 “마라도나 자신은 어떻게 머리를 부딪혔는지 기억해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알코올중독자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머리를 부딪쳐 회상 기억이 없는 경우가 많다. 마라도나는 과거 알코올 중독 전력이 있으며, 심장마비 경력도 있다. 심장마비 경력이 있는 사람은 피를 묽게 하는 항혈소판제(抗血小板劑)를 먹고 있을 가능성이 큰데, 이 상태에서는 가벼운 머리 외상도 출혈로 이어지기 쉽다. 마라도나는 경기 중 벤치가 넘어가면서 쓰러진 적이 있다고 한다.
치료는 검사를 했을 때 출혈량이 적고 환자의 상태가 양호한 경우에는 수술을 하지 않고 환자의 의식상태와 뇌 전산화 단층촬영(brain computed tomography)를 통해 지속적으로 집중 관찰한다. 환자의 의식이 저하되고 뇌 전산화 단층촬영(CT)에서도 다량의 출혈이 확인되면 수술을 바로 진행해야 한다.
뇌압 상승을 막기 위하여 두개골을 열어주기도 하며, 뇌 실질의 손상이 심하고 뇌부종이 심하면 손상된 뇌의 일부를 제거한다. 뇌 손상이 매우 심한 경우에는 뇌 기능이 완전히 정지되어 회복 불능한 상태인 뇌사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외상성 경막하 출혈의 가장 흔한 원인은 교통사고다. 따라서 운전자는 안전운전 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며 음주운전, 졸음운전 등은 절대 삼가야 한다. 고령자는 낙상에 주의하여야 하므로 실내와 밖에서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날씨가 추운 12월과 2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일어나며, 특히 겨울철 빙판길에서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