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낙상①] 오른발 삔 바이든, 골절상 정은경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조 바이든(Joe Biden, 78세)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추수감사절(11월 26일) 연휴 마지막 날인 29일 델라웨어 별장에서 애완견과 놀다가 오른발을 삐어 정형외과 치료를 받았다. 주치의 케빈 오코너는 “당초 X-ray상으론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CT 결과 오른발 설상골(楔狀骨) 측면에 머리카락 굵기의 실금이 발견됐다”며 “몇 주간 워킹부츠(깁스 대용 신발)를 착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12월 2일 취침 중 침대에서 떨어지면서 어깨 부위를 다쳐 충북 청주 한 종합병원에 골절상으로 입원했다. 2-3일 치료가 필요하여 병가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정은경 청장은 국내 최초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지난 1월 20일부터 국내 방역정책을 주도하며 ‘K방역’을 이끌어 왔다는 평을 받았다. <블룸버거통신>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 50인’에 포함됐다.
흔히 ‘삐끗했다’ ‘삐었다’고 하는 염좌(捻挫, Sprain)는 손목과 발목 관절, 또는 허리에 주로 발생하며, 관절을 지지해주는 인대가 외부 충격 등에 의하여 늘어나거나 일부 찢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그리고 흔히 일반인들이 ‘뼈가 부러졌다’라고 말하는 골절(骨折, Fracture)은 강한 외력(外力)이 작용하여 뼈가 부분적으로 또는 완전히 엇나가 뼈의 연속성이 소실된 상태를 말한다. 골절은 정형외과에서 흔히 치료하는 질환 중 하나다.
우리가 전통 한옥 온돌방에서 요를 깔고 이불을 덮고 잘 때는 낙상은 일어날 수가 없다. 그러나 생활이 서구화되고 아파트에서 생활하면서 침대에서 떨어져 낙상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일어나고 있다.
노인의 경우 실외보다 실내에서 낙상을 입는 경우가 많아 노인 10명 중 6명이 집에서 낙상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안 내 노인 낙상이 가장 많은 곳은 침대(47%)였고, 그 뒤로 거실과 욕실(19%), 사다리(8%), 계단(5.9%) 순이다. 노인의 경우 실외보다는 실내생활의 비중이 높아 실내 낙상이 실외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발생한다. 또한 집은 익숙한 공간이다 보니 부주의로 인한 낙상사고가 많다.
노년층은 대부분 뼈가 약해진데다 골다공증(骨多孔症)이 있는 경우가 많아 낙상은 젊은이들에 비해 매우 위험하다. 낙상으로 인하여 골절로 이어질 수 있으며, 특히 엉덩방아를 찧어 대퇴부 골절로 이어지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대한노인재활의학회 자료에 따르면 고관절(股關節, hip joint) 골절을 당한 65세 이상 노인 3명 중 1명은 1년 내에 사망하며, 80세 이상은 절반이 두 달 내 사망했다. 이에 만성질환보다 더 무서운 낙상을 주의해야 한다.
낙상으로 골절이 생기면 움직이기 쉽지 않아 병원 입원 등으로 오래 누워 있으면 근육이 마르고 심폐 기능이 떨어지면서 폐렴 같은 합병증이 발생하기 쉽다. 골절을 겪고 난 뒤 치매가 오는 사례도 있다. 나이가 들수록 한 번 골절이 발생하면 연속적으로 골절을 경험할 위험이 커지고, 건강이 도미노처럼 악화한다.
평생 건강의 동반자인 뼈는 세포와 이들 세포 간에 존재하는 뼈 기질(bone matrix)로 이루어져 있다. 뼈 기질은 대부분 교원섬유(collagen fiber)로 구성된 유기질 성분과 주로 칼슘으로 구성된 무기질 성분으로 이루어진다. 뼈의 생화학적 구성은 세포 성분을 포함해 유기질 35%, 무기질 45%, 수분 20%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뼈 건강관리의 목적은 골감소증과 골다공증을 예방해 골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소리 없는 뼈 도둑’으로 불리는 골다공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2015년 82만1754명에서 2019년 107만9548명으로 최근 5년 새 30% 가까이 늘었다. 골다공증은 여성에서 많이 나타나 2019년 여성 환자가 남성 환자보다 15배 많았다.
골다공증은 그 자체로 증상은 거의 없어 발견하기 어렵다. 따라서 골다공증은 뼈 자체가 구멍이 뚫린 스펀지처럼 약화되어도 모르고 있다가 골절이 되고 나서야 발견될 때가 많다. 손목, 허리, 넓적다리뼈에서 골절이 많이 생긴다. 문제는 한번 골절되면 4명 중 1명은 다시 골절이 된다.
건강한 뼈를 노년까지 유지하려면 30대 중반까지 골량(骨量)을 차곡차곡 저축해야 한다. 골밀도는 사춘기 무렵에 급격히 증가하고 20-35세에 최대에 이르는데 이때의 골량을 ‘최대 골량’이라 한다. 최대 골량이 많았던 사람은 이후 골 소실이 비슷한 속도로 일어나도 훨씬 유리하다.
최대 골량을 쌓기 위한 방법은 영양과 운동이다. 중요한 영양소는 뼈의 원료인 칼슘과 비타민D이다. 우유와 유제품에 함유되어 있는 칼슘은 체내 흡수율이 높다. 한편 칼슘 영양제는 흡수율이 떨어지고, 고용량으로 복용하면 다른 장기에 석회화가 생겨 심혈관 질환 위험이 커진다는 보고가 있어 되도록 식품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한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건강한 식습관을 가져야 한다.
비타민D는 야외 활동을 하면서 햇빛을 쬐면 주로 햇빛 속 자외선에 의해 우리 몸에 필요한 양이 충족된다. 하지만 겨울철에는 일조량이 줄어들어 자외선이 거의 도달하지 못한다. 또한 최근 확산하는 코로나19와 추운 날씨로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햇볕을 쬘 수 있는 시간 자체가 많이 줄어들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7년 비타민D 결핍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2013년에 비해 3.8배 증가했다. 비타민D 결핍이 심하면 성인은 골연화증(骨軟化症), 소아는 구루병(??病)이 발생할 수 있으며, 뼈가 약해져 작은 충격에도 골절이 자주 발생하고 근력도 떨어질 수 있다. 나이 들수록 비타민D 합성 능력이 떨어지므로 비타민D 보조제 복용이 도움이 된다. 성인에게 비타민D 하루 권장량은 800IU이다.
운동은 조깅, 줄넘기, 구기 운동처럼 몸의 하중을 실어 뼈를 자극하는 운동을 해야 한다. 또한 뼈를 둘러싼 근육을 탄탄하게 할 수 있는 근력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운동은 일주일에 3일 이상,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유산소 운동과 근력 강화 운동을 시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