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 농업②] 쌀생산 감소 ‘심각’···무분별한 농지전용 ‘금물’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올해는 기후변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이 전 세계에 큰 타격을 주는 가운데 특히 농업생산력을 어느 때보다 위협하고 있다. 농업분야 국제기구 수장들은 코로나19가 농촌문제와 기아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취동위(屈冬玉)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사무총장 “코로나19 이전에도 전세계적으로 6억9000만명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었는데 코로나19 이후 1억3200만명이 추가로 배고픔에 시달리게 됐다”로 진단했다.
제8대 UN 사무총장을 역임한 반기문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이사장은 “어떤 국가도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위기를 혼자선 해결할 수 없다”면서 “21세기의 수많은 문제가 전 지구적인 만큼 전 세계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길버트 호웅보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총재는 “코로나19 이전에도 빈곤은 농촌에 집중돼 있는데 이후 상황이 악화됐다”면서 “우리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농촌의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더 많은 투자와 개발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영향은 꽤 오랫동안 지속될 것 같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를 두 가지로 요약했다. 즉 탈세계화(Less Globalization)가 나타나고, 기술은 더욱 강화(More Technology) 된다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농업분야에는 새로운 기술로 스마트팜 산업을 발전시키고, 농촌을 건강한 농업이 있는 로컬의 개념으로 재탄생하여야 한다.
농업분야의 그린 뉴딜 실현방안을 모색하는 ‘농산촌 100년 그린 뉴딜정책 포럼’이 11월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창립총회를 열었다. 포럼이 제시한 6대 비전은 다음과 같다. △농산촌 자원을 활용한 지역 균형발전정책 발굴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대응을 위해 탄소를 감축하는 농산촌 그린뉴딜 정책 제안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기반 마련을 위한 경쟁력 있는 농산촌 100년 미래 설계 △친환경 저탄소 기반의 농축임업 실현과 식량증산을 통한 식량안보 구축 △양질의 일자리 창출 및 소득 증대사업 발굴 △농산촌 중산층 50% 이상 양성을 위한 미래비전 제시 등이다.
한국인에게 밥그릇에 담긴 쌀밥은 ‘든든한 한 끼’의 상징이며, 쌀밥을 먹어야 ‘밥심’이 생긴다. 쌀의 주성분인 당질(糖質)은 뇌 활동을 돕고 점막세포, 신경세포 구성 성분이 되는 우수한 영양원이다. 쌀에 함유되어 있는 토코페롤(tocopherol), 감마오리자놀(gamma-oryzarol) 등 항산화 물질은 노화를 예방하고 옥타코사놀(octacosanol)은 지구력 향상, 펩타이드(peptide) 성분은 혈압 억제, 페놀산(phenolic acid)은 기억력 손상을 막는 데 효능이 있다.
최근 유럽에서는 ‘글루텐 프리’(gluten free) 대체식품으로 쌀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글루텐이란 밀, 보리 등의 곡류에 존재하는 불용성(不溶性) 단백질로 몇 가지 단백질이 혼합되어 존재한다. 밀가루에 소량의 물을 가해 반죽하여 덩어리를 만든 후, 이것을 다량의 물 속에서 주무르면 녹말은 물 속에 제거되고, 점착성이 있는 덩어리로 남은 것이 글루텐이다.
외국에선 식량부족으로 사재기는 물론 값이 치솟아 폭동까지 일어나는 사례가 있다. 우리나라는 쌀의 과잉생산보다는 부족에서 오는 사태가 훨씬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들이 쌀 부족 사태를 겪지 않도록 대비하여야 한다. 무분별한 농지전용으로 농지면적 감소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예전 농경사회에서는 농업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에서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란 말이 있었지만 요즘을 이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산업사회에서 농업의 위상은 축소되었지만 공익적 기능으로서 농업과 농촌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농업은 본원적 기능인 농산물 생산 외에도 식량안보, 환경보전, 전통문화 계승, 수자원 확보와 홍수 방지, 쾌적한 휴식 공간 제공 등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11월 11일 ‘농업인의 날’을 맞아 농민들이 새로운 희망과 자신감을 되찾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정부는 농업이 대우받고 농촌이 희망이며 농업인이 존경받는 나라가 되도록 지원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농민이 행복한 세상이 바로 국민이 행복한 세상이므로 뉴노멀 시대 농업의 질적 도약을 위하여 농업살리기운동에 동참해야 한다.
다행히 올해 ‘제25회 농업인의 날’ 기념식이 11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농립축산식품부가 개최한 기념식은 ‘국민의 생명, 농업’이라는 슬로건 아래 청와대 본관 앞 대정원에서 진행됐다. 농식품부는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하여 참석인원을 최소화하여 200여명으로 제한하고 프로그램도 예년에 비해 대폭 간소화했다.
하지만 기념식이 처음으로 청와대에서 열렸으며,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는 평가도 있다. 기념식은 2020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의 축하영상으로 시작되었으며, 문재인 대통령이 기념사를 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맞아 새로운 시대의 농정을 과감하게 펼치고, 농촌이 한국판 뉴딜의 핵심공간이 되도록 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그는 특히 국가식량계획과 함께 국민이 바라는 농촌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농촌 르네상스’(Renaissance)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