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의 김장문화···감염병 예방과 면역력 높여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유산은 크게 세계유산, 인류무형유산, 기록유산으로 나뉘는데, 우리나라 김장문화(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 in the Republic of Korea)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2013년 12월 2일에 등재됐다. 이에 한국의 대표적인 식문화인 ‘김장문화’가 전 세계인이 함께 보호하고 전승하는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채소 절임 음식은 다른 문화권에도 많지만 ‘김장’처럼 겨울이 다가오기 직전에 전 국민이 약속이라도 한 듯 집중적으로 ‘김치’를 만들어 저장해두는 풍속은 독특하다. 또한 김장문화는 단지 김치의 장만뿐만 아니라 공동체 문화를 상징하며, 사회 구성원간 결속과 연대감 강화를 통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소속감을 부여하고 있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김치를 2001년, 인삼을 2015년, 그리고 고추장을 2020년 국제식품규격으로 채택했다. 고추장은 2009년 아시아 지역규격으로 채택된 바 있다. 고추장(Gochujang) 코덱스 세계규격은 우리 고유 명칭을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레드 페퍼 페이스트(Red Pepper Paste)’ ‘칠리소스’ 등과 구별되는 독자적인 발효식품으로 세계에 알릴 수 있게 됐다.
고추장 수출규모는 2019년 3767만달러(1만7686t)에서 올해 8월 기준 3316만달러 어치가 수출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6% 증가했다.
김장철이 되면 전국에서 ‘김장축제’가 열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예년과 같은 대규모 김장축제를 즐기긴 어렵지만, 지역을 찾아 직접 김장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유기농의 메카 충북 괴산에서 열리는 ‘2020 괴산김장축제’에서 ‘드라이브 스루 김장 담그기 체험’을 할 수 있다. 광주시 김치타운에서는 12월 20일까지 ‘빛고을 사랑나눔 김장축제’가 열리며, 김치 명인의 레시피(recipe)를 따라 맛있는 김치를 담가볼 수 있다.
핵가족으로 아파트에서 생활하면서 김장을 담그고 싶어도 배추, 무, 양념 등 재료를 준비하려면 번거로워 김장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가정에서는 모든 김장 재료가 들어 있는 ‘김장키트’를 주문하면 된다. 절임배추와 양념이 깔끔하게 포장돼 집에 도착하므로 재료를 버무리기만 하면 된다. 특히 농협 김장키트는 국내산 재료만 사용하며 해썹(HACCP) 인정도 받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또한 지역농협이 생산하는 양념 맛은 지역의 개성이 나타나므로 고향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예를 들면, 경북 서안동농협의 김장키트는 경북 북부 고지대에서 생산한 배추를 절이고, 양념은 멸치액젓을 끓여 넣어 군내 없이 깔끔한 맛을 낸다. 또한 지역농가에서 생산한 상황버섯 진액 추출물을 양념에 첨가해 김치에 맛과 건강을 더했다. 가격은 절임배추 10kg 3만8500원이며, 양념은 4만8000원(4kg)이다.
전남 해남 화원농협은 해풍을 맞고 자란 일반 절임배추와 스테비아(stevia)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 배추, 알타리무를 판매한다. 양념은 전라도식과 경기도식을 판매한다. 전라도식 양념에는 간 멸치육젓이 들어가며, 경기도식 양념에는 멸치육젓이 빠지고 새우젓이 더 많이 들어간다. 가격은 일반 절임배추 10kg 2만9800원, 스테비아농법 절임배추 10kg 3만1800원, 절임알타리무 5kg 4만1000원, 양념 3만9800원(3.5kg)이다. 세트로 사면 3천원 할인가에 구입할 수 있다.
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간’이다. 김치의 간을 좌우하는 것은 배추의 절임 간과 양념의 간이므로 둘의 간이 합쳐져서 김치의 간을 완성한다. 이에 김장을 시작하기 전에 절임배춧잎 하나에 양념을 묻혀서 먹어보면 간이 적당한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만약 싱겁다면 양념에 소금이나 젓갈을 더해 간을 맞춰주면 된다. 또한 김치의 맛은 ‘숙성도’로 결정된다. 김치 냉장고는 김치 종류에 따라 온도를 조절해 주는 기능이 있다.
우리나라 전통 발효식품인 김치는 유산균이 풍부하여 세계적으로 알려진 건강식품이다. 지난 2002년 사스(SARS) 유행 시에는 감염병을 예방하는 식품으로 김치가 주목을 받았으며,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김치가 면역력을 높인다는 언론과 학계의 발표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산 김치는 국내에선 중국산 김치와 경쟁하고, 해외 수출시장에선 현지산 김치와 경쟁하는 이른바 ‘샌드위치’ 신세이다. 이에 국산 채소와 양념으로 만든 김치가 해외에서 생산되는 김치와 무엇이 다르고 어떤 효능이 있는지를 널리 홍보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하여 김치 수출 2억 달러를 달성하고, 김치 종주국(宗主國)으로서 자존심도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