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김장·김치①] “김치는 그만~ 됐다, 김장문화 널리 알리자”

김장 담그는 일은 가정 나아가 동네의 일이기도 했다. 외국인들에게 김치는 많이 알려졌지만 김치가 생산되는 김장 과정을 알릴 때가 왔다.

김장이 한창이다. 김장은 연례행사로 절인 배추에 마늘, 생강, 고춧가루 등 기본양념을 넣고, 미나리, 부추, 갓 등 향신 채소를 첨가한다. 새우젓, 조기젓, 굴젓 등으로 풍미를 더해 잘 버무리면 김장김치가 완성된다. 김장김치의 깊고 오묘한 맛의 비결은 오랜 기간 숙성되고 곰삭은 것에서 나온다. 혹자는 “김장김치는 철학이며, 인생의 맛”이라고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12월 2일 기준 4인 가족 김장 비용이 33만1356원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김장 비용인 30만5365원보다 8.5% 상승했다.

양념재료인 고춧가루, 대파, 생강 등은 올해 작황이 양호해 전년 대비 가격이 하락한 반면 주재료인 배추는 재배면적 감소와 무름병 피해로 공급량이 줄면서 가격이 상승했다. 이에 정부는 김장채소 수급안정과 소비자 부담 경감을 위해 배추, 깐마늘 등 김장 채소류의 공급을 확대하고 농축산물 할인쿠폰 행사를 지원하고 있다.

인간은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채소의 섭취가 필요한데 채소는 곡물과 달리 저장하기가 어렵다. 이에 채소를 소금에 절이거나 장, 초, 향신료 등과 섞어서 새로운 맛과 향을 생성시키면서 저장하는 방법을 개발하게 되었다. 이렇게 개발된 우리 고유의 식품이 김치다.

우리 민족은 소금에 절인 채소에 소금물을 붓거나 소금을 뿌림으로써 국물이 많은 김치를 만들었다. 이것이 숙성되면서 채소 속의 수분이 빠져나오고 채소 자체는 채소 국물에 침지(沈漬)되며, 국물이 많은 동치미는 채소가 국물 속에 침전된다. 여기서 우리의 고유 명칭인 ‘침채’가 생겨났다. 침채가 팀채가 되고 딤채로 변하고, 딤채는 구개음화하여 김채가 되고, 다시 구개음화의 역현상이 일어나서 ‘김치’가 되었다고 한다.

근대 및 현대의 김치 변화의 주된 요인은 재료의 품종개량과 젓갈 및 조리법의 일반화라고 할 수 있다. 속이 꽉 찬 결구형 배추가 우리 식탁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0년 정도다. 배추가 김치의 재료로 사용되기 시작한 이래 배추의 품종 개량이 계속 이루어졌다. 김치재료의 하나인 젓갈도 요즘은 공장에서 생산한 김치용 액젓을 가정에서 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김치의 특성은 고추를 섞는 것이다. 고추의 매운맛 성분인 캡사이신(capsaicin)과 고추에 함유되어 있는 비타민E는 비타민C의 산화를 막아주는 작용을 한다. 이에 긴 겨울 동안 부족되기 쉬운 비타민C를 김치를 통해 섭취할 수 있다. 또 캡사이신은 젓갈의 지방이 산패하여 비린내 나는 것을 막아준다. 그리고 김치에 들어가는 고추와 마늘은 김치를 발효시키는 젖산균 번식을 도와준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빠지지 않는 대표 메뉴인 ‘배추김치’는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 동맥경화와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 그리고 발효 효소와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장운동 촉진과 대장 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한입 크기로 먹기도 좋고 맛도 좋은 ‘깍두기’는 무에 들어있는 이소티오시아네이트(isothiocyanate) 성분은 항균, 항암 등의 항산화 작용을 한다.

우리나라 김장은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됐다. 정식명칭은 ‘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 in the Republic of Korea(김장-한국의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다.

유네스코는 김치가 한국에 수백년 전해 내려오는 음식일 뿐 아니라 한민족의 정체성을 형성해온 중요한 문화적 자산이라는 데 주목했다. 김장 품앗이 등을 통해 공동체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해외 한인들 역시 김치와 김장문화를 지켜나가며 한국인이라는 정체성과 소속감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자리에 많은 사람이 모여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김장 문화는 나눔의 정신과 연대감을 증대시킨다.

음식 관련 인류무형유산에는 △프랑스 미식(프랑스, 2010년 지정) △지중해 요리(그리스, 스페인 등 4개국, 2010년) △멕시코 전통요리(멕시코, 2010년) △터키 제례음식 케시켁(터키, 2011년) 등이 우리나라 김치와 김장문화보다 먼저 지정됐다.

일본의 와쇼쿠(和食)도 2013년 등재됐다. 일본 전통음식은 국내에서는 통칭 일식(日食)으로 불리지만 일본에서는 ‘와쇼쿠’라는 단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와쇼쿠는 다양하고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해 재료가 갖고 있는 맛을 살려 균형 있고 건강한 식단을 만들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지역(서울,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 황해도, 함경도, 평안도)에 따른 김치 종류 및 특성이 있다. 북쪽의 추운 지방에서는 고춧가루를 적게 쓰는 백김치, 보쌈김치, 동치미 등이, 영남지방은 짠 김치, 호남지방은 매운 김치가 특색이다. 젓갈로는 중부와 북부지방에서는 새우젓, 조기젓 등을 많이 쓰고, 남부지방에서는 멸치젓, 갈치젓 등을 많이 쓴다.

외교부와 문화재청은 우리 민족의 대표적 식문화인 ‘김장문화’의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유네스코 사무국 및 위원국들과의 접촉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김장문화’ 등재는 품격 있는 문화국가로서의 한국의 이미지를 제고하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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