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삼청동길···유니세프·국립현대미술관·삼청동수제비·’서울서 둘째 단팥죽집’

삼청동수제비집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필자와 삼청동과의 인연은 약 56년 전인 1965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25세에 유엔 공무원(official of the United Nations)으로 임용되어 삼청동에 위치한 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 주한대표사무소에 첫 출근을 했다.

UNICEF에서 1989년 12월까지 25년 동안 근무했다. 유니세프에 근무하면서 서울대학교에서 보건학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UNICEF 사무소는 1970년 청와대 인근 창성동에 위치한 독립 2층 건물로 이전했다.

UN과 대한민국 정부의 협정에 의하여 UN기관 사무실은 정부에서 무상으로 제공하였다. 이에 UNICEF는 당시 삼청동에 위치한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 of Health) 훈련부 청사의 1층 일부를 사용하였다. 이 건물은 현존하고 있으며, 현재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과거 대통령선거가 끝나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사용했다.

첫 출근한 유니세프 사무실 직원은 대표인 영국출신의 앨런 맥베인을 포함하여 7명이었다. 사무실 책상 위에는 외국에서 수입한 타자기, 사무실 창문에는 에어컨(수입품)이 설치되어 있었다. 책상, 의자 등 사무실 집기와 사무용품도 모두 수입품이었다. 공용차로 ‘외교’ 번호판이 달린 벤츠 승용차를 사용하였다. 그리고 근무는 월요일-금요일 주5일, 9시 출근 5시 퇴근, 휴가는 1년에 30일을 지키고 있었다.

UNICEF 한국지원사업은 1950년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에 긴급지원을 시작하였으며, 1963년 서울에 주한대표부(UNICEF Representative’s Office in Korea)가 설치되었다. 1960년대 주요 지원사업은 보건분야의 모자보건(MCH), 결핵(TB), 나병(leprosy), 보건인력 훈련, 보건소 지원 등이었다. 결핵퇴치 사업을 예로 들면, BCG 백신을 수입하여 전국 보건소를 통해 보급하였으며, 백신 보관에 필요한 냉장고, 그리고 접종을 위한 이동수단인 차량은 독일 폭스바겐과 영국 랜드로버에서 도입하여 보건소에 보급했다.

UNICEF 한국사무소는 1993년 12월에 한국에서 공식 철수하였으며, 1994년 1월 UNICEF 한국위원회가 출범하여 유니세프의 도움을 받던 수혜국에서 도움을 주는 ‘공여국’이 됐다.

국립현대미술관 <tvN>

요즘 삼청동에는 다양한 식당들이 있으나, 1965년 당시에는 국무총리공관 앞 골목길에 중국음식점이 하나 있었다. 이에 점심은 중국집 또는 승용차를 타고 시내에 나가서 했다. 가끔 을지로 6가 국립중앙의료원 구내에 위치한 북유럽 스타일의 뷔페식당인 회원제 스칸디나비안 클럽에서 점심을 먹곤 했다.

한편 스칸디나비아 3개국(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은 6.25전쟁 부상자를 위하여 의료단을 파견했다. 그리고 1956년 한국정부는 유엔을 통해 이들 국가의 의료지원을 요정했으며, 한국정부와 스칸디나비아 3국 정부 그리고 유엔한국재건단(UNKRA)이 공동으로 서울에 국립중앙의료원을 개원했다. 1958년 10월 일이다. 스칸디나비안클럽은 국립의료원이 개원하면서 북유럽의 의료진과 가족의 식당 및 사교의 장으로 활용되었다.

경복궁 동남쪽에 있는 망루(望樓)인 동십자각(東十字閣, 1880년 건립)에서 국립현대미술관(옛날 수도국군병원), 삼청공원으로 이어지는 삼청동길은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삼청동에는 아직도 옛날 가옥들이 많이 있다. 삼청동의 ‘삼청’은 도교에서 지향하는 이상향인 ‘삼청’과 이를 위해 ‘초제’를 집행한 소격서의 ‘삼청전’이 이곳에 있었기에 삼청이라는 이름이 유래했다.

하지만 도교 관념이 약해진 조선 후기에는 ‘산과 물, 그리고 인심’이 맑다는 의미에서 ‘山淸, 水淸, 人淸’이라고 하여 ‘삼청동’(三淸洞)이 되었다.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

필자는 요즘 가끔 아내와 함께 삼청동에 가면 ‘삼청동 맛집’인 ‘삼청동수제비’ 식당과 인근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집’ 단팥죽집을 들른다. 삼청동수제비는 1980년 김일근 씨(현재 서울시새마을회장)가 식당을 열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 식당에서는 수제비(9천원), 찹쌀새알옹심이(1만3천원) 그리고 감자전(1만원)을 즐겨 먹는다. 식사 후 디저트로 단팥죽을 먹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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