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한국, 최고기술 갖고도 왜 망설이나?

원격진료를 하고 있는 의료진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의료’ 논설위원,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10년째 논란만 벌이던 원격의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사태로 전격적으로 시행되었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가 환자를 ‘직접 진찰’ 하지 않고 처방전을 내줘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한번 이상 대면 진료가 이뤄진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한시적으로 전화 진료와 처방을 허용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본부장 국무총리)에 따르면 2월24일~5월10일 전국 3853개 의료기관에서 26만여건의 의료상담과 처방이 이뤄졌다. 전화상담 및 처방 26만2121건 중 11만6993건(44.6%)은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 그리고 11만995건(42.3%)은 의원급에서 이뤄졌다. 원격진료가 대형병원 쏠림을 우려했지만 동네병원에서도 전화 상담과 진료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원격의료 흐름도 <출처 최윤섭의

의료계와 시민사회단체는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 △법적 책임 소재 △대형병원 쏠림 △의료비 폭등 우려 등의 이유로 원격의료 도입을 반대해왔다. 대한의사협회(Korean Medical Association)는 “비대면 진료는 한계가 명확해 안전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대면 진료를 대체할 수 없다”며 “의료전달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격진료는 1차 의료기관의 몰락과 국가 의료체계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의사 전용 커뮤니티 사이트인 ‘인터엠디(Inter MD)’가 의사 507명을 대상으로 2019년 6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원격의료에 대한 부정적인 응답이 61.4%(매우 부정적 23.7%, 부정적 37.7%)에 달했다. 우려 이유 중엔 ‘환자가 대형병원으로만 몰려 의원 경영이 악화된다’고 응답한 비율이 61.7%나 됐다. 한편 매우 긍정적 2.2%, 긍정적 12.7% 그리고 보통 23.7%로 나타났다.

한편 한국소비자원(Korea Consumer Agency)이 2018년 대도시·중소도시·군(郡)지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2.6%는 원격의료 도입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원격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대상으로는 ‘의료기관까지 거리가 먼 섬·벽지 주민 등’이 90.8%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대법원은 “대면진료 없이 전문 의약품을 처방한 혐의로 기소된 의사에 대해,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5월 25일 밝혔다. 사건 내용은 지난 2011년 2월 의사 A씨가 지인의 부탁으로 환자 B씨를 직접 만나지 않고 전화 통화만으로 상담한 후 비만 치료제 플루틴(Flutin) 등 전문의약품을 처방해줬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전화 통화는 직접 진찰이 아니라고 보고 의사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의사가 환자와 대면하지 않았다고 해도 전화로 충분히 진찰이 이뤄졌다면 직접 진찰한 뒤 처방한 것이라 보고 죄가 없다고 했다. 이는 ‘직접 진찰’은 무자격자가 아닌 의사 자신이 진찰한다는 의미지 꼭 대면 진료를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직접 진찰에서 직접이란 스스로를 의미하므로 전화 통화 등을 이용해 비대면으로 진찰이 이뤄진 경우도 의사가 스스로 진찰했다면 직접 진찰한 것으로 볼 수는 있다”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그러나 “전화 처방은 가능하지만, 이전에 의사가 환자를 1회 이상 대면하고 진찰해 환자의 상태를 이미 알고 있다는 점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했다. 즉, 대면 진찰이 한번도 없었다면 환자 상태를 충분히 알 수 없어 ‘직접 진찰’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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