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 농업①] 세계식량계획 “내년 최악 식량위기 우려”

세계식량계획(WFP)의 데이비드 비즐리 사무총장. 노벨위원회는 세계식량계획을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우리가 흔히 ‘빼빼로데이’로 부르는 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이다. 농업인의 날을 11월 11일로 정한 것은 농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흙 토(土)’ 자를 풀어 쓰면 ‘열 십(十)’ 자와 ‘한 일(一)’ 자가 된다.

또 “인간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흙이 세번 겹치는 토月, 토日, 토時인 11월 11일 11시에 농업인의 날 기념식이 열린다. ‘농업인의 날’은 우리 농업과 농촌의 소중함을 국민에게 알리고 농업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려는 취지에서 1996년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사태로 인적·물적 자원이 단절되는 경험을 하면서 국민들은 식량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최소한의 식량자급 역량은 갖춰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하지만 식량자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농지는 해마다 줄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지면적은 지난해 158만1000ha로 1975년 224만ha에 비해 65만9000ha가 줄었다.

특히 주곡인 쌀을 생산하는 논 면적이 44만7000ha 감소했으며, 밭 면적은 21만2000ha 줄었다. 주된 이유는 개발에 따른 농지 전용과 유휴지 증가 때문이다. 또한 경작 가능 경지면적 대비 작물 재배면적 비율인 ‘경지이용률’도 1975년 140.4%에서 지난해 107.2%로 33.2%포인트가 하락했다. 경지면적 감소와 경지이용률 하락은 식량자급률에 악영향을 끼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쌀 생산량 최종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350만7000t으로 집계되어 5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374만4000t)와 견줘 6.4%(23만7000t), 평년(401만2000t)보다 12.6%(50만5000t) 적은 양이다. 또한 쌀 단수(10a당 생산량)는 483kg으로 지난해(513kg) 대비 5.9%(30kg), 평년(530kg) 대비 8.9%(47kg) 낮다. 올해 벼 재배면적은 지난해보다 0.5%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이상기후 등의 영향으로 생산량은 6.4%나 줄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20년산 쌀 수요량을 367만t으로 추정했다. 이중 밥쌀용 291만t, 가공용 28만t, 비축용 등 기타 용도가 48만t이다. 농식품부는 2020년산 쌀은 줄었지만 정부양곡이 95만t으로 충분해 시중 부족분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정부가 보유한 재고(在庫)쌀은 국산 49만t, 외국산이 46만t이다. 우리나라 쌀은 맛이 좋기에 외국산 쌀을 밥쌀용으로 공급하는 것은 국민 정서상 용납되기 어렵다.

2000년대 초 정부는 4가지 기준을 설정하여 ‘최고 품질 쌀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즉 △밥맛은 국내에서 가장 맛있는 ‘일품벼’보다 좋아야 하고, △쌀 외관 품질은 ‘추정벼’ 보다 좋아야 하며, △도정(搗精) 특성은 왕겨 껍질이 얇고 쭉정이가 적어 도정수율이 75% 이상을 충족해야 하며, △농가에서 농약 없이 안전하게 재배할 수 있도록 병해충 저항성 유전자를 최소한 2개 이상 가져야 한다.

이런 기준에 맞춰 2003년부터 지금까지 ‘삼광’ ‘영호진미’ ‘해담쌀’ ‘현품’ ‘진수미’ ‘예찬’ 등 최고 품질 쌀 18품종을 개발하여 전국에 보급하고 있다.

따라서 밥쌀용 쌀은 국산 재고로 충당해야 하는데 국산쌀 가운데 2019년산은 24만t, 2018년산은 13만t에 불과하다. 또한 정부는 2018년부터 해외원조용으로 연간 5만t을 지원하고 있다. 쌀 수급 전망이 혼돈에 빠지면서 정부의 쌀 감산 정책도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쌀 감산정책으로 생산량은 2015년(432만7000t) 이후 5년째 계속 줄고 있으며, 올해 감소 폭이 가장 심했다.

이에 산지 쌀값이 연일 치솟고 있으며, 통계청에 따르면 11월 5일자 산지 쌀값은 80kg당 21만5404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때보다 14%, 평년보다는 31% 높은 값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2일 “시장 동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가수요로 인해 수급불안이 확대되거나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정부양곡을 적기에 공급해 수급을 안정시키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기상이변에 의해 쌀 생산량 변동 폭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적정 재배면적만으로는 쌀 수급을 안심할 수 없다고 한다. 올해 역대급 쌀 생산량 감소는 향후 닥칠 쌀 부족 사태에 대한 경고이며, 또한 코로나19도 쌀 부족 사태에 대한 큰 변수로 작용한다. 올해 3-4월 주요 쌀 수출국들이 코로나19 공포로 곡물 수출 봉쇄령을 내린 것을 경험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5대 곡물 수입국이다.

우리나라는 안정적인 식량수급을 위협받는 상황이다. 식량자급률과 사료용 포함 곡물자급률은 해마다 낮아져 지난해 각각 45.8%, 21%를 기록했다. 데이비드 비즐리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은 “COVID-19의 여파로 내년에는 최악의 식량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코로나19 이후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된 만큼 식량안보를 지킬 수 있는 대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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