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유병자 200만 시대①] “필자도 전립선암 환자”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는 ‘2018년 국가암등록통계’를 2020년 12월 30일 발표했다. 국가암등록통계는 암관리법 제14조에 근거하여 매년 의료기관의 진료기록을 바탕으로 암환자 자료를 수집·분석하여 전전년도(前前年度)의 암발생률, 생존률, 유병률을 산출하고 있으며, 국가 암관리정책 수립 및 국제비교의 근거자료로 활용된다.
2018년 발생한 신규 암환자는 24만3837명(남자 12만 8757명, 여자 11만 5080명)으로 전년(23만5547명)에 비해 8290명(3.5%) 증가하였다. 인구 10만명 당 연령표준화발생률은 290.1명으로 전년 대비 3.2명(1.1%) 증가하였다.
남자 암 발생률은 역시 10만명 당 306.1명이며, 여자는 288.5명으로 전년 대비 남자는 0.2명 증가하였으나, 여자의 경우 5.8명 증가하여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전체 암 발생률의 추세를 고려할 때 인구 고령화가 최근 암 발생자 수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2018년 남녀 전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은 위암이었으며, 이어서 폐암, 대장암, 유방암, 간암, 전립선암 순이었다. 남자의 암 발생 순위는 위암-폐암-대장암-전립선암-간암-갑상선암 순이었으며, 여자는 유방암-갑상선암-대장암-위암-폐암-간암 순이었다.
우리나라 국민이 기대수명(83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림 확률은 37.4%였으며, 남자(80세)는 5명 중 2명(39.8%), 여자(86세)는 3명 중 1명(34.2%)에서 암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5년간(2014-18년) 진단받은 암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生存率)은 70.3%로, 암환자 10명 중 7명은 5년 이상 생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남녀별 5년 생존율은 여자(77.1%)가 남자(63.8%)보다 높았다. 암 종류별로 보면, 갑상선암(100.0%), 전립선암(94.4%), 유방암(93.3%)이 높은 생존율을 보였고, 간암(37.0%), 폐암(32.4%), 담낭 및 기타담도암(28.8%), 췌장암(12.6%)은 상대적으로 낮은 생존율을 보였다.
지난 10년(2009-2018년) 동안 암 종별 발생률을 보면, 위·대장·간·폐·자궁경부암 등은 꾸준히 줄었으나, 유방암·전립선암·췌장암은 늘었다. 대장·유방·전립선·췌장암은 서구화된 식습관과 관련이 있는 암이다.
대장암은 국가 암 검진에 포함돼 악성으로 넘어가기 전 발견될 확률이 높아져 감소했지만, 나머지는 여전히 증가 추세에 있다. 유방암도 국가 검진 대상에 들어가면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암 유병자(有病者), 즉 1999년 이후 암 확진을 받아 2018년 현재 치료 중이거나 완치된 사람은 약 201만명으로, 전년(약 187만명) 대비 증가하였다. 이는 2018년 우리나라 국민(5130만 888명) 25명당 1명(전체인구 대비 3.9%)이 암유병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암 진단 후 5년 초과 생존한 암환자는 전체 암유병자의 절반 이상(57.8%)인 약 116만명으로, 전년(약 104만명) 대비 약 12만명이 증가했다.
필자도 암 유병자다. 2018년 11월 5일 신촌 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에서 전립선 조직검사를 한 결과 전립선암(前立腺癌, Prostate Cancer) 진단을 받고 곧 호르몬 치료(남성호르몬 억제요법)를 시작하여 3개월에 한번씩 복부에 루프린(Leuplin) 주사를 맞은 결과, PSA(전립선특이항원) 수치가 8ng/ml에서 0.4로 떨어졌으나 호르몬 주사를 맞지 않으면 PSA 수치는 다시 올라가므로 완치된 것은 아니다.
이에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조재호 교수의 처방에 따라 토모테라피(Tomotherapy) 방사선 치료를 2019년 12월 23일부터 2020년 2월 4일까지 총 28회를 받아 PSA 수치가 0.0이 되었다. 방사선치료(radiation therapy)란 고에너지 방사선을 이용하여 암세포를 죽이는 치료를 말한다. 암세포에 집중적으로 방사선을 조사하면 암세포를 파괴하고 더 이상 증식되는 것을 막아준다.
췌장암(膵臟癌, Pancreatic Cancer) 투병 중인 이어령 교수의 근황이 조선일보 인터뷰를 통해 알려졌다. 체중이 50kg대로 내려왔다고 하며,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1주일에 한번 기(氣) 치료만 받으면서 집필에 몰두해온 그는 살아갈 날이 6개월에서 3개월, 다시 1개월로 줄어들 수 있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 최근 분신(分身)과 다름없던 ‘한중일(韓中日)비교문화연구소’의 문을 닫았다고 한다.
이어령 교수는 ‘이 시대의 지성’이라 불리는 한국의 대표적인 석학으로 서울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1967년 이화여대 교수로 부임했으며, 1990년 초대(初代) 문화부장관을 역임하면서 학교를 떠났다가 1995년 이화여대 석좌교수로 강단에 복귀했다. 88서울올림픽 개막식에서 ‘굴렁쇠 소년’을 연출한 것과 ‘벽을 넘어서’란 구호도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