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코로나 백신 접종…집단면역은 언제쯤?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2월 26일 오전 9시부터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COVID-19)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영국은 지난해 12월 8일 코로나 접종을 시작했으며, 영국 옥스퍼드대가 운영하는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2월 22일 기준 전 세계 196국(UN 기준) 중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한 나라는 101국이다.
이에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02번째 이후로 백신 접종(接種, vaccination) 국가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백신을 맞은 사람이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6418만명)이며, 백신 접종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이스라엘(87%)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올해 11월 집단면역을 기대하고 있으나, 영국의 글로벌 경제 분석 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는 2022년 중반이 돼야 가능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1946년 설립된 EIU(The Economist Intelligence Unit)는 영국의 시사경제지 <이코노미스트> 계열사로 정치와 사회 환경 변화에 따른 글로벌경제 분석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EIU가 펴낸 ‘백신 접종 상황에 대한 글로벌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2년 중반에야 인구의 60-70%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각국 백신 접종이 계획보다 전반적으로 지연될 것이라고 했다.
백신 종류별 공급 예상 물량(2020-2021말까지)은 다음과 같다. △아스트라제네카(영국) 30억 도스 △노바백스(미국) 21억 도스 △화이자(미국) 14억 도스 △시노팜(중국) 13억 도스 △스푸트니크(러시아) 10억 도스 △얀센(미국) 10억 도스 △시노백(중국) 9억 도스 △모더나(미국) 7.7억 도스 △바라트(인도) 7.2억 도스 △큐어백(독일) 3억 도스 등 총 138억 도스이다.
백신별 예방 효과는 △화이자(Pfizer) 95% △모더나(Moderna) 94.1% △노바백스(Novavax) 89.3% △얀센(Janssen) 66%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62-70% 등이다.
EIU는 일찌감치 백신 확보에 성공한 미국과 유럽연합(EU) 국가들은 2021년 후반기에 집단면역이 형성될 것으로 봤으며, 아프리카 등 빈곤국가들은 2023년 후반이 돼야 집단면역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EIU가 예상하는 집단면역 달성 시기는 다음과 같다. △2021년 후반=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다수 국가 △2022년 중반=한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호주, 러시아 등) △2022년 후반=중국, 인도, 대부분 중진국) △2023년 후반=아프리카 등 대부분의 개도국
단순히 백신 접종률이 70%라고 해서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70%가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中和抗體)를 가져야 가능하다. 중화항체(neutralizing antibody)란 병원체나 감염성 입자가 신체에 침투했을 때 생물학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중화하여 세포를 방어하는 항체를 말한다. 중화항체는 감염성 입자의 표면 구조에 특화된 형태로 생성되어 결합하여 감염성 항원이 숙주 세포와 상호작용을 하는 것을 방지하여 면역을 달성한다.
집단면역(集團免疫, Herd Immunity)이란 집단 내에서 구성원 대부분이 특정 감염성 질환에 대한 면역력을 가진 상태를 말하며, 집단의 총인구 중 면역성을 가진 사람의 비율로 정의한다. 집단 내에서 면역을 가진 개체의 수가 많아질수록 면역력이 없는 개체가 감염될 확률은 낮아진다.
집단면역이란 용어는 1920년대 처음 사용되었으며, 군집면역(群集免疫)이라고도 한다. 집단면역은 감염이나 예방접종을 통해 이뤄지며 많은 나라에선 예방접종을 통해 집단면역을 유도하고 있다.
정부는 항체를 획득한 인구 비율이 60-70% 수준이면 집단면역 형성이 가능하고 말하지만, 국제적으로는 이보다 더 높은 비율을 제시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예방접종책임자인 캐서린 오브라이언 박사는 60-70% 추정치는 너무 낮다고 말했다.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앤서니 파우지 소장도 집단면역을 위해 인구의 75-85%가 항체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2월 26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지만 정부가 65세 이상 고령층에게는 당분간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백신을 접종하지 않기로 하여 전체적인 백신 접종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018년 7월 설립된 SK바이오사이언스(SK Bioscience)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의 코로나 백신을 경북 안동 소재 공장에서 위탁생산하고 있다. 연간 백신 생산량은 5억 도스(dose: 성인 1회 접종량)이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지만, ‘변이(變異)바이러스’라는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바이러스는 막대나 공 모양의 아주 단순한 모양이며, 생존에 필요한 기본 물질인 핵산(核酸, DNA 또는 RNA)과 그것을 둘러싼 단백질 껍질로 이루어져 있다. 바이러스는 숙주 없이는 무생물에 가깝지만, 숙주세포만 있으면 생물 흉내를 내며 진화한다. 사람에게 감염되는 바이러스를 인체 바이러스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크게는 동물 바이러스에 포함된다.
코로나19 백신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나 그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을 인체에 주입해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우리 인체는 한 번 약하게 바이러스를 경험하면 면역이 생겨 나중에 실제 코로나 바이러스가 침투해도 바로 막아낼 수 있다.
문제는 코로나 백신이 최근 전 세계로 빠르게 퍼지고 있는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에서 발생한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즉, 영국 아스타라제네카의 백신은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는 예방 효과가 10% 수준에 그치고, 미국 화이자의 백신은 영국과 남아공발(發) 변이 바이러스를 막아내기는 하지만, 이전보다 항체(抗體)가 2-10배 더 필요하다.
최근 발생한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는 주로 표면에 돌기처럼 솟은 스파이크(spike) 단백질에서 돌연변이가 생겼기 때문에 스파이크에 결합하는 항체가 주무기인 백신은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과학자들은 기존 백신의 항체 단백질 대신 T세포(T cell)가 변이 바이러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코로나 백신의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T세포를 더 효과적으로 자극하는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으며, 또한 변이 바이러스가 생겨나고 있어 선진국 국민들만 백신을 맞는다고 해서 코로나 사태를 종식시킬 수 없다. 이에 WHO가 추진하는 COVAX(국제 백신 공동 구매 프로제트)가 올해 말까지 20억회분(도스)을 확보해 중진국 및 저개발 국가에 공급한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코로나 누적 사망자가 50만명을 넘어섰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Worldometer)에 따르면, 2월 21일 오후 6시(미 동부 시각) 기준으로 미국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2875만8300명, 총사망자는 51만1009명으로 집계됐다.
한편 이스라엘에서는 코로나 백신 2회 접종자에게 녹색배지(green pass)를 발급하며, 녹색배지 소지자들은 식당, 호텔, 교회, 헬스클럽 등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 예방접종을 받아 집단면역이 형성되도록 협조하여야 한다. 1, 2차 접종 권고 간격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8-12주, 화이자 백신은 3주이므로 접종 간격을 지켜 동일한 백신으로 두 번 접종을 완료하여야 한다.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회복된 사람도 예방접종을 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