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형’ 나훈아 신드롬①] ‘뽕짝’이면 어때? 진심만 담겼는데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음악이 육체와 영혼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었으며, 미주(美洲) 대륙의 원주민들은 수세기 동안 치료 의식에 노래를 포함시키기도 했다. 음악치료가 현대적으로 구체화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전쟁의 충격으로 고통스러워하는 군인들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음악치료는 현대의학이 다루는 신체 생리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직접 닿을 수 없는 다양한 영역에 이르기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우리 일상생활과 친숙한 예술 장르인 음악이라는 점에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 칼 융(Carl Jung, 1875-1961)은 “치유(治癒)란 인간을 창의적으로 만들며, 자신의 존재를 실험하도록 동기를 유발시키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한국의 트로트(trot)는 ‘뽕짝’이란 별칭으로 불리기도 하며, 미국과 영국 등의 폭스트로트(fox-trot)에 바탕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에 트로트풍(風)의 음악이 도입된 것은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말부터. 이보다 앞서 일본에서는 일본 고유의 민속음악에 서양의 폭스트로트를 접목한 엔카(演歌)가 유행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트로트는 1960년대부터 다시 발전하기 시작한 뒤, 1970년대에 이르러 폭스트로트의 4분의 4박자를 기본으로 하되, 강약의 박자를 넣고 독특한 ‘꺾기 창법’을 구사하는 독자적인 가요 형식으로 완성되었다.

트로트를 논문 주제로 미국 텍사스주립대에서 음악인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한국교원대학교 손민정 교수(음악교육과)는 “트로트는 한국 어디에나 있는 ‘유비쿼터스 뮤직’(ubiquitous music)”이라고 말한다. 손 교수는 트로트 스타 계보를 1950년대 이난영 남인수, 60년대 이미자 배호, 70년대 남진 나훈아, 80년대 주현미, 90년대 송대관 태진아 설운도 현철, 2000년대 장윤정 박현빈, 그리고 트로트 르네상스에 불을 지핀 송가인(미스트롯) 임영웅(미스터트롯)으로 정리한다.

가수 나훈아(羅勳兒: 본명 崔弘基)는 1947년 2월 11일 부산에서 태어나서 부산 대동중학교 졸업 후 서울 서라벌예술고등학교에 진학했다. 1968년 노래 “내 사랑”으로 데뷔하여 800곡 이상의 자작곡(自作曲)을 포함해서 2600곡 정도의 취입곡이 있다. 나훈아는 트로트의 황제, 가황(歌皇)이라는 별명이 잘 어울리는 가수다.

나훈아의 특징은 묵직하고 중후함이 느껴지는 저음과 특유의 절묘한 고음, 그리고 이를 활용하면서 나오는 트레이드마크인 ‘꺾기’로 대표되는 나훈아 특유의 창법은 가요계에 엄청난 충격을 가져왔다. 대부분의 히트곡은 본인이 작사하고 작곡한 곡이다. 나훈아는 가창력과 더불어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하는 무대 장악력과 무대 연출능력이 뛰어나다. 그는 간헐적인 콘서트(나훈아 빅콘서트)외에는 방송출연 등의 연예 활동을 하지 않은 채 칩거(蟄居)생활을 반복했다.

가수 나훈아(73)가 장기간 계속된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인하여 몸과 마음이 지친 국민들을 위로하기 위하여 지난 추석 특집 ‘2020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대형 공연을 2시간 40분 동안 KBS-2TV를 통해 전국에 방송했다. 나훈아가 29곡을 부른 콘서트의 출연료를 받지 않고, 대신 원하는 모든 연출과 소신 발언을 하는 것으로 정성을 쏟았다고 한다. TV 시청자들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옷 19벌을 무대위에서 갈아입고 공연했다. KBS 방송에 대한 멘트는 정말 국민들을 위한 방송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훈아가 작사ㆍ작곡한 ‘테스형’은 지난 8월 20일에 발표한 나훈아의 ‘아홉 이야기’(내게 애인이 생겼어요, 명자!, 테스형!, 딱 한번 인생, 웬수, 감사,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모란동백, 엄니)에 들어있는 노래다. 이들 신곡 중에서 최고는 ‘테스형’이다.

어지러운 이 시대에 ‘소크라테스’를 소환하는 그의 안목이 놀랍다. 그는 진정한 문화 창조자이다. 테스형의 가사(歌詞)는 다음과 같다.

“어쩌다가 한바탕 턱 빠지게 웃는다 / 그리고는 아픔을 그 웃음에 묻는다 /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 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 /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 아! 태스형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 이래 /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

울 아버지 산소에 제비꽃이 피었다 / 들국화도 수줍어 샛노랗게 웃는다 / 그저 피는 꽃들이 예쁘기는 하여도 / 자주 오지 못하는 날 꾸짖는 것만 같다 / 아! 테스형 아프다 세상이 눈물 많은 나에게 /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세월은 또 왜 저래 / 먼저 가본 저세상 어떤 가요 테스형 / 가보니까 천국은 있던 가요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나훈아는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형(兄)이라고 부르며,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라고 외쳐 국민들의 공감을 얻었다. 최근에는 ‘사투리 버전’이 유행하고 있다. 경상도 버전은 “테스 행님아, 세상이 와 이카노, 와 이리코롬 빡시노”라고, 전라도 버전은 “테스 성, 시상이 왜 근당가, 왜 이라고 뻗치당가”라고 소리치고 있다. 유튜브에는 충청도 버전, 강원도 버전, 영어 버전 등도 있다.

‘테스형’의 인기비결은 가사(歌詞)가 탁월하고 창의적이며, 힘들고 지친 국민을 위로하는 공감능력이 있다. 내용은 묵직하나 리듬은 밝고 경쾌하다. 그리고 나훈아의 뛰어난 가창력(歌唱力)과 탁월한 표현력이다. ‘테스형’이 2030세대의 열광적 인기를 모아 BTS와 경쟁하여 한때 음원 차트 1위를 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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