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발 관리②] 하이힐보단 발에 편한 신발을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필자는 왼쪽 발에 무지외반증(hallux valgus)이 있으나 통증이 없어 편한 신발을 신고 다닌다. 무지외반증이란 엄지발가락(무지)이 두 번째 발가락 쪽으로 과도하게 휘고, 엄지발가락과 관절을 이루는 첫 번째 중족골(中足骨)은 반대로 발 안쪽으로 치우치는 외반(外反) 변형을 말하며 양쪽 발에 있는 경우가 많다.
한편 소지외반증이란 새끼발가락의 중족지관절이 튀어나와 중족골두가 돌출되고 새끼발가락이 안쪽으로 굽어 변형된 증상을 말한다.
무지외반증은 대개 제1중족 발가락 관절의 형태를 전위, 상합성, 아탈구(약한 탈구) 등 3가지로 나눈다. 상합성인 경우는 변형이 발생하거나 진행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위 또는 아탈구된 경우에는 변형이 증가하며, 특히 아탈구된 경우에는 변형이 뚜렷하게 발생한다.
합병증으로 엄지발가락이 옆으로 휘어 관절에 비정상적인 힘이 가해져 퇴행성관절염이 발생할 수 있으며, 엄지발가락이 지지해야 할 발바닥 압력이 2, 3번째 발가락으로 옮겨지면서 발바닥에 굳은살이 생길 수 있다. 발가락 뼈 사이의 신경이 붓고 통증이 발생하는 지간신경종이 합병될 수도 있다.
무지외반증은 발 통증으로 족부(足部) 전문의를 찾는 가장 흔한 질환이다. 40세 이상에서 무지외반증 유병률은 64.7%로 중년층 이상에서 흔한 족부 질환이며, 발의 모양과 변형, 이로 인한 불편함도 모두 다르다.
이에 무지외반증이 있는 발을 ‘칼발’로 만들고 싶어 하는 미용적 욕구가 강한 사람, 모양보다는 통증 개선에 대한 요구도가 높은 사람, 그리고 다른 발가락 변형까지 동반돼 치료가 복잡한 사람도 있다.
무지외반증 환자의 20-30%는 발아치(arch) 변형, 발가락 관절염, 소족지 변형(발가락이 완전히 구부러지고 안쪽으로 쏠리는 형태), 발가락으로 가는 신경이 발가락 뿌리 부분에서 압박되어 두꺼워지는 지간신경종(指間神經腫, interdigital neuroma) 등의 동반질환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경우에는 동반질환도 같이 치료해줘야 한다.
무지외반증 원인은 선천적 요인과 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선천적 요인으로는 원위중족 관절면 각이 과다한 경우, 평발과 넓적한 발, 원발성 중족골 내전증, 과도하게 유연한 발 등이다. 후천 요인으로는 신발코가 좁은 신발 또는 하이힐 등의 굽이 높은 신발을 자주 이용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또한 유전학적인 요인으로 모계 가족력의 확률이 높으며, 류마티스 관절염(rheumatoid arthritis)의 합병증으로 생기는 경우도 있다.
증상은 제1중족 발가락 관절 안쪽의 돌출 부위(건막류)의 통증으로 이 부위가 신발에 자극 받아 두꺼워지고 염증이 생겨 통증이 생긴다. 또한 두번째 또는 세번째 발가락의 발바닥 쪽에 굳은살이 생기고 통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두번째 발가락이 엄지발가락과 겹치면서 굳은살 및 압박성 피부궤양이 발생하기도 하며, 관절이 탈구(脫臼, dislocation)되기도 한다.
진단은 외형적 변형만으로 진단할 수 있으나 적절한 치료 방침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방사선 촬영 검사가 필요하다. 의사는 제1중족 발가락 관절 안쪽 돌출 정도, 엄지발가락과 두 번째 발가락의 겹침 정도, 관절 자체의 통증 여부,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발가락 아래의 굳은살 및 통증 여부, 관절 탈구 여부, 새끼발가락 쪽의 돌출 여부, 관절운동 범위, 편평족(扁平足, flat foot) 여부, 아킬레스건(Achilles tendon) 단축 여부 등에 대해 진찰한다.
치료 여부는 환자의 불편함 정도와 의학적 소견을 종합하여 결정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불편함의 정도이며, 아무리 변형이 심하다고 해도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의 경우 외관상의 개선이나 예쁜 구두를 신고 싶어서 수술을 원하는 경우에도 수술 부위에 흉터가 남으며, 수술 후에도 하이힐 등의 불편한 신발은 신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보존적 치료는 돌출 부위를 자극하지 않는 가장 편한 신발을 신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발가락 쪽이 넓고 굽이 낮은 신발이 추천되며, 운동화를 신는 것이 가장 좋다. 엄지발가락의 돌출 부위 및 두 번째 세 번째 발가락 아래가 자극되지 않도록 신발 안에 교정 안창을 넣기도 한다. 수술적 치료는 일반적으로 돌출 부위의 뼈를 깎아내고 내외측으로 치우친 뼈를 잘라서 각을 교정하며 짧아진 근육 및 연부 조직을 늘려주는 것이다.
무지외반증을 예방하기 위하여 발가락 부위가 넓고 굽이 낮은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좋으며, 평발(편평족)인 경우 발바닥 안쪽을 지지해주는 안창 사용이 도움이 된다. 발가락 사이에 공간을 확보해주며, 제1중족 발가락 관절 안쪽 돌출 주위(건막류)를 보호해주는 발가락 보조기를 착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증상이 없고 변형정도가 작은 대부분의 무지외반증 환자는 수술이 필요 없다.
우리의 발은 다리가 걷고 뛰는 기능을 수행하게 하는 기초가 된다. 변형과 통증 등으로 발과 발목이 적절하게 기능을 하지 못하면 무릎과 허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유연하고 통증이 없는 발을 유지하여야 한다. 신발은 발길이, 발볼 등이 적절한 편한 신발을 신도록 한다. 발을 깨끗하게 관리하고 발에 무리가 많이 간 날에는 족욕(足浴)이나 발마사지를 하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