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버섯과 흑색종 피부암ⓛ] 어떻게 다른가?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마마자국처럼 굵었던 땀구멍도 졸아들고 검버섯이 핀 얼굴이 푸릇푸릇하다.”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6권에 등장하는 인물의 얼굴을 묘사한 구절이다.
필자는 왼쪽 콧잔등에 검은 점이 생겨 동네 피부과의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원장은 “‘검버섯’인 것 같으나 ‘흑색종 피부암’일 수 있으니 종합병원에서 조직검사를 해보라”며 진료 의뢰서를 발급해 주었다. 세브란스병원 피부과에서 조직검사를 한 결과 ‘검버섯’으로 진단했다.
검버섯(age spot, liver spot)은 주로 노인 피부에 생기는 거무스름한 얼룩점으로 “검버섯이 피다” “검버섯이 생기다”라는 포현으로 주로 쓰인다. 검버섯은 피부 노화로 발생하는 피부의 양성 병변으로 주로 중년 이후에 발생한다. 다른 말로는 ‘저승꽃’이라고도 한다. 젊은 성인이나 청소년에서도 발병하는 경우가 있다.
검버섯은 의학용어가 아니며, 정식 의학용어는 지루성 각화증(脂漏性角化症, seborrheic keratosis)이다. 지루성 각화증은 얼굴, 머리, 체간(體幹, trunk) 등에 많이 발생한다.
정상피부색, 담갈색, 갈색, 흑갈색 등 여러 가지 색조를 나타내고 표면은 각화성으로 피부의 각질이 증식한 상태로 피부가 두껍고 딱딱해 지며 자각증상은 없다. 직경은 5-10mm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몇 cm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지루성 각화증은 양성이고 반드시 치료해야 하지는 않지만, 환자가 미용상 문제로 제거를 원하는 경우에는 외과적으로 제거한다. 즉 지루성 각화증의 병변부위를 외과용 메스로 정방향으로 평평하게 제거하며 제거 후에는 창상(創傷)을 소독한다. 또한 동결요법이나 전기메스, 레이저메스 등을 이용하여 열에너지에 의해 조직을 제거할 수도 있다.
지루성 각화증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노화, 자외선 노출, 유전 요인, 인유두종 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 HPV) 등과 관련 있다고 보고 있다. 인유두종 바이러스는 동물의 피부나 피하를 통해 감염되는 바이러스로 일부는 인간에게 유두종을 유발한다. 인유두종 바이러스는 현재까지 DNA 수준에서 34종 이상의 형태가 다른 것이 알려져 있다.
지루성 각화증은 악성 변화를 거의 일으키지 않지만 드물게 피부암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여러 연구에서 지루성 각화증은 흑색종(黑色腫), 악성 에크린한선종(eccrine 汗腺腫), 기저세포암(基底細胞癌), 편평세포암 등으로 변화할 수 있으며, 이 중 기저세포암으로 가장 많은 악성 변화가 일어난다. 따라서 병변의 급격한 크기 증가, 세포조직의 일부 괴사 등 이상 소견이 보이면 감별을 위한 조직검사가 필요하다.
피부암이란 인체의 가장 바깥층인 피부에 발생하는 종양을 말한다. 피부암은 편평상피암, 기저세포암, 흑생종, 카포시육종(Kaposi’s sarcoma), 파젯병(Paget disease), 유방외(乳房外)파젯병, 균상식육종(菌狀食肉腫) 등 여러 가지 악성 피부질환을 총칭하는 말이다. 피부암은 크게 악성 흑색종와 흑색종 이외의 피부암으로 분류한다. 악성흑색종을 제외한 비(非)흑색종 피부암은 다른 부위의 암에 비해 전이확률이 낮아 사망률도 낮은 편이다.
피부암 원인은 질환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기저세포암은 오랜 기간의 자외선 노출이 주요인이며, 편평세포암의 주요 위험인자는 자외선 노출로써, 대부분 광선각화증이나 보웬병(Bowen’s disease) 같은 질환이 먼저 발생하고 이어서 편평세포암이 발생한다. 흑색종은 아직 확실하지 않으나, 유전적 요인과 자외선 노출이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모나 자식에게 흑색종이 있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8배의 높은 발생률을 보인다.
기저세포암의 흔한 침범부위는 얼굴이며, 손과 팔에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 편평세포암은 얼굴 상부, 손등, 팔등, 아랫입술, 귓바퀴 등에 생기며, 병변은 결절판 모양, 사마귀 모양, 궤양 등의 다양한 형태로 진행하고 만졌을 때 딱딱하다. 흑색종의 흔한 침범부위는 손발가락, 얼굴(특히 코와 뺨), 등, 정강이 등이다. 대부분 증상이 없이 평범한 검은 반점이나 결절로 보이며, 병변이 대칭적이지 않고 경계가 불규칙하고 색깔이 다양하고 직경이 0.6cm 이상이다.
2020년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의하면 2018년 우리나라에서 24만3837건의 암이 새로이 발생했는데, 그 중 악성흑색종은 587건(남자 295건, 여자 292건)으로 전체 암 발생의 0.2%를 차지했다. 인구 10만명당 조발생률(粗發生率)은 1.1건이며, 남녀의 성비는 1:1로 비슷하게 발생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70대가 27.3%, 60대가 22.8%, 50대가 18.6%의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