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버섯과 흑색종피부암②] 흑색종 자각증상 없어 조기 검사를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피부암이란 인체의 가장 바깥층인 피부에 발생하는 종양을 말한다. 피부암은 편평상피암, 기저세포암, 흑생종, 카포시육종(Kaposi’s sarcoma), 파젯병(Paget disease), 유방외(乳房外)파젯병, 균상식육종(菌狀食肉腫) 등 여러 가지 악성 피부질환을 총칭하는 말이다. 피부암은 크게 악성 흑색종와 흑색종 이외의 피부암으로 분류한다. 악성흑색종을 제외한 비(非)흑색종 피부암은 다른 부위의 암에 비해 전이확률이 낮아 사망률도 낮은 편이다.
피부암 원인은 질환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기저세포암은 오랜 기간의 자외선 노출이 주요인이며, 편평세포암의 주요 위험인자는 자외선 노출로써, 대부분 광선각화증이나 보웬병(Bowen’s disease) 같은 질환이 먼저 발생하고 이어서 편평세포암이 발생한다. 흑색종은 아직 확실하지 않으나, 유전적 요인과 자외선 노출이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모나 자식에게 흑색종이 있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8배의 높은 발생률을 보인다.
기저세포암의 흔한 침범부위는 얼굴이며, 손과 팔에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 편평세포암은 얼굴 상부, 손등, 팔등, 아랫입술, 귓바퀴 등에 생기며, 병변은 결절판 모양, 사마귀 모양, 궤양 등의 다양한 형태로 진행하고 만졌을 때 딱딱하다. 흑색종의 흔한 침범부위는 손발가락, 얼굴(특히 코와 뺨), 등, 정강이 등이다. 대부분 증상이 없이 평범한 검은 반점이나 결절로 보이며, 병변이 대칭적이지 않고 경계가 불규칙하고 색깔이 다양하고 직경이 0.6cm 이상이다.
2020년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의하면 2018년 우리나라에서 24만3837건의 암이 새로이 발생했는데, 그 중 악성흑색종은 587건(남자 295건, 여자 292건)으로 전체 암 발생의 0.2%를 차지했다. 인구 10만명당 조발생률(粗發生率)은 1.1건이며, 남녀의 성비는 1:1로 비슷하게 발생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70대가 27.3%, 60대가 22.8%, 50대가 18.6%의 순이었다.
악성도가 높은 악성흑색종(malignant melanoma)의 경우 가려움이나 통증 같은 자각 증상이 없다. 일반인에게 ‘ABCD 관찰법’이 도움이 된다. 즉, Asymmetry(비대칭성), Border irregularity(불규칙한 경계), Color variegation(색조의 다양함), Diameter(직경이 0.6cm 이상) 등이다. 그러나 모든 악성흑색종이 ‘ABCD’의 모양을 보이는 것은 아니며, 다른 질환도 이 기준을 따르기도 한다.
‘비대칭성’은 일반 점은 중심점으로부터 균등하게 성장하기 때문에 좌우 대칭적인 형태를 보인다. ‘불규칙한 경계’는 일반 점은 종양의 가장자리 모양이 굴곡이 없는 부드러운 곡선의 형태를 보인다. ‘다양한 색상’의 경우 일반 점은 표면의 빛깔이 한 가지 색으로 균일한 색조를 보인다. ‘직경이 0.6cm이상’은 일반 점은 대부분 크기가 0.6cm를 넘지 않는다.
악성흑색종은 빨리 진단 받고 치료하는 것이 예후를 결정한다. 흑색종 진단은 조직검사로 확진할 수 있다. 흑색종이 맞을 경우, 브레슬로(Breslow) 두께를 측정하여 절제수술시 범위와 감시림프절생검의 시행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검사를 통해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지를 확인하고 그에 맞추어 치료법을 선택한다.
일반적으로 악성흑색종은 모양, 발생양상, 분포 등의 특성에 따라 선단 흑자성 흑색종, 결절성 흑색종, 표재 확장성 흑색종, 악성 흑자 흑색종 등 4가지 형태로 분류하고 있다. 선단 흑자성 흑색종(Acral Lentiginous Melanoma)은 사지 말단부위, 손바닥, 발바닥, 손가락, 발가락에 주로 발생하며 동양에서 가장 흔한 유형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악성흑색종 중 약 52-80%를 차지한다. 표재 확장성 흑색종(Superficial Spreading Melanoma)은 서양에서 가장 흔한 유형으로 70%를 차지한다.
국내에서 매년 3000여명이 악성 흑색종으로 진단되며, 이 중 70% 이상이 손·발톱 혹은 손·발바닥에서 발생하고 있다. 모든 손·발톱에 발생할 수 있으나 특히 엄지 손·발톱에 생기는 병변은 악성일 가능성이 높다. 엄지에 3mm 이상의 검정색 띠 모양의 병변이 생겨서 색이 진해지고 점차 범위가 넓어지는 양상을 보이거나 손·발톱에 국한하지 않고 주변 살점으로 퍼지는 경우, 시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는다면 피부과나 성형외과를 찾아 정밀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미국합동암위원회(Joint Committee on Cancer, AJCC)는 종양의 두께와 조직침범 정도를 기준으로 흑색종의 진행단계를 4단계로 분류한다. 1기와 2기에서 예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병변의 두께와 궤양의 유무이다. 궤양이 있을 경우 병기가 더 진행한 것으로 본다. 3기에서는 전이된 림프절의 수이며, 림프절이 밖에서 만져질 경우 병기가 더 진행한 것으로 본다. 4기에서는 전이된 병소의 수와 전이된 장기의 위치이며, 내부 장기로 전이되었을 경우 예후가 나쁘다.
치료는 발생 초기부터 다른 장기로 전이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조직 침범 깊이가 예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악성도(惡性度)가 높은 종양이므로 조기 진단과 수술적 완전 절제가 치료의 근본이다. 치료는 외과적 수술치료가 흑색종의 가장 보편적이면서 확실한 치료 방법이며, 눈에 보이는 종양과 이를 둘러싼 정상으로 보이는 피부를 함께 제거한다. 이유는 정상으로 보이는 피부도 관찰하면 암세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진행된 암인 경우 전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 면역요법 등을 시행 할 수 있다. 암이 진행된 경우, 원발 부위와 국소 림프절을 절제한다. 수술 후에 재발을 막기 위하여 고용량 인터페론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최근 흑색종 치료에 각광받는 것은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 point inhibitor)를 활용하여 환자 자체의 면역체계를 활성화 시키는 방법이다.
피부암 예방을 위하여 햇빛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몸에 생기는 점에 관심을 가지고 검사하여야 한다. 약 80%의 피부암은 태양빛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함으로써 예방할 수 있다. 외출할 때는 태양광선을 차단할 양산이나, 모자, 긴 옷 그리고 자외선차단제, 선글라스 등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햇볕이 강한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는 가급적 야외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자외선은 구름을 뚫고 들어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몸에 점이 많은 경우, 크기나 모양이 일반적이지 못한 경우, 특히 손바닥과 발바닥에 이상한 점이 있거나 손톱과 발톱에 검은색 띠가 나타나는 경우 피부과 전문의 진료를 받도록 한다. 선천성모반(갈색 반점), 특히 거대선천성모반이 있는 경우에는 전문의의 정기적인 상담이 도움이 되고 비정상적인 병변인 경우에는 예방적 제거가 필요할 수 있다.
흑색종은 자각증상이 없으므로 초기에 피부검사를 통해 일반 모반(색소반점, nevus)이나 점(點, spot)과 구별해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