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자의 비애①] K-방역 자랑말고 백신 확보를

러시아산 코로나 백신 ‘스푸트니크 V’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미국인들은 앤서니 파우치(80)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장을 ‘감염병 대통령’이라 부르며 신뢰한다. 파우치 소장이 12월 19일 CNN에 나와 어린이에게서 “코로나가 퍼지는데 산타 할아버지가 올 수 있나요”란 질문을 받고 “내가 북극으로 출장을 가서 산타에게 백신을 놔주었다”고 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COVID-19 백신주사를 맞고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데, 우리는 언제쯤 확실히 맞을 수 있을까?

의사이자 과학자인 파우치 박사는 1966년 코넬대 의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28세에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취직했다. 1984년 레이건 대통령 시절부터 지금까지 36년 동안 6명의 대통령 밑에서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Allergy and Infectious Diseases, NIAID) 소장으로 일해왔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일하게 되면 대통령 7명과 일하는 셈이다.

파우치 소장은 에이즈, 에볼라 등의 감염병 위기 때마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주도하며 미국인에게 감염병의 위험과 예방법을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신이 없어도 결국 코로나는 사라질 것”이란 주장을 펴자, 파우치 박사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12월 18일 “백신 덕분에 COVID-19를 부숴버릴 수 있을 것”이라며 22일 보건복지부 장관, 국립보건원장 등 보건당국자와 함께 모더나(Moderna) 백신주사를 맞았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방송에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1분기 접종이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유일하게 확보한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백신도 “1000만명분이 1분기에 모두 오는 것은 아니고 순차적으로 반입된다”고 밝혔다. 세계 30여국이 접종에 들어갔거나 12월 중 접종을 시작하므로 우리나라는 적어도 두 달 이상 늦어진다. 현재 백신만이 코로나19의 최종 해결사이므로 백신접종으로 집단면역을 확보해야 경제도 활성화될 수 있다.

국내 첫 코로나19(COVID-19)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로부터 327일 만에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 문재인 정부는 ‘K방역’으로 세계적인 방역 모범국이 됐다고 자랑하면서 홍보에만 1200여억원을 썼다. K방역은 지난 3월 1차 유행 시에는 코로나 진단키트와 드라이브 수루 검사 등으로 성공했으나, 11월 중순부터 본격화한 국내 ‘3차 대유행’에 대비한 방역준비는 미비했다.

한편 ‘T(Taiwan) 방역’이 COVID-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속에서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성공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코로나를 가장 잘 극복한 나라로 대만을 꼽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가 대만(타이완)에 처음 나온 것은 우리나라보다 하루 늦은 1월 21일이다. 대만정부는 먼저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우한(武漢)발 입국을 금지했고, 모든 입국객에 대한 코로나 검사를 엄격히 시행했다.

코로나 발생 사흘 만에 마스크 수출 금지와 배급제를 실시하면서 실시간 재고 앱을 만들어 발표했다. 그리고 코로나 무료검사를 실시해 무증상 감염자를 찾아내는 포착망을 조기에 구축했다. 대만 방역의 주요 개념은 상황을 예상한 강력한 사전 대비(超强部署)이다. 이에 최대 명절인 중추절(10월 1일)에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즐길 수 있었다.

인구 2381만명의 대만의 코로나 확진자는 12월 22일 오후 2시 기준 766명, 사망자는 7명에 불과하여 사망률은 0.9%이다. 그리고 4월 12일 이후 해외유입을 제외하면 대만 내 지역사회 감염 코로나 확진자는 한 명도 없어 ‘코로나 청정국가’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12월 23일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1092명(해외유입 32명) 늘어 누적 5만2550명이며, 사망자는 전날보다 17명 늘어 누적 739명이 되어서 평균 사망률은 1.41%다.

대만은 ‘방역’과 더불어 ‘경제’도 성공했다. 코로나 추경(追更)은 한국의 4분의 1 수준이지만 올해 2.5%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4배에 달하는 추경을 쏟아 붓고도 성장률은 -1.1%이다. 또한 올해 국내 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도 한국은 5.7%이지만, 대만은 1.5% 수준이다.

한국정부는 중국 눈치를 보고 있지만 대중 수출은 6% 감소했다. 그러나 대만은 중국과 정면으로 대치하면서 미국과 안보 협력을 강화했지만 대중 수출은 10% 늘었다.

지난 9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2020년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중 한 명으로 정은경(55) 질병관리청장(차관급)이 선정되자, 문재인정부는 “K방역이 세계가 본받아야 할 모범으로 인정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타임>은 차이잉원(64) 대만 총통을 표지 인물로 선정했다.

또한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는 차이잉원 총통을 2020년 여성(Women of 2020) 12명 중 한 명으로 뽑았다.

차이잉원은 국립대만대학 법학과 졸업 후 미국 코넬대에서 석사, 영국 런던정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후 1984년부터 대만 국립정치대학 법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2000년 대선에서 민진당 천수이벤 총통이 당선되면서 대륙위원회 주임(장관)에 발탁됐으며 2006년에는 행정원 부원장(부총리)까지 올랐다.

2016년 치러진 총통 선거에서 대만의 첫 여성 총통으로 당선되었으며, 2020년 재선에 성공한 중화민국 제15대 총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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