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기후변화’와 ‘코로나19’ 극복 없인 인류 미래 불투명
[아시아엔=최영진 <아시아엔> <매거진N> 편집위원, 도시·농림기상기술개발사업단(기상청 출연사업) 단장 역임] 인류의 멸망을 초래할 수도 있는 여러 시나리오 중에 중요하게 손꼽히는 주제는 기후변화로 일컬어지는 지구 온난화와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과 전파다. 이 두가지 주제의 공통점은 자연과 인간의 활동이 결합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연관되어 있을까? 혹은 별개의 문제일까? 이들 각각이 갖고 있는 자연적 특성 및 인간활동과 연계된 특성, 그리고 이들을 다루는 정책적 관점에서 이 주제를 생각할 수 있다.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현재진행형 팬데믹 COVID-19는 바이러스의 한 종류일 뿐이지만, 가장 풍부한 자료를 갖고 있어서 기후학자들 관심도 크다. 세계기상기구(WMO)는 기후변화와 전 지구적 보건정책의 연관성이 대중과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그 이유는 아직 그 상관 관계를 뚜렷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COVID-19의 전파와 활동성, 새로운 바이러스 출현이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는지, 그리고 정책적 시사점이 있는지를 WMO와 기후학자들의 연구활동을 통해 알아보자. 관련 내용은 public.wmo.int에서 찾을 수 있다.
기후변화가 긴 시간의 평균과 경향으로 특정된다면, 어느 장소에서 어느 순간의 대기상태는 바이러스 입장에서 환경으로 표현될 수 있다. 환경과 COVID-19의 관계에 대한 상식적인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즉 △기후변화가 감염병 전파에 영향을 줄까? △대기오염이 감염 위험성을 높이거나 증상을 악화시키나? △따뜻한 날씨가 확산을 느리게 하나? △기후변화 결과로 감염병 확산 확률이 높아지나? △왜 새로운 감염병 위험이 증가하나? △미래의 감염병 발병을 막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가장 위험에 처한 사회를 식별할 수 있을까? △기후변화와 감염병이 그들에게 해를 끼치는 방법과 이유를 파악할 수 있을까? △보건당국이 기후변화를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한 일인가?
2020년 8월, WMO는 50개국 400여명의 기후학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기후, 기상 및 환경요인과 COVID-19’에 관한 심포지엄을 열었다. 많은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병은 환경과 기상에 민감도가 있다. 몇몇 연구팀은 태양복사, 온도, 습도 및 자외선, 공기의 질 같은 환경변수들과 COVID-19의 상관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기후학자들은 이러한 연구를 할 수 있는 다양한 시공간의 기후분석 능력을 갖추고 있다.
COVID-19는 자외선에 민감도를 보이고 있으며, 온도, 습도 등의 기후와 기상조건에 뚜렷하고 일관된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기후변수가 영향이 있고 질병 전파의 위험을 낮추는데 영향이 있는지를 알기 위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기후학자들은 COVID-19 관련 풍부한 데이터를 이용하여 전염병 확산 모델링을 위한 데이터 세트를 구축하고 있다.
이 질병은 원래 북반구에서 초겨울, 온대기후대에서 나타났으며, 처음에는 매우 좁은 기후대에서 동서로 전파되었다. 이 때문에 기후 민감성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실은 국제 경제활동의 패턴을 더 그럴듯하게 반영하였다. WMO와 WHO는 이 문제에 관해 협력하고 있다. WHO는 COVID-19에 대한 신화와 가짜뉴스를 해소하기 위해 자주 묻는 일련의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지금까지의 증거로 보아 COVID-19는 덥고 습한 날씨를 가진 지역을 포함하여 모든 지역에서 전파될 수 있다. 더운 날씨와 영하의 날씨가 COVID-19를 죽일 수 없다. 자유낙하된 것이 2~3일 생존하기도 하고, 고온과 낮은 습도의 영향으로 외피막이 변형되기도 하지만, COVID-19의 공기전파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WHO의 공식입장이다.
COVID-19의 일반적인 전파경로는 2m 이내의 밀접접촉이다. 즉, COVID-19의 전파는 환경요인보다는 인간의 경제활동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COVID-19가 전파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오염이나 열파와 같은 환경은 환자들의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취약한 지역에 대한 기후정보 서비스가 WMO와 WHO가 협력하는 분야다.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들은 기후조건과 COVID-19 전파에 뚜렷하고 일관된 관계를 찾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인다. 그러나 전염병에 대한 이론이 확립되기 전인 19세기 중반에도 전염병과 기후조건이 관련이 있다는 것이 이미 알려져 있었다. COVID-19의 경우, 바이러스 전파에 민감한 영향을 미치는 기후인자가 파악되지 않았지만, 많은 종류의 바이러스들이 발생하고 전파되는 과정에 광범위하게 기후의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전 세계적으로 감염건수가 5천만명이 넘는다고 추정되는 댕기열의 경우, 주로 모기와 같은 절지동물에 의해 매개되는 바이러스 질병인데, 모기의 발생, 활동성, 산란과 서식 환경의 전 과정에서 기후의 영향을 받는다. 댕기열은 열대지방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하지만 전파를 고려하면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팬데믹이며, 혈액에 감염되면 치사율이 4%에 달한다고 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댕기열의 발생 양상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 기후변화에 대한 정보는 일반적인 바이러스의 위험을 예측하는데 절대적으로 중요한 정보라고 할 수 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에 따르면, 2050년 이전에 기온이 최대 섭씨 1.5도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기후변화의 결과로 갑작스러운 기온변화와 홍수, 허리케인, 가뭄 등이 극단적으로 나타난다면, 바이러스의 발생, 변화, 이상번식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1988년 유엔총회는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검토와 기후변화에 따른 사회경제적 영향, 그리고 국제협약에 포함될 수 있는 대응요소들에 대한 검토와 권고사항을 준비하기 위해 IPCC 설립을 인준했다.
IPCC는 그간 다섯 차례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를 통해 수많은 전문인력이 참여하고 연대하였으며, 기후변화 과학 평가의 체계를 세웠고, 실행의 문제를 다루었다. ‘기후변화 과학에 관한 실무 보고서’와 ‘기후변화 영향, 적응 및 취약성에 관한 실무 보고서’, 그리고 ‘기후변화 완화에 관한 실무 보고서’를 포함하는 제6차 평가보고서를 2021년 발간할 예정이다. 이 보고서들은 기후변화에 관한 거의 모든 내용을 다루고 있다.
기후변화는 일반적으로 바이러스의 발생과 전파에 영향을 주지만, COVID-19의 경우는 아직까지 그 전파에 뚜렷하게 영향을 주는 기후인자를 찾지 못했다. 그렇다면, 왜 여기서 이 둘의 관계를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한가? 기후변화 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감축목표에 관한 구체적 협약을 담은 교토의정서가 1997년 채택되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2016년 ‘기후비상사태’가 선포되었다.
그리고 옥스포드 사전은 ‘기후비상사태’를 2019년의 단어로 채택하였다. 기후변화에 관한 의정서와 국제협약이 있지만, 현재까지 각 국가의 양보는 요구되는 것에 비해 극히 미미하다. 화석연료 사용과 이산화탄소 저감과 관련해 각국은 소심하고 부정직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을 뿐이다. 그 결과 온실가스 농도와 지구 평균기온은 계속 기록을 깨며 증가/상승하고 있다.
인류에게 큰 위험요소인 이 두가지 문제 즉 기후변화와 COVID-19전파는 자연적인 특성에서도 닮은 점이 있지만, 국제적 연대와 대중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서 정책적 시사점이 있다. 온실가스 배출 감축 등의 기후변화 행동은 그동안 큰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기후비상사태를 맞이한 인류는 COVID-19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운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연관성을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그래서 별개의 문제로 볼 수도 있는 기후변화와 COVID-19 문제는 모멘텀이 증폭되는 모양이 비슷한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최근 이 문제를 다룬 적절한 논문이 발표되었다(Manzanedo, 2020). 이 둘은 모두 복잡하고, 직관적으로 알기 어렵기 때문에 정책결정자나 대중에게 매우 다루기 어려운 문제다. 그래서 COVID-19를 관리하는 각국 상황을 볼 때, 초기행동과 예견, 그리고 과학에 대한 신뢰가 대응의 열쇠라는 점이다.
이 두가지 위기 사이의 유사성과 차이점, 그리고 정책적 참고사항은 다음과 같다. 즉, △높은 모멘텀 동향(가속도 또는 시간 지연) △돌이킬 수 없는 변화 △사회적·공간적 불평등 △국제연대의 약화 △사건발생 후의 처리보다 예방 비용이 더 적게 든다는 점이다.
이 항목들을 조금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인위적인 기후변화에 대해 경고해 왔으며, 최악의 결과를 방지하기 위해 강력한 초기행동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중국에서 SARS-COV-2 확산의 조기경고에 대해 필요한 초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처럼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필요한 조치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지 않다.
기후변화와 COVID-19의 전파는 모두 상당 기간 문제의 진행을 파악하기 어려운 기간이 있다. COVID-19는 잠복기가 있고, 무증상 전파자가 있으며, 적절한 상황이 되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 마찬가지로 기후변화도 복잡하고 느린 시간 차원을 갖고 있어서 위기는 그것을 방어하기 위해 너무 늦었을 때만 명백해질 수 있다. 기후상태가 특정 임계값을 넘어가면 갑작스럽고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계속될 수 있다는데 점점 더 많은 기후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대규모 기후패턴의 변화는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고, 되돌리기 어려운 기후과정을 작동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북극의 제트기류, 바다 염분의 변화, 영구 빙하가 녹아 방출되는 메탄가스를 제어하기 어렵게 될 가능성이 높다. COVID-19에서 감염원을 밝히고 최대한 빨리 그 전파를 차단하려는 것도 이와 비슷한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최근 호주에서 보도된, COVID-19 확진자 한 명의 거짓 진술로 초기차단에 실패하여 엄청나게 큰 파장으로 증폭된 것이, 이 상황을 이해하기 쉬운 예라고 할 수 있다.
기후변화나 COVID-19 모두 경제적으로 어렵고, 사회가 불안정하며 사회안전망 기반이 취약할수록 급변하는 사태로 위기가 닥쳤을 때 극복이나 회복이 어렵다. 그 결과로 불평등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격차는 매우 크고 광범위하다. COVID-19 사태로 고도로 세계화된 현재 사회가 위험에 처하자 지역주의가 확대되고 있다.
각 국은 다른 국가가 어떤 대가를 치르게 하든 상관없이 자국민을 보호하려는 입장을 취한다. 기후변화도 국제협약이 있어도 자국의 경제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최대한 소극적 입장을 취한다. 기후변화 문제의 국제적 행동의 연대는 COVID-19보다 훨씬 어렵다. 전염병은 치료보다 예방이 비용이 적게 든다.
기후변화로 인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이 각국의 입장에서 손해나 낭비로 간주되는 것처럼 여겨진다. COVID-19와 기후변화의 다른 점은 전염병은 감염자를 차단할 수 있지만, 기후변화는 지역주의로 차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가 할 일은 사실, COVID-19 사태에서 경험한 것처럼 명확하다. 어렵다고 여겨지는 과학적 내용을 쉽게 그리고 정확하게 대중에게 끊임없이 전달하고, 각 정부의 정책이 거둔 성과에 관한 정량적 정보를 끊임없이 공개하고 평가받아야 한다. 기후변화가 북극에 사는 곰의 문제, 영토가 사라지고 있는 섬나라의 문제가 아닌, 나에게 닥칠 수 있는 문제임을 인식하는, 대중의 일상화된 참여가 있어야만 기후변화 완화가 조금이라도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