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총 균 쇠’ 저자 다이아몬드의 ‘섹스의 진화’

[아시아엔=최영진 <아시아엔> 편집위원, 도시농림기상기술개발사업단(기상청 출연사업) 전 단장] “Why is SEX fun?”이 책의 영문판 제목은 다소 도발적이다. 한국어 번역판 제목인 <섹스의 진화>는 영문판 책의 부제 ‘The evolution of human sexuality’와 같다.

저자인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총균쇠’라는 책으로 유명하다. 1937년 출생하였으며,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생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조류학, 진화생물학, 생물지리학으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나갔으며 라틴어, 그리스어,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등 수개 국어를 구사한다. 진화생물학이나 인류학에 관해 ‘디스커버Discover’, ‘네이처Nature’, ‘내추럴 히스토리Natural History’ 등에 글들을 기고하여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해박한 저자의 가설과 논리적인 추론의 전개와 비교 예시를 따라가다 보면 재미있게 완독할 수 있다. 적어도 성의 진화라는 주제로 토론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의 성은 특별한가? 예외적인가?

1장 첫 페이지에 상상 속 개의 입을 빌려 다이아몬드의 모든 질문이 축약되어 있다. 읽다 보면 다소 얼굴이 붉어질 수도 있다.

이 책의 첫번째 포인트는 인간의 섹스의 방식은 몇 가지 면에서 매우 특이하다는 것이다. 지구상의 3000만종의 동물 중에서 가장 특이한 면은, 시도 때도 없이 섹스를 즐기며 둘만의 공간에서 몰래 한다는 것, 그리고 모든 여성이 거의 예외 없이 어떤 시점에 더 이상 생식활동을 유지하지 않는 폐경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모든 유성생식 생물종의 관점에서 본 정상적인 성 행동은 배란기에만 섹스를 하며, 승자가 공개적으로 섹스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많은 비교 관찰로 설명되었다.

두번째 포인트는 인간의 특이한 성적 행동이 진화론적으로 호모사피엔스의 성공적 번성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를 논리적으로 추론하는 것이다. 다이아몬드는 이 부분을 고도의 두뇌게임으로 펼쳐 보임으로써 추리소설을 보는 것 같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위대한 담력 게임

인간의 진화론적 번성의 포인트는 직립보행과 큰 뇌의 발달이다. 큰 뇌를 감당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직립상태에서 자궁과 산도가, 감당할 수 있는 적정선에서 미성숙한 아기가 태어난다. 그 결과, 출산과 육아는 혼자 감당할 수 없는 공동의 과제가 된다.

많은 생물종의 경우에 수컷이 수정 후 떠나고, 암컷이 혼자 출산과 육아를 감당하거나, 혹은 아기가 혼자 자라게 되는데, 그 이유는 그렇게 해도 유전자가 전달되고 종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은 그렇게 할 경우에 아기가 성장하여 성체가 되기 어렵기 때문에 역할 분담과 협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둘만의 비밀스러운 섹스의 결과 수정이 되었는데, 나의 아기일까? 암컷은 자신의 아기임을 확신할 수 있고,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그리고 성장과정에서도 많은 투자를 하였으니 애지중지 키우는 것이 당연한 전략이다.

그러나 수컷이 떠나버린다면, 이 전략이 성공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수컷을 계속 육아에 참여시키기 위한 암컷의 전략은 무엇인가? 수컷의 입장은 어떤가? 떠날 경우 새로운 짝을 만나 같은 과정을 새로 시작할 수 있으나, 결과도 반복되는 과정일 뿐이다. 남아서 육아를 분담하면 확실하게 나의 유전자가 계속 번성할 수 있다. 그런데 내 아기가 아니라면? 이 개체는 진화적 패자가 될 것이다. 인간의 성적 딜레마는 남녀가 수년에 걸쳐 아기를 돌봐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늘 주위에 있는 다른 성인들로부터 끊임없이 유혹을 받는다는 것이다.

다이아몬드는 알락딱새의 외도행각과 외도의 결과가 주는 진화적 이득을 ‘아빠를 집에’와 ‘여러 아빠’ 가설로 설명한다. 알락딱새와 돈조반니와 비교하면 인간의 상상력이 움찔해진다. 추론과 관찰, 통계 숫자가 보여주는 진화생물학의 방법론이 흥미롭다.

인간의 성의 진화는 인간이 사회를 형성하고 사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직립보행과 큰 뇌만으로는 이해가 잘 안되는 사회 시스템 형성, 폐경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통해 이미 얻은 자손을 확실하게 키워 후손을 번성하게 하는 전략은 경이롭다. 직립보행과 큰 뇌, 그리고 특이한 섹스는 진화론적 번성 요인의 삼위일체라 할 수 있다.

생물학적 진화와 사회학적 진화

진화론은 이야기한다. 생명의 나무에서 어떤 위치가 다른 위치보다 우월하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성의 진화 역사에서, 많은 투자를 통해 확실한 몇 개를 지키고, 생명도 연장하는 ‘여’의 선택과 생명의 단축을 감수하고 끊임없이 적은 투자를 통해 몇 개를 얻는 ‘남’의 선택 중에서 어느 편이 진화론적 승리자일까? 대부분 일부일처제의 시스템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의 관점에서 보면 출산, 육아와 가사의 불균형을 여성이 감당하고 있으므로, 개체의 입장에서 보면 육아를 떠넘기지 못했으니, 여성의 진화론적 패배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런 구조에 대한 여성의 반란은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는 것이다.

자손을 남기지 못한 유전자는 전달되지 않으므로 유전자의 승리하고 할 수 없다. 이로 인해, 결국 배우자를 얻지 못하거나 자손을 얻지 못한 남성의 경우에도 유전자는 승리하지 못한다. 다이아몬드의 뉴질랜드 원주민 아체족 관찰 사례에 의하면, 사회적 동물로 진화한 것이 호모사피엔스 번성의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이며, 사회적 시스템을 거부한 개체는 지속하지 못했다. 사회적 합의의 규칙이 중요한 것 같다.

우리의 사회적 환경을 볼 때, 한편으로는 저출산정책을 논의하면서, 한편으로는 병역 의무의 평등을 이슈화 하는 현실은 어떻게 봐야 할까? 진화론은 살아남아 번성했다는 관점에서의 선택으로 설명되는데, 사회적인 환경도 하나의 선택압이 될 수 있을까? 이 지점에서 ‘Why is SEX fun?’이란 원제를 생각해 본다. 이것은 개체를 조정하는 유전자의 전략인가? 아니면 남녀의 게임인가?

이 부분은 과학적 연구가 필요한 전문 영역이므로 독자 수준에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이런 류의 논쟁은 호모사피엔스만이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이라고 생각된다. 독서는 팬데믹을 견디는 슬기로운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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