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 평창 ‘허브나라 이야기’…땀과 정성으로 32년 가꾼 생명공동체

『허브나라 이야기』(글 이두이, 그림 이지인, 반비, 2011.5.13 발행)는 14년이 훌쩍 지났어도 여전히 생생한 현재진행형이다.
강원도 평창 흥정계곡을 따라 자리한 허브나라농원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꿈꾸는 이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허브나라 이야기』는 허브나라농원의 시작과 성장, 그리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철학을 잔잔하게 풀어낸 책이다.
허브나라농원은 1993년, 이호순 이두이 부부가 나이 합쳐 100세가 되던 해에 돌밭을 일구며 첫 삽을 떴다. 작은 터전이던 농원은 30여 년의 세월 동안 약 3만 3천㎡ 규모로 확장되었으며, 현재는 라벤더, 세이지, 메밀 등 150여 종의 허브를 키우는 10여 개의 테마정원으로 나뉘어 있다. 셰익스피어 가든, 나비 가든 등 각 정원은 저마다 이야기를 품고 있어, 찾는 이들에게 다양한 감동을 준다.

이두이 대표는 이 책에서 허브나라농원의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돌투성이 땅을 일구고, 허브를 하나하나 심어가던 과정은 단순한 농장 운영기가 아니라 자연과 함께 숨 쉬고 성장하는 인생 이야기다. 이지인 작가의 따뜻한 그림은 글과 어우러져 허브나라의 아름다움과 소박한 철학을 더욱 깊이 전한다.
허브나라농원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허브를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과 문화공간을 운영하며 자연과 인간이 함께하는 삶의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허브차 한 잔의 여유, 향긋한 공기 속 산책, 작지만 깊은 자연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이곳은 현대인의 바쁜 일상에 잠시 쉼표를 찍어주는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허브나라 이야기』는 허브나라를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삶의 자세를 담담히 전한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 새 요즘 같은 봄날 허브나라가 내게 다가온다. 맑은 바람과 향 가득한 정원을 거닐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다음과 같은 문장들을 떠올려보는 것 또한 이 책이 던져주는 망외 소득이다.
“한 뼘의 땅을 일구는 것은 세상을 일구는 일이다.”
“꽃은 아무 조건 없이 피어나고, 허브는 향기로 대답한다.”
“돌밭에서 피어난 것은 꽃만이 아니었다. 기다림과 소망, 그리고 삶의 기쁨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