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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산책] 윤재석 ‘조국근대화의 주역들’…산업화 골든타임 이끈 조타수 17명 인터뷰

조국 근대화의 주역들

대한민국이 전쟁의 폐허를 딛고 산업국가로 도약하는 과정에는 수많은 무명의 기술인과 경영자들이 있었다. 윤재석 언론인이 펴낸 『조국근대화의 주역들』은 바로 그 숨은 영웅 17명의 삶과 업적을 조명한 귀한 기록이다. 이 책은 한국엔지니어클럽(Korea Engineers Club)이 기획하고 기파랑출판사가 2014년 출간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정치인이 아니라 엔지니어와 산업 리더들이다. ‘대한민국호의 조타수’라 불린 오원철, 과학기술 개발의 선봉장이었던 송곡 최형섭, 산업표준을 설정한 김재관, 포항제철 신화를 이룬 철강왕 박태준, 건설과 수자원 분야를 개척한 ‘건설 국보’ 안경모, 시멘트 재료공학을 일군 남기동 등, 각 분야의 선구자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한 ‘컴퓨터와 불도저를 겸비한’ 추진력의 상징 임광수, KLO부대 출신으로 원자력 개발을 이끈 이창건, “길을 찾으라, 없으면 만들어라”를 좌우명 삼은 아산 정주영, 평생을 정유산업에 헌신한 전민제, 전자통신 분야를 이끈 이춘화, 세계적 반도체 리더를 꿈꾼 이용태 교수, 전략과 경영의 귀재 호암 이병철, 90세를 넘긴 현역 엔지니어 전긍렬, 생명공학 연구를 선도한 조완규, 환경문제에 앞장선 이달우, 엔지니어 사회를 통합한 마경석 등 다채로운 인물들이 담겨 있다.

서울대총동창회장 출신으로 임광토건을 창업한 임광수는, 당시 드물게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경영에 혁신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불도저처럼 강력한 추진력과 스마트한 경영능력을 겸비한 그는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한국 산업화의 실질적 기반을 다졌다.

이 책은 단순한 인물 열전이 아니다. 인물 각각의 생애를 통해 한국경제 발전의 한 축을 이룬 기술과 산업, 조직문화의 형성과 진화를 생생히 그려낸다. 각 인물들이 겪은 좌절과 고난, 그리고 이를 극복해낸 창의성과 끈기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귀한 교훈을 준다. 저자 윤재석 언론인은 “한국 산업화의 현장을 이끈 이들은 눈에 띄는 정치인이 아니라 현장에서 땀 흘린 기술자와 경영자들이었다”고 강조한다. 그의 말처럼, 『조국근대화의 주역들』은 산업화의 골든타임을 이끈 ‘조타수’들의 이야기다.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숨은 주역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이들의 삶에서 오늘날 필요한 도전정신과 헌신의 의미를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한국의 기술자와 경영자들이 이루어낸 기적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알고 싶은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다음은 『조국근대화의 주역들』 17인 미니 프로필.

1. 오원철 – “대한민국호 조타수” 경제기획원 출신 경제관료, 산업화 전략 설계자. 국보급 경제 기획자

2. 최형섭 – “과학집현전 영전사” 과학기술처 초대 차관. 과학기술 정책과 연구개발 체계 주도

3. 김재관– “철강 육성 효시, 표준 설정 비조” 대한중석 사장, 산업표준화와 소재 산업 기반 확립.

4. 박태준– “카네기도 울릴 철강왕” 포스코 창업자. 포항제철 신화를 이끌어 한국 경제 견인

5. 남기동– “시멘트 재료공학의 태두” 국내 시멘트 산업 기반 구축. 토목건축 재료 분야 선구자

6. 안경모– “수자원을 일군 건설국보” 건설부 차관. 대규모 댐·수자원 개발 주도

7. 임광수– “컴퓨터와 불도저를 겸비한 건설 리더” 서울대 총동창회장, 임광토건 창업. 건설현장 혁신 주도

8. 이창건– “원자력에 바친 KLO부대 게릴라” KLO부대 출신. 원자력 연구와 발전 추진

9. 정주영– “길을 찾으라, 없으면 만들어라” 현대그룹 창업자. 건설, 조선, 자동차 산업 개척

10. 전민제– “영원한 현역 정유맨” SK정유(현 SK에너지) 성장 이끈 정유 분야 베테랑

11. 이춘화– “전자통신은 내게 맡겨” 전자·통신기술 발전 주도. 기술보국 이념 실천자

12. 이용태– “잡스를 울릴 기술조합 교수” 삼성 반도체 신화의 주역. 공학자 출신 IT 산업 리더

13. 이병철– “지략의 최고봉 호암” 삼성그룹 창업. 한국형 대기업 모델 수립

14. 전긍렬– “미수 현역 엔지니어” 90세 넘어서도 현역 활동. 방위산업 및 공학 분야 산증인

15. 조완규– “한국 생명공학 발전 선도” 서울대 총장 역임

16. 이달우– “공해킬러 선각” 환경공학자. 공해 줄이고 지속가능한 발전 기술 개발

17. 마경석– “엔지니어 결집한 덕장” 국내 엔지니어들 결집 이뤄 산업발전에 큰 기여


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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