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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6일 밤(현지시간) 레바논과 이스라엘이 10일간의 휴전에 합의했습니다. 아시아엔은 레바논 언론인 기나 할릭이 휴전 직전 작성한 글을 정리해 보도합니다. -편집자
[아시아엔=기나 할릭 레바논 라하매거진 기자] 숫자는 냉혹하다. 357명 사망, 1,232명 부상. 미국과 이란이 휴전을 선언한 지 만 하루 만에 삶이 송두리째 바뀐 사람들의 숫자다.지난주 수요일, 레바논은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하루를 겪었다. 단 10분 사이에 이스라엘 전투기 90여대가 수도 베이루트와 남부, 산악지대, 베카 계곡에 걸쳐 100회 이상의 공습을 감행했다. 굉음과 화재, 잔해로 변해버린 마을은 가까스로 살아남은 이들에게 평생의 트라우마를 남길 것이다.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 대규모 공습은 경로 상의 모든 것을 파괴했다. 애초부터 취약했던 국가의 긴급 대응 체계도 순식간에 붕괴됐다. 의료시설은 밀려드는 부상자를 감당해내지 못했고, 구조대원들은 부족한 장비로 잔해를 파헤치며 안간힘을 썼다.
나 역시도 그 날을 잊을 수 없다. 회사로 출근하던 중 폭격이 시작됐다. 그 직후 머리 속으로 여러 경우의 수들이 떠올랐다. 어디로 가야 할지, 누구에게 연락해야 할지, 가족들은 무사한지, 또 가족에게 어떻게 닿아야 할지. 지난 폭격으로 내가 일하던 사무실도 파괴됐다. 주변의 익숙했던 풍경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망가졌다. 일상의 리듬이 산산조각났다.
현장 증언들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공습은 군과 민간을 가리지 않았다. 주거단지가 공격받으면서 일가족 전체가 매몰된 사례도 적지 않았다. 피해자 가족들은 실종된 이들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최악의 소식을 각오하면서 말이다. 지난 며칠 간 사망한 이들 중에는 구급대원, 언론인, 심지어 국제 평화유지군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군사 작전의 범위와 그 방식에 대한 우려가 커져가는 이유다.
참사가 더욱 충격적이었던 이유는 시점이었다. 휴전이 체결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긴장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된 직후였다. 레바논 국민들은 작은 희망이 무너져버리는 좌절감을 느꼈다.
이는 단편적인 비극이 아니다. 수십 년에 걸쳐 반복된 폭력에 불과하다. 그때마다 경제적, 물리적, 심리적 상처가 더욱 깊어 졌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한 달 간 3,000명 이상의 사망자와 7,0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피란길에 오른 이들도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 사태를 관통하는 핵심은 피해 규모 너머에 있다. 군사적 이익이 민간인 피해에 비해 과도하진 않았는지, 행위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민간인을 해치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을 지켰는지.
이는 전쟁범죄를 가르는 핵심원칙이지만, 탁상공론에 가깝다. 레바논은 수십년 간 무자비한 공격을 받아왔지만, 국제법과 인도법은 여전히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그들은 자국의 안보와 자국민의 안전을 명분 삼아 모든 적대국을 제거하려 한다. 주기적으로 평화를 언급하면서 말이다. 레바논 국민들이 바라는 평화와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이스라엘이 침공해 민간인을 죽이는 참상 속에서 어떻게 평화를 꿈꿀 수 있겠는가.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숫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숫자 이외에 무엇이 바뀌겠는가. 우리는 다음 공격이 언제 올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따위를 고민해야 한다.
레바논의 ‘검은 수요일’은 사상자 수치로만 기억되진 않을 것이다. 전쟁에 노출된 취약한 민간인, 국제사회의 한계, 무고한 희생이 반복되는 악순환으로 기억될 것이다.
아시아엔 영어판: Lebanon Burns and the Questions the World Will Not Answer – THE AsiaN
아시아엔 신드어판: اسرائيلي بم بارود حملن جي باھ ۾ سڙندڙ لبنان ۽ دنيا جي جوابن جا منتظر سوال – THE AsiaN_Sindh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