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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기고] “중동의 평화, 외교적 이상 아닌 지역민 위한 필수조건”

이란이 바레인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한 여성이 반려견을 안고 대피하고 있다. <사진=사미라 다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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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하비브 토우미 아시아엔 영어판 편집장, 바레인] 이란 핵협상이 정체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대 이란 군사작전을 개시했다. 지난 수십년 간 걸프와 중동 지역은 대립의 악순환을 겪어왔다. 또다른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역내 안보 취약성이 더욱 두드러졌으며, 지속가능한 평화도 멀어져 갔다.

최근 수 주 간 이란과 미국이 협상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조심스러운 낙관론도 존재했다. 오랜 갈등과 대립으로 지쳐 있는 이들이 무력분쟁 대신 대화에 나설 것이란 기대였다. 비록 점진적일지라도 협상을 통한 평화적인 해결을 바란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2월 28일 새벽(현지시각)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내 목표물을 공습하며 전쟁이 촉발됐다. 이란이 그 보복으로 다수의 걸프국가들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전면전 우려도 확대됐다.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요르단 등 그간 이란에 대해 별다른 적대감을 표하지 않았던 국가들조차 미군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 만으로 이란의 목표물이 됐다. 현대지정학의 치명적인 약점을 고스란히 노출한 셈이다. 국가 간의 직접적인 충돌이 없었을지라도 ‘동맹국과 지리적 조건’ 만으로 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

모든 전쟁 국면이 그러하듯, 단순한 수치와 자극적인 헤드라인은 그 안에서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는 이들의 현실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바레인에서도 이례적인 상황 속에 국민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28일 이른 새벽, 사이렌 소리에 깨어난 국민들은 피난처를 찾아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국은 안전지침에 따라 다음주부터 잠정적인 휴교에 돌입할 것이며 수업을 온라인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반 사무실 또한 상당수가 재택 근무에 돌입할 예정이다. 항공편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공항도 잠정적으로 폐쇄됐다.

바레인 전역의 학교들에 대피소가 차려지면서 국민들의 대피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가로 여겨졌던 바레인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광경이었다. 안전하다는 믿음이 깨지는 순간 이에 따른 심리적인 충격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오래, 그리고 깊숙이 자리한다. 특히 젊은 세대가 이같은 위기를 일상으로 인식하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선이 확장될 가능성을 보이면서 해상 운송로, 에너지 시장, 민간 인프라가 위협받고 있다. 원치 않는 전쟁통을 겪으면서 사람들의 생계와 생명도 위협받고 있다. 중동의 평화는 단순한 정치적 목표나 외교적 이상이 아니다. 중동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아무리 강력한 군사력을 동원한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대체할 수는 없다.

지속적인 외교 노력과 신뢰할 수 있는 안보 체제가 마련되지 않는 한, 이러한 보복의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다. 중동은 단순한 위로에 그칠 언어적 수사나 일시적 휴전을 바라지 않는다. 강압이 아닌 대화, 공포가 아닌 희망 위에 평화와 안정을 구축하길 바란다.

아시아엔 영어판: From Hope to Hostility: The Middle East’s Fragile Calm Shattered. Again. – THE AsiaN
아시아엔 러시아어판: От надежды к вражде: хрупкое спокойствие на Ближнем Востоке разрушено. Снова. – THE AsiaN_Russ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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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브 토우미

바레인뉴스에이전시 선임기자, 아시아엔 영문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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