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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하비브 토우미 아시아엔 영어판 편집장, 바레인] 아랍권 소셜미디어에서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행동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논쟁은 중동 안보 위협을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지를 놓고 아랍권 내부의 인식 차이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논쟁의 포문을 연 인물은 아므르 무사(Amr Moussa) 전 아랍연맹 사무총장, 전 이집트 외무장관이었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현재의 충돌을 단순한 이스라엘-이란 갈등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무사는 이번 사태가 미국이 주도하고 이스라엘이 지역 파트너로 참여하는 전략적 구도 속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중동의 지정학적 질서를 재편하려는 시도의 일부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이번 충돌이 단기적 군사 충돌을 넘어 지역 전체의 권력 균형을 바꿀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경고했다.
무사는 또한 이란이 쉽게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갈등이 더 격해지면 최악의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아랍 국가들이 개별 국가 차원이 아닌 연맹 차원에서 이 사안을 심각하게 다뤄야 한다”며 “연맹 차원의 전략이 결여될 경우 아랍권이 능동적 주체가 아닌 수동적 주체로 전락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무사의 발언은 아랍권 언론인, 전문가, 정치인들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아랍에미리트의 정치평론가 타하니(Tahani)는 무사의 발언에 대해 “미국이 바라는 대로 중동을 재편할 것이란 전제부터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녀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아프간 전쟁을 언급하며 외세의 지역 개편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른다고 지적했다. 또한 특정 국가에서 충돌이 발생할지라도 각국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특정 집단이 원하는 변화를 만들어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도 했다.
실제로 미국이 뜻대로 중동을 개편하기 위해서는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중동은 글로벌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역으로 중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일정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지정학적 개편이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살 수 있다.
사우디 출신 언론인 압둘라흐만 알 라셰드(Abdulrahman Al-Rashed, 전 알아라비야 총괄책임자, 전 알샤르크 알아우사트 편집국장)는 “지정학적 관점에 집중하다 보면 우리가 마주해온 현실을 간과할 수 있다”며 지난 수십년간 이어져 온 아랍권 정세 불안의 주 원인으로 이란을 지목했다. 그는 이란이 위협을 가하는 대상은 이스라엘 만이 아니라면서 “최소한 8개국 이상의 아랍국가들이 이란의 미사일 및 드론 등 직접적인 공격을 받고 있으며, 이란이 지원하는 예멘의 후티 반군, 레바논의 헤즈볼라, 민병대 네트워크 등은 아랍의 크고 작은 분쟁을 일으켜 왔다”고 강조했다.
알 라셰드는 이러한 관점에서 이란의 군사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오랜 세월 아랍을 괴롭혀 온 독초를 제거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또한 일부 아랍 국가와 지식인들이 이란의 공격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주변국의 피해를 방관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아랍국가들은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도 피해 유무 또는 그 강도에 따라 각기 다른 판단을 내리고 있다. 이에 대해 예멘의 언론인 함단 알 알리미(Hamdan Al-Alimi)는 “아랍 각국이 받아들이는 위협의 주체와 강도는 지리적 요인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멘, 사우디 등 이란의 위협에 상시 노출된 국가들은 무장 민병대, 드론, 지뢰 등으로 인해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었으며, 심한 곳은 수백만의 난민이 발생하는 인도적 위기까지 겪었다고 말했다.
반면 과거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였던 이집트의 지도층은 이스라엘을 가장 중대한 위협으로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이집트는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팔레스타인 문제로 마찰을 빚어왔다. 그는 같은 아랍권에 속한 국가일지라도 각각의 위치와 상황에 따라 실질적인 위협국가가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늘날 전 세계의 분쟁은 특정 국가가 아닌 여러 국가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는 중동 전체의 역학관계를 뒤흔들어 놨으며, 이란의 민병대 네트워크는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예멘 등지에서 암약하고 있다. 이러한 사안들을 포괄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면 지역 전체의 안보가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높다.
무사의 발언으로 촉발된 논쟁은 중동 전역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는 지엽적인 접근만으로는 복잡한 안보 지형에 충분히 대응할 수 없다는, 오늘날 중동이 직면한 역설을 드러낸다. 중동은 특정 사안을 특정 지역의 문제로 한정하기보다, 지역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는 다층적인 위협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거시적 관점에서의 전략과 공조만이 이러한 위기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엔 영어판: Arab Voices Clash Over the U.S.-Israel-Iran War, Future of the Middle East – THE AsiaN
아시아엔 신드어판: ايران تي مڙھيل آمريڪا-اسرائيل جنگ ۽ وچ اوڀر جي مستقبل تي عربن ۾ پاڻ ۾ ڦوٽ – THE AsiaN_Sindh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