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으로 본 흥미로운 기후변화 이야기

탄소를 배출하는 독일 쾰른의 RWE 갈탄발전소 <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엔=최영진 <아시아엔> 편집위원, 도시·농림기상기술개발사업단(기상청 출연사업) 단장 역임] “탄소 중립은 무슨 뜻인가?” ‘중립’을 정치적 용어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어서 자연과학자 입장에서 ‘탄소 중립’은 어색하게 느껴졌다. 중립보다는 ‘평형’이나 ‘균형’이 훨씬 직관적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영어에서도 ‘balance’를 사용하지 않고 ‘neutral’을 사용한다. 탄소 중립은 정식으로 채택해 사용하고 있는 용어이므로 이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

공식적인 정의에 따라 용어를 사용할 때 국가와 조직, 그리고 개인의 노력과 성과가 측정 가능하고, 검증 가능한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탄소중립

정의는 단순하다. “대기 중으로 투입되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제거되는 양이 동일한 경우”를 중립이라고 한다. 그런데, 실행의 단계에 직면하면 질문이 많아진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일까? 전 세계와 각 지역 및 산업 분야별로 배출되고 제거되는 양은 어떻게 측정되나? 정확한 통계가 있을까?

현재의 제반 여건으로 보아 중립에 도달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텐데, 어느 시점이 기준이 되는가? 이산화탄소의 양과 지구온난화의 정량적 인과관계는 어느 정도나 정확하게 측정하고 또 계산할 수 있을까? 탄소 중립을 이루면 지구 온난화에서 벗어나기에 충분한 것일까? 이러다가 질문의 바다에서 헤어나기 힘들다.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부터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기후변화의 과학

오늘날 일기예보는 확률로 제공된다. 카오스이론에 기반한 방식이다. 복잡하고 불규칙적이어서 미래에 대한 실질적 예측이 불가능한 양상을 ‘카오스’라고 한다. 카오스이론은 1961년 미국 수학자 로렌츠가 날씨에 관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하다가 발견한 현상을 수학적으로 정의한 것이다.

그렇다면 대기과학이나 기후과학을 엄밀한 과학으로 봐야 하는가 하는 근본적 질문을 생각하게 된다. 날씨는 어느 특정 시점, 특정한 위치의 대기상태를 표현하는 것이고, 기후는 정상상태의 대기를 표현한다. 어떤 분야를 이해하거나 설명할 때, 항상 용어가 장벽이 된다.

조금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지구의 나이가 약 45억년이나 되므로 웬만한 물질은 화학적 평형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지구 대기 성분 중에 질소는 78%, 산소 21%, 이산화탄소 0.04% 그리고 기타 등등. 그런데 0.04%의 미소량을 차지하는 이산화탄소의 절대 양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세르비아의 천체물리학자 밀란코비치(1879~1958)는 기후변화가 검증 가능한 엄밀한 과학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 빙하기를 분석하는 연구를 하던 중 북위 65도, 하지의 기온 분석을 통해 10만년 주기를 분석하였고, 이를 천체의 운동으로 설명하는 이론을 만들었다. 훗날, 기술발달에 힘입어 남극 빙하와 해저 침전물 코어 연구를 통해 밀란코비치의 10만년 주기가 확인된다.

온실효과는 프랑스의 수학자 푸리에(1768~1830)가 개념을 창안하였고, 스웨덴 화학자 스반테 아레니우스(1859~1927)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2배로 증가하면 기온이 얼마나 오를까?”라는 문제를 풀어 확인되었다. 현대적 기후변화 연구의 시발점은 여기서 시작된다.

그후, 20세기에 전자 관측 장비, 관측 기술, 컴퓨터 시뮬레이션 이론과 컴퓨터 계산 능력의 비약적 발달로 기후변화 예측은 정밀한 과학의 반열에 올라섰다.

탄소 배출 통계

45억년 동안 지구는 혹독한 변화를 겪었다. 간빙기와 빙하기를 겪은 많은 생물들의 번성과 멸종, 대기의 성분 변화가 지층에 기록되어 있다. 100만년 전의 온도 기록은 심해 침전물 코어에 들어 있는 산소 동위원소 비율 기반으로 분석되었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호모사피엔스의 나이는 약 35만년이다. 지구 나이는 납의 연대측정을 통해 45억년쯤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적 분석기술에 의한 전 지구 평균기온 기록의 역사는 150년 정도 된다.

찰스 데이비드 킬링의 ‘킬링곡선’. 누군가 꾸준한 노력이 우리를 일깨우고 지구를 지켜준다. 

킬링(1928~2005)은 1958년부터 하와이의 마우나로아에서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함량을 하루에 한번씩 측정하였다. 경이로우면서도 놀라운 이 기록은 킬링의 이름을 따라 ‘킬링곡선’이라고 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958년 측정을 시작한 이래 계절 변화를 보이면서도 쉬지 않고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증가 경향은 COVID19의 팬데믹 상황에서도 감소하거나 정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 탄소배출 순위를 보면, 2017년 기록으로 볼 때, 중국이 전세계 배출량의 27.2% 넘는 약 98억3천8백만t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미국(14.6%, 약 46억t)의 두배 가까운 양으로, 큰 격차를 보이면서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의 풍하측(風下側, lee ward)에 위치해 항상 대기오염으로 우리가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 통계를 통해서도 명확하게 보인다. 우리나라도 약 6억1천6백만t, 점유율 약 1.7%로 9위를 기록했다.

보다 최근의 기록에는 우리나라가 6위로 나타나 국제적인 책임과 지속가능한 경제를 위한 탄소 저감 기술 개발을 서둘러야 할 입장에 있다. 우리나라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업종은 제철, 시멘트 등 1차 금속산업으로 약 37%로 나타났다.

누구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고,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고 문제를 봐야 할지가 전세계와 국가별, 산업별로 측정자료와 통계에 명확하게 나타나 있다.

하나 밖에 없는 지구, 우리 은하계에 유일하게 생명이 존재하고, 유일하게 인간이 살 수 있는 곳이라는 명확한 사실 앞에 국가 이기주의는 지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IPCC는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서,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이상 감축하여야 하고,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하였다. 여기에 앞서 제기한 질문에 대한 정리가 함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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