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샤론 모알렘 ‘우리의 더 나은 반쪽’···우월성인가? 다름인가?

남녀의 우월성 논의와 유전학적 차이

[아시아엔=최영진 <아시아엔> <매거진N> 편집위원] 1529년 독일 신학자 아그리파(Heinrich Cornelius Agrippa von Nettesheim, 1486~1535)는 저서에서, “여성은 오랫동안 배제되었던 공공 분야를 포함해서 정말로 중요한 모든 것에서 남성과 동등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500년지난 지금, 여성의 지위는 어느 위치에 있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일부 공공부문에서 시행하고 있는 소위 ‘여성 할당제’는 아직도 여성의 위치가 열악함을 반증하는 비합리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논의들은 사회적, 정치적 관습에 기반한 것이다.


2020년 미국의 신경 유전학자 샤론 모알렘은 ‘우리의 더 나은 반쪽’ 여성에 대해 과학적 연구를 기반으로 그 유전학적 우월성을 이야기한다. 샤론 모알렘은 임상연구를 통해 여러 희귀 유전질환의 메커니즘을 밝혀, 생명공학 분야에서 많은 상을 수상하였으며, 25개의 세계적 특허권을 갖고 있다. 인간의 성염색체 XX와 XY에 관한 이야기는, 우월성 논의를 떠나, 재미있는 과학이야기다. 샤론 모알렘의 저서를 읽고 우월성이란 것에 대해 토론하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왜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살까?

평균적으로 노년의 여성은 동년배 남성보다 4~7년 더 오래 산다. 세계 평균을 보면, 여성 100명 당 남성 105명이 태어나지만, 생후 1살을 넘기는 경우는 여아가 더 많다. 성인이 되면 남녀 성비가 비슷하고, 100살을 넘기는 경우는 여성이 남성의 4배에 달한다. 100살을 넘기면 여성의 생존력이 훨씬 더 우세해진다. 성별 간의 수명의 차이가 ‘행동’에 기인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군에 복무하거나 더 위험한 직종에 종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생후 1살 통계에서부터 차이가 나는 것은 생활 습관이나 환경보다는 다른 차이가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제는 유전학적 이유 때문에 여성이 장수한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COVID19 관련 성별 통계

현재 진행형인 팬데믹은 어떤 통계를 보이는가 살펴보자. 2020년 1월 불가사의한 중국발 호흡기 질환이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발생했을 당시, 샤론 마오렘 박사는 남성 사망자가 더 높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독립연구기관인 ‘글로벌 헬스 5050’ 자료에 따르면, 데이터 측정이 가능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COVID19로 인한 사망률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통계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worldometer(www.worldometers.info)에서도 같은 통계를 볼 수 있다.

한편, COVID19 백신의 부작용을 겪는 사례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연구 결과가 최근에 발표되었다. <뉴욕타임즈>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백신 접종을 받은 미국인 1370만명의 안전성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보고된 백신 부작용 사례 중 여성이 79.1%에 달한다. 2월말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1370만 명 중 여성 비율은 61.2%에 불과했지만 부작용 보고는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현상은 과학적으로 어떻게 설명될까?

X와 Y 염색체 이야기

과거와 현재의 많은 통계들이 보여주는 생존력의 남녀 차이는 어디서 기인하는가? 사람은 22쌍의 상염색체와 1쌍의 성염색체를 가진다. 22쌍의 염색체는 남녀가 동일하기 때문에 남녀의 차이는 성염색체가 결정한다. 난자는 1개의 X염색체(이하 X로 씀) 만 가지고 있다. 정자가 X를 가지고 오는가 또는 Y염색체(이하 Y로 씀)를 가지고 오는가에 따라 태아의 성별이 결정된다. Y는 성분화 역할을 담당한다. X는 거의 1000개의 유전자를 갖고 있지만, Y는 주로 정자를 만드는데 관여하는 70여개 정도의 유전자만 있다. 염색체의 길이는 X가 53mm, Y가 20mm이다(ko.wikipedia.org). Y에만 있는 SRY(Sex-determining Region Y) 유전자는 양쪽 성으로 분화 가능한 태아의 생식샘에서 고환을 생성하는 과정을 촉발함으로써 성분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정자가 Y를 가져오면 유전학적 남성으로 결정된 아이의 모든 세포는 모친에게서 물려받은 완전히 동일한 X만 갖는다. 성분화 기능 이외의 Y의 기능은 아직 충분히 연구되지 못했다.

정자가 X를 가져오는 경우에 결정되는 유전학적 여성 아이는 2개의 X를 갖게 되는데, XY와 2개의 X는 각각 어떤 과정을 겪을까? 이 부분이 남녀 차이의 시작이며, 이 책의 핵심적 지식이다. XX 중에서 무작위로 선택된 1개의 X는 발생 초기단계에 활동 중지라는 ‘불활성화 과정’을 겪는다. XY에서는 ‘불활성화 과정’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면 남성은 XY라는 2개의 염색체를 갖는데, 여성은 X(X), 즉 하나의 X와 불활성화된(X)를 갖고 성장한다.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설명되지 않은 부분이 필자는 매우 궁금하여 이리저리 검색을 해 봤지만, 비전문가의 한계라고 생각하고 질문을 남겨두기로 하였다.

X의 길도 험난해

불활성화 과정의 많은 부분은 여전히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알려진 부분은, XIST(X inactive specific transcript)라는 RNA 유전자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XIST는 X에 존재하며, 곧 활동이 중지될 X염색체를 완전히 덮기 위한 구조체를 만들어 낸다. XIST에 의해 압축되어 활동이 멈춘 것을 바소체(Barr body)라 한다. 2개의 X중에 어떤 것이 불활성화되는가? 대개 우월한 쪽이 XIST를 따돌리고 활성을 유지한다.

메리 라이언이 1961년 <네이처>에 ‘X염색체 불활성화’ 논문을 발표한 뒤 50여년간 여성 세포의 유전학적 장치가 바소체에 접근할 수 없다고 추정되었으나, 최근에 활동이 중지된 X염색체가 활동을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활동이 중지된 X염색체의 약 1/4이 여전히 활성화되어 있고 세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현상을 ‘X염색체 불활성화 회피’라고 한다.

X가 1개 더 있으면 각 세포에 유전학적 능력이 추가로 제공된다. 이 때문에 여성이 남성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런데, 발생 초기에 X의 불활성화와 바소체 형성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유산이 된다. 인간이 2개의 X가 완전히 활성화된 채로 태어난 사례는 없다. 2개의 X가 모두 불활성화 되어도 유산이 된다. 이 때문에 임신 초기 단계에서 여성 배아가 더 많이 죽는다. 여성은 발생 초기에 불리한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더 강한 생존력을 발휘하게 될까?

왜 여성의 면역체계가 더 강력한가?

헬리코박터균, HIV와 결핵 등의 여러 질병사례에서 연구된 결과들은 감염이 되었을 때 이를 극복하고 회복하는 능력이 여성이 훨씬 강하다는 것을 보인다. 여성이 가진 회복력의 일부는 성호르몬의 기능이고 나머지는 선택할 수 있는 X가 2개인 것에서 비롯된 염색체 다양성, 협력, 그리고 그에 따른 우월성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불활성화 된 X의 약 23%가 여성의 생애 주기에 걸쳐 끊임없이 일을 한다고 한다.

침묵하던 X는 필요할 때마다 나타나서 활동 중인 X를 돕는다. 생존이 목표라면 유전학적 선택지를 갖고 있는 것은 유리하게 작동한다. 상황이 나빠져 난관에 봉착하면 강력한 유전학적 능력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여성은 더 많은 유전 정보를 사용하여 생존력을 강화했다. 유전자의 세계에서도 더 많은 정보는 더 많은 힘을 준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여성은 우월한 면역체계 덕분에 감염의 위험성도 남성보다 낮고 회복도 빠르다. 그러나, 더 잘 싸우는 공격적인 면역계를 갖추기 위해 자기비판적이 되는 대가를 치룬다. 즉, 면역계가 자신을 공격할 가능성이 훨씬 크며, 그 때문에 다발성경화증이나 낭창과 같은 질병에 잘 걸린다.

다발성경화증은 여성이 남성의 2배, 낭창은 10배나 되는 등 자가면역성 질환 환자의 80%가 여성이다. 또 치매도 남성보다 여성이 걸리는 확률이 훨씬 높다. 그 배경에는 2개의 X염색체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의학계의 젠더 이슈, 남녀의 다름

현재 진행형인 코로나19 관련 미국 CDC의 통계와 유사한 사례는 매우 많다. 의료 연구들이 주로 남성의 세포, 동물 수컷, 남성 피실험자 대상 실험의 토대 위에 확립되어 있다. 새로운 약물이나 치료법을 적용하기에 앞서 인간의 세포나 실험동물을 이용하여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한다. 아연이나 철 같은 금속은 성별에 따라 필요 섭취량이 다르다. 여성은 졸피뎀의 효과에 더 민감하다는 조사보고도 있다. 타이레놀과 같은 일반 의약품의 경우에도, 체내에서 배출, 흡수되는 속도가 남성이 22%가 빠르다고 한다. 약물동태학 분야의 연구 결과에 남성과 여성의 약물 흡수, 배포, 대사 및 제거 과정에 차이가 상당히 차이가 있다고 한다.

1993년 미국 국립보건원은 자금 지원을 받는 경우, 신약허가 신청을 위한 임상 연구에 여성을 포함시킬 것을 의무화했다. 최근 실험에는 여성이 포함되고 있으나, 약물 반응과 치료 경과의 차이가 충분히 다루어지고 있지는 못하다. 우리는 여전히 건강과 웰빙에 관해서 얻은 남성 편중된 자료를 바탕으로 편중된 지식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월성인가? 다름인가?

저자 샤론 모알레의 영어 제목에도 ‘Better’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다. 필자가 생각하기로는 과학적 사실을 해석함에 있어서 성별 ‘우월성’에 목말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유전학적 관점이라면 더욱이 ‘Better’인지 아닌지 현재의 우리는 판단하기 어렵다. 진화적 관점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남녀의 우월성이 아니라 생존과 유전자 전달의 매우 신비로운 전략이다.

저자인 샤론 모알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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