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이상한 비는 어디서 왔을까?

[아시아엔=최영진 <아시아엔> 편집위원, 도시·농림기상기술개발사업단(기상청 출연사업) 단장 역임] 우리나라의 5월은 청명하고 맑은 날씨가 계속된다. 말 그대로 계절의 여왕답다.

5월에는 보통 오호츠크해 고기압이 발달하여 그 영향으로 시원하고 다소 촉촉한 듯하며, 깨끗한 공기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년 5월에는 이틀에 한번 꼴로 비가 내렸다. 이웃 일본에서는 5월 들어 장마전선이 발달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비도 장마일까?

느낌은 장마와 비슷하다. 2~3일에 한번씩, 꽤 많은 양의 비가 내렸으니까. 기상청 분석에 따르면, 장마가 아니라고 한다. 북서쪽에서 들어오는 차가운 기류가 우리나라 상공을 지나고, 그 아래로 남서쪽에서 불어온 따뜻하고 수분이 많은 공기가 지나고 있다. 즉, 대기가 매우 불안정한 탓에 오는 비라고 한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매우 교과서적인 현상이다. 문제는 주기와 강수량이다.

이례적으로 주기가 짧고, 비 세포가 계속 들어오면서 발달한다. 왜 그럴까? 따뜻한 공기가 아래 있고, 찬공기가 위에 있으면 물리적으로 불안정하다. 그러면 애초에 왜 이렇게 불안정한 성층이 되었을까? 이 계절에 그 많은 비는 어디서 오는 물일까? 좀 복잡한 것 같지만, 대략 서너 개의 질문을 정리해 보면 공기 흐름이 보일 것 같다.

2017년 5월에는 때 이른 더위가 이슈가 되었다. 당시는 우리나라 주변의 높은 해수온도가 더위의 원인이라고 분석되었다. 5월에서 7~8월까지 이어진 기후 평균보다 높은 폭염 현상은 제트 기류의 약화와 시베리아의 높은 기온 영향이었다. 2021년에는 1월부터 이상기후라고 판단되는 현상들이 줄줄이 등장하였다. 2021년 2월의 기사를 보면, 1월부터 날씨가 이상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1월 8일에는 영하 18.6도를 기록하여 지난 50년의 1월 최저기온 중 2위를 기록했다.

반면 1월 24~25일의 경우 13.9도로 지난 50년 동안의 1월 기온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원인은 예년과 다른 북극 진동과 그에 따른 기압계의 변동으로 분석되었다. 북극 진동은 북극과 중위도의 기압차가 주기적으로 커졌다 작아졌다 반복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 차이가 작은 경우가 음의 북극 진동, 차이가 큰 것은 양의 북극 진동이라 정의된다. 약 2주의 간격을 두고 기록적인 저온과 고온 현상이 나타나서 롤러코스터를 보는 듯하다.

2021년 4월에는 최고기록을 경신한 3월 평균기온이 보도되었다. 북극 기온이 평년보다 낮았고, 열대 서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높게 유지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기상청은 3월 기온이 높고 강수량이 많았던 이유에 대해 “북극 기온이 평년보다 낮고, 강한 극 소용돌이와 제트 기류가 고위도 지역에 형성되어 북극 찬 공기를 가두는 역할을 하면서 시베리아의 고기압은 강도가 약했다”고 분석했다.

이런 기록들을 보면, 이상 현상들이 북극진동, 극 소용돌이, 제트기류, 그리고 해수온도와 연관되어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들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날씨는 성질이 다른 세력 간의 밀당이다. 기류는 힘의 최소작용의 원리에 따라 가장 빨리 평형상태로 갈 수 있는 길을 따라 간다. 형성된 세력에 따라 흘러가던 기류가 먼저 그곳에 위치한 공기 덩어리를 만났을 때, 몇 가지 경우를 예측해 볼 수 있다. 먼저 있던 덩어리를 타고 넘어가거나 우회하거나 또는 밀어낼 수 있다. 바로 들어가서 한 덩어리로 섞이지 못한다. 그래서 따뜻한 공기 덩어리 위에 찬 공기가 있는 불안정한 상태가 형성된다.

2021년 5월의 강우현상과 관련해서, 분석된 자료들을 보면, 우리나라 상공에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저기압이 계속 돌고 있다. 그 하부에서는 따뜻한 공기가 계속 들어오고 있으며, 시베리아 고기압은 세력이 약하여 이 시스템을 밀어내지 못하고, 동쪽에는 기류의 흐름을 방해하는 기단이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한편, 우리나라 주변 해수온도는 평년보다 1.6도 정도 높았다. 서태평양과 북태평양의 평년보다 높은 해수 온도 분포는 증발량도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5월에 비가 많이 오도록 한 힘은 여러 가지가 얽혀 있지만, 그 재료가 되는 물은 바다에서 왔다. 지구상의 물 대부분은 바다에서 온다. 각각의 개별 현상을 바로 지구온난화와 연결시켜 설명하는 것은 때로 애매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변이라 볼 수 있는 이상현상의 출현이 일상이 되어버린 배경에는 지구온난화가 있다. 예를 들어, 2017년 6월 시베리아 베르호얀스크에서 평년보다 섭씨 약 20도 높은 기온이 관측된 것은 인간에 의한 지구온난화가 아니면 설명이 어렵다.

실험에 의하면, 자연적 현상과 비교해서 온난화된 상태에서 이 정도의 사건이 발생할 확률은 615배의 이른다고 한다. 실제 이 사건은 기록상 135년만에 일어난 현상이다. 북극지방 기온은 지난 30년간 섭씨 약 4도가 상승했다. 전지구 평균기온이 1.2도 상승한 것에 비해 상승 폭이 매우 크다. 이것이 중위도 대기에 불안정한 상태가 발생할 확률을 크게 높여준다.

온도가 높아진 서태평양 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수증기가 증발하여 북상할 때, 때로는 호우나 집중호우를 유발하고, 세력이 더 커지면 수퍼 태풍으로도 발달할 수 있다. 시베리아기단과 북태평양기단이 갖는 수증기 양과 세력균형에 따라 폭염도 올 수 있고, 폭우가 내릴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바다, 특히 서태평양은 열의 엔진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대기의 열을 흡수하여 대기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하는 바다에 점차 열이 쌓여, 최근 해수온도는 급격하게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장기간 비정상 적으로 해수온도가 높아지는 해양 열파가 바다생태계마저 위협하고 있다. 여러 연구 결과들은 이것이 자연 변동이 아니라 인간에 의한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바다는 대기의 열기와 탄소를 상당량 저장해 주고 있지만, 그 용량이 무한대로 큰 것은 아니다. 지구온난화는 탄소 배출로 인한 대기순환의 변화 때문에 결국 바다의 온도를 높이고, 바다 속 탄소는 바다를 산성화시킨다. 바다에서 육지로 넘어온 물은 모두 다시 바다로 간다. 육지로 올 때 거의 순수했던 물은 바다로 되돌아갈 때 온갖 오염물질을 끌고 간다.

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먹거리를 통해 우리 몸 속에 흡수돼 쌓인다. 모든 물질은 순환한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2021년 5월의 ‘이상한 비’를 따라오다 보니, 우리는 결국 바다로 왔다. 모든 물은 바다에서 온다. 그리고 바다로 되돌아 간다. 기후만 놓고 보면 열과 물만 이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살고 있는 생명체까지 생각하면, 오염 물질도 순환한다. 물론 원전수에 포함된 핵종 물질도 앞으로 수만년간 계속 순환할 것이다. ‘5월의 비’는 우리에게 더 많은 질문을 계속 던져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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