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앙①] 빌 게이츠의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을 읽어야 하는 이유
# 탄소중립은 경제 이야기
[최영진 <아시아엔> 편집위원, 도시농림기상기술개발사업단 단장 역임] 빌 게이츠의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출판의 의미는 경제 분야 영향력이 큰 리더들의 판단과 움직임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기후변화는 우려의 물결을 넘어,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전환을 압박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엘 고어는 2007년,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을 통해 기후변화 과학을 차분하고 진지하게 일반에게 전파하며 강한 영향력을 끼쳤다. 그는 그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빌 게이츠는 기후변화 관련 분야의 우수한 전문가들과 함께 수년간 공부한 내용을 토대로 탄소 배출량 감축에 대한 필요성을 깨닫는다. 그리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을 통해 정량적 목표를 제시하고, 기술 수준의 현재와 미래 발전 전망을 분야별로 구체적 통계를 사용하여 설명한다. 이 책에 소개된 통계는 정책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를 명확히 보이고 있다.
기후변화는 과학자들의 연구의 세계를 벗어나 현실세계로 달리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경제변화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에서 설명하는 자료와 각국에서 계속 발표되고 있는 정책을 비교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 지구 온도상승을 1.5도로 묶기 위한 탄소중립 정책
빌 게이츠는 현재 연간 온실가스가 510억톤 배출되고 있으며, 우리의 최종목표는 이것을 ‘0’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510억톤은 모든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총량이다. 그는 자신의 책 첫 문장에서 ‘510’과 ‘0’를 꼭 기억하라고 한다. 문제의 중요성을 정량적 숫자를 인용해서 주장하고 있지만, ‘510’에 대한 자세한 자료설명은 부족하다. ‘0’은 실제 배출량이 아니라 탄소중립의 의미로 사용한 것 같다. 이 부분은 설명이 부족하여 독자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약)는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서,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하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이상 감축하여야 하고,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하였다.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이란 목표는 분명하다.
# 이 목표, 과연 실현 가능한가?
먼저 경제활동 5대 분야의 연간 배출량 비율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대사회에서 모든 경제활동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통계를 보면 경제성장과 온실가스 배출은 정확하게 비례한다. 주요 분야별로 보면 총 배출량 가운데 △제조 31% △전기생산 27% △사육과 재배 19% △교통과 운송 16% △냉난방 7% 등을 차지한다. 총 배출량은 연간 510억톤에 이른다.
이 모든 것을 30년 안에 ‘0’으로 맞춰야 한다는 것, 분야별 실상과 문제점, 그리고 이의 극복 가능성을 같이 생각해 보고 우리나라의 현실과 비교해 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포인트가 될 것 같다.
1997년 교토의정서가 채택되었으나, 기후변화에 대한 대중의 합의는 생각보다 부족하다. 기후변화 예측이라는 과학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고, 믿는다 하더라도 현재 사용하는 익숙하고 값싼 에너지를 포기하고 더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선택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적 합의는 어렵기로 악명 높다. 이런 의미에서, 190개 국 이상이 배출량을 제한하기로 합의한 2015년 유엔기후변화회의에서 채택된 ‘파리협정’은 중요한 이정표라고 할 수 있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 기술혁신과 더불어 대중적 합의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