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해법, 벤투와 포체티노···’선택과 집중’의 일본축구

[아시아엔=김현원 뉴패러다이머, 연세대의대 교수] 이번 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아랍에미레이트를 4대0으로 이긴 중동의 신흥강호 카타르와 아시안컵에서 4차례나 우승할 정도로 아시안컵에서 유독 강한 일본이 아시아 최강 이란을 3대0으로 이기고 결승전에 올랐다.

카타르는 월드컵 본선에 한번도 출전하지 못했으나 2022년 월드컵을 유치하였다. 스페인 산체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로 카타르 축구의 성장세는 놀랄만하다. 8강 경기에서 대한민국을 이기더니 4강에서는 주최국 아랍에미레이트를 4대0으로 대파하고 결승전에 선착했다. 카타르는 아시안컵 축구에서 조별리그부터 4강까지 6경기 치르는 동안 16골을 넣었고 단 1골도 내주지 않았다. 수단 출신의 알모에즈 알리는 8골로 득점왕을 이미 예약한 상태이다.

카타르가 계속 고공행진을 했다면 일본은 조별리그부터 고전하면서 어렵게 통과하고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 베트남과의 8강전 모두 1대0으로 힘겹게 이겼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에서 일본은 한골을 넣은 후 수비에 치중하는 등 실리축구를 하면서 비난도 받았다. 하지만 4강전에서는 아시아 최강으로 불리는 이란을 3대0으로 이기고 결승전에 올랐다.

이란과의 경기에서 코미디와 같은 장면이 나왔다. 일본의 미나미노는 반칙을 당한 듯 보였다. 반칙이 선언된다고 생각하고 이란의 선수들이 모두 심판에 몰려가서 항의를 하는 순간, 실제로 반칙은 선언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 사이 미나미노는 일어나서 볼을 살려내어 센터링했고, 이 볼은 이란 수비수들이 자리를 제대로 못 잡은 상황에서 일본의 오사코 유아의 헤딩으로 이어져 골망을 흔들었다. 코미디와 같은 순간이었다. 아마 전 세계 TV에 가장 어리석은 축구장면으로 소개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스페인월드컵에서 이탈리아는 예선 라운드에서 3무승부로 1승도 거두지 못하고 간신히 다득점까지 따지면서 2라운드에 진출했고(74년부터 82년까지는 2라운드가 있었고, 2라운드의 각 조에서 1위를 한 2팀이 결승전에 진출했다), 서독은 첫 번 경기에서 알제리에게 졌으나 오스트리아와의 승부조작 의혹까지 받으면서 2라운드에 진출했다. 하지만 2라운드부터 괴력을 발휘한 두 팀은 결승전까지 진출했다.

상대적으로 쉬운 조로 배정된 서독과 달리 이탈리아는 최강의 아르헨티나와 브라질과 같은 조로 배정되었으나, 괴력을 발휘하여 강력한 우승후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꺾었다. 이탈리아의 로시는 예선전과 2라운드에서 한골도 기록하지 못했으나, 2라운드 마지막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더니 준결승에서는 2골 결승전에서 1골을 넣어 월드컵의 득점왕에 오르는 믿기 어려운 장면을 연출했다. 이탈리아는 로시의 활약으로 3대1로 독일을 물리치고 3번째 우승하는 기적을 일으켰다.

월드컵의 예선 라운드에서 간신히 탈락을 면한 2팀이 결승전에 진출한 것이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어떻게 보면 강팀일수록 예선 라운드에서는 힘을 비축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아시안컵 축구에서 일본의 플레이를 보면 1982년 스페인월드컵의 이탈리아가 생각난다. 일본은 이번 아시안컵 예선 라운드를 간신히 통과했고, 16강과 8강에서도 소극적 경기로 간신히 이기고 4강에 진출했다. 하지만 4강에서 아시아 최강 이란을 상대로 3대0으로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대승을 거두었다.

반면에 대한민국은 이겨도 져도 그만인 중국과의 경기에서 영국에서 경기를 마치고 비행기를 타고 와 피로에 지친 손흥민을 풀타임 출전시켰고, 16강 바레인과의 경기에서도 손흥민을 연장까지 출전시켰다. 결국 8강전에서 피로에 지치고 몸이 무거운 손흥민은 제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하고 대한민국은 카타르에게 0대1로 져서 탈락했다.

영국으로 다시 돌아온 지친 상태의 손흥민을 토트넘의 포체티노 감독은 리그컵 첼시와의 4강 경기에 출전시키고 싶은 유혹을 참고 벤치에서 쉬게 하였다. 결국 1대2로 진 토트넘은 리그컵에서 탈락했다. 포체티노는 드디어 휴식이 끝난 손흥민을 프리미어리그 24 라운드 본머스와의 경기에 출전시켰고, 토트넘은 손흥민의 동점골을 넣는 대활약 끝에 2대1로 역전승했다. 포체티노는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리그컵에 피로가 회복되지 않은 손흥민을 출전시키지 않고 쉬게 함으로써 최상 컨디션으로 회복시킨 것이다.

중요하지도 않은 중국과의 경기에 영국에서 온 바로 다음날 손흥민을 풀타임 출전시켰고, 바레인과의 16강 경기에는 연장까지 풀타임 출전시켰다. 결과적으로 그 다음 8강 경기에서 몸이 무거운 손흥민이 제대로 활약하지 못하는 바람에 탈락한 벤투와 포체티노 누가 더 현명한 감독이었을까?

1982년 스페인월드컵에서 이탈리아는 중요하지 않은 예선 라운드에서 최선을 다 하지 않아서 예선탈락 위기에 처할 뻔했다. 하지만, 그 후 실력발휘해서 이탈리아는 결국 월드컵 우승까지 차지했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일본은 예선을 간신히 통과했고, 16강전과 8강전에서는 수비에 치중하면서 소극적 플레이를 하면서 간신히 이겼다. 하지만 4강전에서 아시아 최강 이란에게 3대0으로 크게 이겼다.

필요 없는 경기마저 최선을 다하며 8강에서 탈락한 대한민국을 생각할 때, 이번 아시안컵 결승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일본의 경기방식이 현명하고 부러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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