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원 칼럼] 아시안컵 결산…”중동 위협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 먹구름”

요르단 경기에서 0대2로 패한 후 손흥민이 얼굴을 감싸고 있다. 올해 32세인 손흥민이 다음 아시안컵에 나올 수 있을까?

[아시아엔=김현원 팬다이머, 전 연세대 의대 교수] 요르단과의 경기를 어떻게 전망하느냐고 지인이 물어왔다. “쉽게 이길 것으로 봅니다. 축구에서 이변이 계속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한국의 참패였다. 축구에도 격이 있다. 그 격은 FIFA 랭킹으로 표시된다. 랭킹이 50위 이상 뒤떨어지는 팀과의 승부라면 대부분 지지 않는다. 이변이 어쩌다 일어날 수는 있지만 자주 일어나지는 않는다. 이변이 계속 일어나면 그것은 이변이 아니고 실력이다. 요르단과의 경기에서의 참패는 대한민국 축구팀의 가장 부끄러운 순간이었다. 뻥축구도 전술이라고 한다면 그것 말고 어떤 전술도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요르단에게 밀렸다. 0:5로도 질 수도 있는 경기를 조현우의 선방으로 0:2로 진 것이 차라리 다행이었다.

선수 기량이 부족했을까? 한국대표팀의 면모를 보면 사상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다.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 김민재 조규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량의 선수들이 공수에 포진하고 있다. 최고의 선수들로 이루어진 한국대표팀이 어떻게 이런 경기력을 보였을까? 이변은 요르단이 일으킨 것이 아니라 16강전과 8강전에서 전술부재 속에서도 손흥민을 비롯한 개인 능력이 탁월한 한국대표팀이 일으켰다. 요르단과의 4강전에서 원래의 모습이 나타났을 뿐이다.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모든 면에서 일본에 비해 떨어지는 한국이 절대 우승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손 감독의 예측은 그대로 맞아들어 갔다. 클린스만은 선수에 대한 파악도 제대로 안된 것 같고 전술은 말할 것도 없다. 더구나 체력도 이미 바닥이 났다.

아시안컵 예선전에서 마지막 말레이시아 경기를 앞두고 한국은 이미 16강이 결정되었다. 순위는 아무 문제없다. 우리가 1위를 하면 대회 최강으로 일컬어지는 일본과 16강전을 치러야 한다. 2위도 괜찮지만 3위 자리가 더 탐이 나 보인다. 실제로 예선 3위를 한 요르단이 오히려 좋은 대진운으로 결승전까지 진출했다. 전 경기를 다 뛴 주전선수들을 좀 쉬게 할 필요가 있다. 1.5군의 선수들로 말레이시아 전을 치르면서 주전선수들에게 휴식을 주어야 했다. 예선전의 별 의미 없는 경기들에서 손흥민 이강인을 왜 혹사시켰을까? 결국 예선전부터 전 경기를 혹사당한 우리의 선수들은 지쳐서 허덕이다 요르단에게 참패를 당했다. 손웅정 감독의 말대로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에만 집착하는 팀은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히딩크는 0:5로 지는 수모를 여러 번 당하면서도 월드컵을 대비해서 그만의 스타일대로 팀을 만들었다. 월드컵을 앞두고 초청한 강팀 영국과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한국팀은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고 월드컵 4강에 진출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히딩크는 선수들에게 끊임없는 체력을 요구했고 모든 선수들을 멀티플레이어로 만들었다. 이탈리아 전 마지막에 무려 8명의 공격수를 투입했던 것을 기억한다. 히딩크는 선수들을 그렇게 준비했다. 그런 상황에서는 전술의 변화가 가능하다. 체력과 개인 능력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클리스만의 경기마다 변하는 수비는 불안감에 계속 불을 지핀다.

요르단과의 4강전에서 한국은 패스를 통해서 요르단의 수비진을 뚫지 못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볼컨트롤 미스, 패스 미스, 수비 미스에 백업 플레이도 안 되고, 공간활용 전술도 없었다. 공격진은 수비진을 뚫는 직진패스는커녕 크로스가 아니라 70-80년대의 센터링을 요르단의 골문쪽으로 보냈다. 차라리 키 큰 조규성을 투입하고 뻥축구를 해야지… 조규성을 뺀 뻥축구는 어이없어 보였다.

세계최고 팀들의 대전에서 전술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들은 기본적 전술 속에서 움직인다. 개인능력으로 상황에 대처한다. 최상위팀의 A매치 경기들이 그렇다. 히딩크도 선수들이 너무 전술에 의존하지 않고 창의적 플레이를 하기 원했다. 하지만 기본 전술을 무시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기본전술 없는 창의적 플레이는 불가능하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한국축구팀은 아예 전술이 없는 듯 보였다. 그리고 전술은 매 경기 달라졌다.

벤투 감독 스타일을 내가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었다. 빌드업을 착실하게 하면서 경기를 주도하고 안정되게 승부를 이끌어갔다. 박종환 감독은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뛰면서 토탈사커라는 한국축구의 흐름을 만들었다. 히딩크는 말할 것 없이 한국축구를 한 단계 높였다. 그러한 한국축구의 흐름이 클린스만이라는 스타플레이어 출신 독일 감독 앞에서 실종되었다.

오랫동안 아시아의 축구는 한국과 일본 중국의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축구 위주로 이루어졌다. 80년대 이후로 중동 축구는 날카로움을 보였고, 지난 월드컵에서 한국과 일본 외에 사우디, 이란, 카타르가 본선에 진출했다. 요르단 전에서 보았듯이 FIFA 랭킹 87위의 요르단은 탁월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국을 밀어붙였다. 기량이 앞서는 일본도 이란 전에서 체력에서 밀리며 제대로 경기를 풀지 못했고 완패했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기존 중동의 강호 사우디, 이란, 이라크, 카타르 외에 요르단 바레인… 중동의 팀 중에 만만한 팀이 하나도 없었다. 아시안컵에서 카타르는 이란과의 엄청난 혈투를 벌인 후 결승전에서 요르단을 이기고 아시안컵에서 2번 연속 우승했다. 한국은 1960년 이후 우승컵을 안아보지 못했다. 이번 아시안컵에서의 중동팀들의 기세 앞에서 일본도 맥을 못 추었다. 이대로 가면 한국은 중동에 밀려서 48개팀으로 늘어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할 우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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