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월드컵] 용맹했던 크로아티아와 모로코 그리고 축제의 ‘라스트 댄스’

음바페와 메시(왼쪽) 누가 최종 승자일까?

크로아티아는 1991년 유고슬라비아로부터 벗어나 독립을 선언했으나 독립을 반대하는 유고슬라비아와 세르비아 민병대와 전쟁을 하면서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4년여 간의 전쟁으로 인구 400만 명의 크로아티아에서 2만명 넘게 숨졌고, 최대 200만명이 난민이 되었다.

2018년 세계 최고의 선수를 의미하는 발롱도르를 지난 10년간 각각 5번씩 수상하면서 경쟁했던 메시와 호날두를 넘어서는 첫 발롱도르 수상자가 되었던 루카 모드리치는 전쟁의 참화를 직접 겪었고, 난민보호소에서 생활했었다. 프로선수가 되어 첫 월급으로 모드리치는 부모님의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모드리치 외에 많은 선수들이 전쟁의 참화를 직접 겪었다.

크로아티아에서 뛴 바 있던 한국의 축구선수 정운은 “크로아티아 축구는 강인하고 용맹하다. 마치 전쟁을 준비하는 듯하다”고 표현했다. 크로아티아는 전쟁이 끝나고 첫번째 참가한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지난 러시아월드컵에서도 결승전에 올라 세상을 다시 놀라게 했다.

이번 월드컵에도 브라질을 이기고 준결승에 올랐다. 그야말로 신생국으로서 동화와 같은 이야기다. 정운 선수의 말대로 크로아티아는 강인하다. 지난 월드컵에서 3번을 연장전 끝에 승부차기로 이겼고, 이번 월드컵에서도 2번의 연장전 끝에 모두 승부차기로 승리하고 준결승에 올랐다.

크로아티아는 지난 월드컵 조별예선에서 아르헨티나를 3:0으로 대파한 바 있었다. 하지만 카타르월드컵에서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아르헨티나와의 대결은 버거웠고, 기적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3:0으로 져서 아르헨티나에게 결승진출을 내주었다. .

신흥국임에도 크로아티아는 이미 축구강국으로 부상했다. 모로코는 카타르 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와 벨기에와 같은 조에서 만났다. 모로코의 탈락은 유력해보였다. 조별예선에서 모로코는 크로아티아와 0:0 무승부로 승부를 가르지 못했다. 하지만 모로코는 놀랍게도 지난대회 3위를 차지했고 FIFA 랭킹 2위인 벨기에를 2:0으로 물리치고 크로아티아와 함께 16강에 진출했다.

일본에 불의의 일격을 당해서 2위로 16강에 진출한 스페인은 일본과의 대결에 최선을 다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스페인에게 크로아티아보다는 모로코와의 대결이 더 쉽게 보였을 것이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 모로코는 벨기에를 물리칠 정도로 매우 강한 팀이다 .모로코는 16강에서 스페인에게 승부차기로 이겼고, 8강에서 만난 포르투갈 마저 이기고 준결승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이번에는 프랑스와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되었다.

모로코의 최대도시 카사블랑카는 스페인을 마주보고 있다. 카사블랑카는 포르투갈 사람들이 점령한 후 무역거점으로 만든 도시이다. 모로코는 포르투갈에 이어 스페인의 공격을 받고 1860년 나라의 지배권을 뺐겼다. 1912년에는 프랑스의 보호령이 되었다. 1921년 모로코는 독립운동을 일으켰으나 프랑스-스페인 연합국의 무자비한 진압에 가로막혔고, 1956년에야 독립국의 지위를 되찾았다.

모로코는 축구를 통해서 과거 식민 지배국이던 두 나라를 잇달아 꺾음으로써 아픈 역사를 설욕했다. 더구나 아프리카 전체를 통틀어서 최초로 4강에 진출해서 전체 아프리카인들을 열광케 만들었다.

모로코는 2002년 대한민국과 같이 월드클래스의 선수가 없다. 모로코의 대부분의 대표선수가 귀화선수이다. 유럽의 각 축구리그에서 조국 모로코로 몰려들었다. 모로코는 특별히 수비가 강하다. 11명이 하나가 되어 수비지역에서는 간격을 좁혀 철저히 방어했고, 볼을 잡으면 과감한 역습으로 골을 노렸다. 캐나다에서 태어난 골키퍼 야신 부누는 대회 내내 뛰어난 선방을 펄쳤다. 모로코는 준결승 진출까지 단 하나의 필드골도 허용하지 않은 유일한 팀이다.

준결승에서 만난 프랑스는 1956년까지 모로코를 지배했다. 모로코 입장에서 또 하나의 역사적 의미를 담은 맞대결이다. 모로코와 프랑스의 준결승에서 모로코는 그야말로 용맹하게 분전했다. 프랑스에 전혀 뒤지지 않았고 오히려 점유율에 앞서며 경기를 주도했다. 모로코에도 많은 찬스가 있었으나 더 이상의 기적은 없었다. 마지막 해원은 이루어지지 않고 미루어졌다. 모로코는 아쉽게 프랑스에 2골을 허용해서 프랑스에게 결승진출을 내주었다.

축구는 승패를 떠나서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는 것으로 표현되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국가를 대표한다. 크로아티아의 실력을 넘어서는 용맹한 분전은 전쟁의 참화를 기억하는 국민들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모로코가 발휘한 괴력은 모로코를 넘어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삶을 사는 전체 아프리카인들에게 큰 희망을 주었다.

결승전은 전통의 강호들의 대결이다. 프랑스와 아르헨티나는 모두 월드컵에서 2번이나 우승한 전통적 축구 강국이다. 프랑스의 음바페와 아르헨티나의 메시는 단연 세계 최고의 선수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같은 팀(PSG)에서 뛰고 있는 동료이지만 이번에는 국가유니폼을 입고 적으로 만난다. 이미 5번의 월드컵에 출전하고 있는 35살의 메시의 ‘Last Dance’(마이클 조단의 마지막 NBA 타이틀을 향한 여정을 그린 다큐멘터리)가 이루어질지, 23살 음바페의 젊은 피가 이길 지도 주목된다.

메시는 월드컵 통산 11골, 그리고 음바페는 24세가 되기도 전에 이미 월드컵에서 9골을 넣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나란히 5골을 기록해서 결승전에서 둘 중 하나가 득점왕과 MVP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어슬렁거리며 수비에도 전혀 가담하지 않으며 골만 잡으면 아무도 따를 수 없는 드리볼로 득점을 하든 결정적인 어시스트를 하든 마무리하는 축구 천재 리오넬 메시와 엄청난 파워와 스피드로 어떤 장벽도 상관하지 않고 뚫고 나가며 공만 잡으면 뭔가 이룰 것 같은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킬리언 음바페의 대결은 3번째 우승을 향한 아르헨티나와 프랑스의 혈전 못지않게 기대된다.

*필자 김현원 연세대 교수를 나타내는 팬다이머(Pandigmer)는 그의 별호라고 할 수 있다. 팬다이머는 “패러다임에 사로잡히지 않는 편견없는 과학(Pan-Pardigm)을 추구하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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