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월드컵] 아르헨티나 메시의 ‘라스트 댄스’와 프랑스 음바페의 ‘무한질주’
[아시아엔=김현원 연세대 교수, 팬다이머] 카타르월드컵 결승전 전날 지인이 전화까지 해서 “누가 우승할 것 같으냐”고 물었다. “예선전과 토너먼트에서 나타난 실력으로 보면 분명히 프랑스가 실력으로는 앞서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리오넬 메시의 ‘라스트 댄스’가 완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르헨티나를 응원한다”고 대답했다. ’라스트 댄스‘는 시카고 불스에서 마이클 조단의 6번째 NBA 타이틀을 향한 도전을 그린 다큐다. 마이클 조단은 6번째 NBA 챔피언십 타이틀을 따고 은퇴했다.
그동안 메시는 축구선수로 누릴 수 있는 모든 명예를 얻었다. 2008년 올림픽 금메달, 바르셀로나에서 들어 올린 4번의 UEFA 챔피언스 리그 우승컵, 세계 최고의 선수를 의미하는 7번의 발롱도르 수상… 하지만 메시에게는 가장 위대한 선수로 불리기에는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월드컵 우승이다. 축구천재를 넘어서 펠레와 마라도나와 같은 영웅 반열에 오르려면 월드컵 우승이 필요하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는 결승전에 올랐으나 독일에 패해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우승 문턱에서 좌절한 아르헨티나 팬들은 메시가 클럽팀(바르셀로나)에서는 펄펄 날아다니는데 국가대표로는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고 비난까지 했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은 메시는 2016년 국가대표를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막상 메시가 은퇴를 선언하자 놀란 아르헨티나 팬들은 메시의 은퇴를 적극 만류했다. 카타르월드컵 멕시코 전에서 한골을 넣었고, 이번 대회 영플레이어 상을 받은 아르헨티나의 엔소 페르난데스는 당시 15살이었는데 어린 팬으로서 메시의 은퇴를 만류하는 장문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결국 메시는 은퇴를 번복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16강전에서 아르헨티나와 프랑스가 맞붙어 우승팀 프랑스와 혈전을 벌였지만 4:3으로 패퇴했다. 메시의 시간은 자꾸만 흘러간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은 메시에게 ‘라스트 댄스’의 마지막 기회였다. 카타르월드컵을 앞두고 아르헨티나의 경기력도 좋다. 2021년 아르헨티나는 남미팀들의 대결인 코파 아메리카 우승컵을 28년만에 브라질에 이겨 차지했다. 또 유럽컵 우승팀과의 대결에서도 이탈리아에게 이겼다.
하지만 막상 월드컵이 시작되자 아르헨티나는 사우디와의 첫 경기에서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하지만 메시의 활약에 힘입어 멕시코와 폴란드를 이기고 16강에 진출했다. 조 1위를 차지했지만 16강에 여유있게 진출한 다른 축구강국들에 비해 매우 불안하게 보였다. 하지만 아르헨타나는 16강에서 호주를 이겼고, 8강에서는 네덜란드를 아주 힘겹게 승부차기 끝에 승리했다. 준결승에서는 4년 전 러시아월드컵 조별예선에서 0:3 치욕적 패배를 안겼던 크로아티아에게 3:0으로 설욕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아르헨티나는 메시를 중심으로 하는 팀이었다. 모든 선수가 메시를 보고 많은 패스가 메시에게로 흘러간다. 메시는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천재성을 갖고 있었다. 자기에게 오는 공을 아무도 막기 힘든 드리볼에 이어 슛을 하든지 결정적인 어시스트를 하든지 어떤 식으로도 찬스로 연결한다. 아르헨티나는 어떻게 보면 메시에게 우승컵을 안겨 주자하는 마음으로 하나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는데 이것은 단기전에서는 매우 강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동시에 단점이 될 수 있다.
메시는 36살의 노장으로서 전 경기를 풀타임 출전할 수밖에 없었다. 메시의 체력저하, 컨디션 난조, 부상 등은 플랜B가 없다시피 한 아르헨티나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결승전에서 만난 프랑스는 이번 대회에서 매우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막상 결승전에서 프랑스는 아르헨티나에게 전혀 맥을 못 추었다. 전반에만 2골을 허용했을 뿐 아니라 슈팅을 한번도 기록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골만 더 먹으면 월드컵 결승전 사상 대참사로 기억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후반 들어서 프랑스의 데상 감독은 빠른 선수들로 교체하면서 중원 싸움보다는 스피드 싸움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교체의 효과는 처음에는 나타나지 않았으나 신이 나서 맹활약을 했던 디마리아를 교체하고 오버페이스 하던 아르헨티나가 수비모드로 전환한 후 나타났다. 후반 30분경 공을 잡는 모습도 거의 보이지 않았던 음바페가 2분 만에 페널티킥과 멋진 발리슛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페이스는 프랑스로 넘어갔으나, 아르헨티나도 무사히 정규시간을 버티고 연장전에 들어갔다.
연장전에서도 두 팀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천하의 메시도 지쳐서 자꾸 공을 뺏기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하지만 연장 후반 드디어 결정적인 메시의 골이 터졌다. 오프사이드를 간발로 피한 라우타로의 강슛을 프랑스의 골키퍼가 요리스가 막았으나, 문전 쇄도하던 메시가 골로 연결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가 승리를 굳혀가는 분위기 속에서 마지막 순간 음바페의 동점 페널티킥으로 다시 동점이 되었다. 연장 후반이 끝나고 1분의 추가시간이 남았다. 1분은 축구에서 매우 긴 시간이었다. 프랑스는 마지막 잡은 결정적 찬스를 날렸다. 곧 이어지는 아르헨티나의 공격에서도 결정적 헤딩슛을 날려버리고 승부차기로 들어갔다.
승부차기는 프랑스의 실축과 아르헨티나 골키퍼의 선방에 이어졌다. 전통적으로 승부차기에 강한 아르헨티나가 드디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메시의 축제를 장식하는 마지막 댄스가 드디어 완성되었다. 결승전에서 메시는 2골, 음바페는 헤트트릭을 기록했다. 메시는 7골과 3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해서 대회 최우수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을 2014년에 이어 2번째 받았다. 음바페는 8골을 기록해서 득점왕에게 주어지는 골든부트를 받았다. 음바페는 지난 월드컵에서도 4골을 기록했다. 24세가 되기 전에 벌써 월드컵에서 12골을 기록했다. 16골로 월드컵 최다 골을 기록한 독일의 클로제의 기록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음바페가 앞으로 출전할 월드컵에서 또 얼마나 대단한 기록을 세울지 기대된다.
역사적 대참사를 걱정했던 경기가 역사적 명승부가 되었다. 끊임없이 진행된 아르헨티나의 공격, 프랑스의 역습, 골키퍼들의 결정적인 선방, 메시의 마지막 댄스, 그리고 음바페의 무한질주…. 역사적 경기를 숨을 죽이고 지켜보았다.
*팬다이머(Pandigmer)는 영어로 표현한 김현원 필자의 별호라고 할 수 있다. 팬다이머는 “패러다임에 사로잡히지 않는 편견없는 과학(Pan-Paradigm)을 추구하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