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신’이 쓰는 각본인가?…한국 호주 경기도 역전승
1966년 영국 월드컵에서 북한 대표 팀은 본선에서 이탈리아를 이기고 8강에 진출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8강전에서는 포르투갈에 전반에 3골을 넣어 크게 이기다 당시 세계 최고 선수 에우세비오에게 후반에 4골을 허용해서 역전패했다. 그 당시 북한이 4강에 진출하였다면 월드컵 사상 가장 큰 충격이 되었을 것이다.
당시 월드컵 아시아 예선전에서 북한은 호주를 6:1로 대파했다. 하지만 한국은 북한에 지는 것이 두려워 5천 달러의 벌금을 물면서 출전을 포기했고 호주와의 경기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국축구의 가장 어두운 역사의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과 1974년 서독 월드컵의 아시아 예선전에서는 한국은 호주에 져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1970년 서울에서 열린 서독 월드컵 예선전에서 호주와 대결이 열렸다. 1:1 상황에서 한국이 페널티킥을 얻었다. 페널티킥이 성공하면 호주와 동률이 되어 재경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키커 임국찬이 페널티킥을 골키퍼의 품에 안겼다.
손흥민도 마라도나도 메시도 페널티킥을 실패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달랐다. 임국찬은 페널티킥 실축 이후 더 이상 한국에서 축구를 할 수 없었다. 그 후 한국과 호주팀은 거의 비슷하게 이기고 지고 했다. 피파랭킹은 한국 23위, 호주는 25위다.
2015년 호주에서의 아시안컵에서 한국은 예선전에서 1:0으로 호주에 이겼고, 2팀은 결승전에서 다시 만났다. 0:1로 지던 한국은 후반 마지막 순간 손흥민이 기적적으로 한골을 만회했으나 연장전 승부 끝에 준우승했다. 눈물을 흘리던 앳된 얼굴의 손흥민은 이제 32살로 주장이다. 아마 카타르 대회가 그의 마지막 아시안컵이 될 것 같다.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한국 대표팀은 드라마를 쓰기로 작정을 했다. 예선에서 요르단에게 후반 마지막 순간 동점골을 넣어 패배를 면했고, 말레이시아에는 마지막 순간 동점골을 허용했다. 16강전 사우디 전에서는 후반이 9분이나 지난 추가시간에 만회골을 넣었고 연장혈투를 걸쳐서 페널티 승부를 거쳐서 8강에 진출했다.
8강전에서 호주에 비해서 이틀이나 덜 쉬었기 때문에 체력의 방전을 걱정했으나 생각보다 괜찮았다. 전반 점유율은 한국이 훨씬 높았다. 호주는 날카로운 역습으로 한국 문전을 위협했다. 전반 30분경 황희찬이 한골을 넣은 듯 싶었으나 패스를 준 설영우의 간발의 차이 오프사이드였다. 후반 40분 그동안 잘 해주던 황희범이 빌드업 과정에서 결정적 패스미스를 범했고 골로 이어졌다. 경기 양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은 4백의 높은 점유율의 공격, 호주는 날카로운 역습… 답답한 상황은 계속 이어졌다.
후반 추가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손흥민이 페널티 왼쪽에서 호주 선수들을 끌고 다닌다. 다소 무리한 공격이 아닌가 했지만 뺏기지 않고 왼쪽으로 빠르게 질주한다. 호주의 태클에 손흥민이 넘어졌다. 호주의 태클은 공을 건드리지 못했고 페널티킥이 선언되었다. 황희찬의 강한 슛은 호주 골키퍼가 방향을 읽었음에도 골 망을 갈랐다.
연장전은 축구에서 체력 외에도 멘탈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었다. 객관적으로 우리보다 체력이 많이 남아 있을 텐데도 호주선수들이 제대로 뛰지 못하였다. 더구나 황희찬에게 무리한 파울을 한 호주 선수가 퇴장당했다.
후반 막판에 체력이 저하된 호주에 3백으로 전환하였다.윙백이 투입되는 공격적인 3백이었다. 윙백으로 교체 투입된 양현준은 날라다니면서 공수에서 제 몫을 충분히 해주면서 활기를 넣어주었다.
여러 골을 넣을 만한 찬스들이 무위로 지나갔다. 호주 왼쪽 페널티박스 질주해서 들어가던 황희찬이 프리킥을 얻었다. 거의 손흥민 존이다. 그동안 토트넘에서 손흥민의 골문을 향해 들어가는 감아차기를 숱하게 보아왔다. 호주 골키퍼는 당연히 오른쪽으로 붙어 섰다. 손흥민의 감아차는 슛은 절묘하게 호주 골문의 왼쪽을 뚫고 들어갔다. 왜 손흥민이 수퍼스타인지, 왜 수퍼스타급 선수들이 많이 있는 한국이 강팀인지 여지없이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아깝게 김민재가 경고 2번으로 다음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10명이 갖고 있던 경고가 모두 없어졌다. 경고를 가진 상태에서 선수들이 퇴장당하지 않고 여기까지 잘 관리해 온 것을 칭찬하고 싶다. 다음 경기는 요르단이다. 예선전에서 우리가 고전을 했지만 김민재 없이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팀이다.
요르단과의 4강전이 지나면 결승전은 일본과 개최국인 카타르의 승자와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항상 불리하던 경기일정도 하루 더 쉬고 경기할 수 있게 되는 유리한 일정이 되었다. 오히려 꽃길이 남은 셈이다.
이번 아시안컵 한국의 모든 경기가 쉽게 넘어가는 경기가 없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클린스만 호가 좀비같이 살아났다. 이게 우연이 아니고 ‘축구의 신’이 쓰는 각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