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소아암환자 자선경기 앞둔 홍명보 감독···”터널에서 광장으로”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한 가지 일을 13년째,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치른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작년 브라질월드컵 최악의 결과로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던 홍명보 국가대표 축구팀 전 감독이 27일 오후 ‘청년들에게 희망을, 소아암 환우들에게 사랑을!’을 슬로건으로 자선경기를 연다. 이날 오후 3시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자선경기는 (주)건영이 후원한다.
선수 시절 4번의 월드컵에서 뛰었고, 2002년 한일월드컵에선 대표팀 주장으로 월드컵 4강을 이끌었던 홍명보 전 감독은 1년 반의 침묵을 깨고 장애인돕기자선경기에 몰입하고 있다. 내년 시즌부터 중국의 슈퍼리그 항저우 그린타운의 사령탑으로 축구현장에 복귀하는 그는 이에 아랑곳 않고 스폰서 확보가 가장 중요한 자선경기에 올인해왔다.
그는 두가지 꿈이 있다고 했다. 하나는 (재)홍명보장학재단을 통해 소아암 환자 지원과 어린이 축구교실 운영 등 자선과 관련된 일, 다른 하나는 축구행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둘다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며, 어린이와 환우들에 대한 각별한 사랑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나중의 꿈에 대해 의아해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는 중고교 시절, 그리고 그 후에도 때때로 경기에 투입되기보다 벤치에서 잔심부름하는 것이 그의 몫이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그 자신 잘 안다.
브라질월드컵에서의 패배와 함께 자신에게 쏟아진 비난이 주로 선수기용과 둘러싼 것이란 데 대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그는 더 마음이 쓰일 것이다.
27일 열리는 자선경기에 혼신의 힘을 쏟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경기 불황인 탓도 있지만, 예전의 내로라 하는 대기업들은 뒤로 빠지고 중견 건설업체가 후원하는 것에 대해서도 뒷말을 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는 이에 개의치 않는다. 몇해 전 엄홍길 산악인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홍 감독이 이런 말을 했다. “엄 대장님은 산에 오르면서도 앞뒤 대원들에게 구두로 지시도 하고 대화도 나눌 수 있지요? 축구장에선 그게 안 돼요. 일단 경기장 안에 들어가면 아무리 밖에서 안으로 소리를 질러도 통하지가 않아요. 철저하게 고립돼 있는 거죠.”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홍 감독이 선수들과 평소 그토록 소통하려는 이유가 거기 있었구나’.
그도 며칠 후면 우리 나이로 마흔여덟에 이른다. 적지 않은 나이, 1년 반 이상의 고통과 고민의 시간을 벗고 함박웃음 지으며 선수들 등 두드려주는 홍명보 감독 모습이 기다려진다.
올해 자선경기에는 지난 여름 KBS에서 방영돼 인기를 끈 ‘축구미생’ 청춘FC 소속 염호덕, 임근영과 청각장애 국가대표 김종훈 등이 참가한다. 이번 대회 선수들 명단을 보면 그가 평소 후배들과 얼마나 끈끈하게 지내는지 알 것 같다.
△사랑팀
감독 최진철
선수 김병지(전남) 이종호(전북) 이근호(전북) 염기훈(수원) 김창수(가시와 레이솔) 김보경(마츠모토) 황의조(성남) 이천수 정대세(시미즈) 서현숙(이천대교) 송진형(제주) 이상민(울산현대고) 박주영(서울)
△희망팀
감독 안정환
선수 김승규(울산) 김진수(호펜하임)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박주호(도르트문트)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이승우(바르셀로나) 장현수(광저우 푸리) 염호덕(청춘FC) 임근영(청춘FC) 지소연(첼시레이디스) 김종훈(청각장애국가대표) 서경석(개그맨) 이대은(지바롯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