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특별기고] 현장서 떨어져 있을 때 보이는 것들
[아시아엔=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 월드컵이 끝나고 ‘대표팀’이라는 현장에서 물러난 지 9개월이 가까워지고 있다. 그 사이 나는 시간이 부족하여 잊고 살았던 분들에게 감사해 하며 살고 있다.
나의 가족들은 나로 인해서 수많은 시간을 희생해 왔지만 나는 그렇지 못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지금 짧은 시간이지만 가족과 함께하고 있고, 지금 이 시간들을 통해서 가족과 함께하는 것이 감사하다. 그렇다고 몇 십 년을 축구와 함께한 내가 단지 ‘대표팀’을 떠났다고 해서 축구와 함께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작년 12월에는 개최여부를 많이 고민했지만, 그래도 주위 많은 분들의 격려와 도움으로 12번째 자선경기도 개최하였다. 비록 팬들이 좋아하는 스타선수가 부족했지만 그보다 더 뜻 깊은 자선경기였다고 생각한다.
함께할 수 있었던 장애인 축구선수들의 열정은 단지 몸이 좀 불편할 뿐,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뛴다는 자부심은 대단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세상’ ‘편견의 비움은 능력의 채움’이라는 문구는 그 친구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게 하기 위하여 준비한 선물이었다. 물론 장애인 축구선수뿐만 아니라 많은 축구팬들에게도 한번쯤 일깨워주고자 했던 메시지였다.
그리고 2015년이 밝아왔다. 많은 분들께서 “이제 현장으로 빨리 돌아와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씀하신다. 하지만 아직도 고마운 분들과 함께하고, 감사하며 그분들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다.
올해 시작과 함께 유소년 축구선수들과 함께하기 위하여 경남 거제에서 초등학생 선수들 대회를 개최하였다. 또 개인적으로 하고 있는 재단의 활동에도 신경을 써야 하고, 지난 2011년 UN에서 위촉받은 유엔에이즈계획(UNAIDS) 홍보대사 역할에도 도움이 돼야 한다.
이밖에도 ‘지도자’라는 타이틀과 ‘대표팀’이라는 타이틀을 벗어나서도 대한민국 축구를 위해서 내가 할 일은 아직도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현장에서 잠시 떨어져 있기에 오히려 가능한 일들이다.
또 다시 치열한 현장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그만큼 충분히 충전을 해서 내 모든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을 때 그때 돌아가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치열한 현장보다는 내가 축구를 통해서 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을 챙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감독님 오랜만이네요^^ 분명 감독 말고도 한국축구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많을 겁니다. 지금처럼 유소년 지원을 하실 수도 있고 이렇게 칼럼을 쓰실 수도 있을 것이고 아무래도 말을 좀 심하게 더듬으시니 해설은 못하실 것이고(…) 여러가지가 있을 겁니다. 분명 저번 월드컵 때 안 좋은 성적을 거두며 많은 비난을 받으신 건 사실이지만 앞으로라도 축구계에서 좋은 일들을 많이 해주신다면 차범근 감독님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다시 명예회복이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무엇보다 감독님은 한국 축구의 영웅이 아니셨어요? 저희는 감독님이 2002년과 2012년때 보여주셨던 미소를 기억하고 또 다시 보고 싶습니다. 감독님의 새로운 축구인생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