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칼럼] 우분투! “우리가 함께 있기에 내가 있다”

심리요인에 좌우되는 축구, 하나된 마음이 중요

월드컵 대표팀 감독을 맡고 난 후 여러 생각이 더 많아졌다. 그만큼 혼자 있는 시간이 더 필요해졌고, 앞으로 더욱 그래야 할 것이다. 나는 생각하고 고뇌하며 최적의 해답을 찾아가려 한다.

내 머리와 온몸에 깊이 박혀온 관념과 행동은 무엇이며, 아직도 유효한지. 선수들은 언제라도 내 생각과 입장을 이해하고, 내 지시와 방식을 따라줄 것인지. 그들의 사고와 내 스타일의 차이는 무엇인지. 있다면 그것대로 존중하면 되는지, 아니면 수정하여 좁혀가야 하는 것인지. 그 간극을 줄일 가장 좋은 방안은 무엇인지. 그걸 찾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월드컵 개막일이 다가올수록 내 앞에 놓일 숙제들은 훨씬 많아질 것이다. 누구를 어떻게 선발해 어떤 역할을 맡길 것인지. 선수들의 최고의 컨디션과 기량과 사기를 끌어올릴 최선의 방안은 무엇인지.

그뿐 아니다. 결전의 시간이 가까워지면 예상되는 상대팀의 전력을 분석하여 어떤 전략과 전술로 구체적으로 대응할 것인지? 선수들의 부상과 스캔들 같은 돌발적이고 부정적인 상황은 어떻게 예상하고 예방할 것인지? 브라질이란 지역특수성은 무엇인지 면밀히 탐구하고 대비해야 한다.

경험이 쌓이고 나이가 들면서 축구는 심리요인에 더욱 좌우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리더의 가슴은 늘 숯덩이처럼 새카맣다”는 말이 요즘처럼 와닿은 적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다음 글이 참 맘에 든다. “아프리카 부족을 연구 중이던 인류학자가 한 부족 아이들을 모아놓고 게임 하나를 제안했다. 나무 옆에 싱싱하고 달콤한 과일들로 가득 찬 바구니를 놓고 누구든 먼저 바구니까지 뛰어간 아이에게 과일을 모두 주겠다고 했다. 그의 제안이 통역돼 아이들에게 전달되자마자 아이들은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손에 손을 잡은 채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바구니에 다다르자 모두 함께 둘러앉아 입안 가득 과일을 베어 물고 키득거리며 나누어 먹었다. 놀란 인류학자가 아이들에게 물었다. ‘1등으로 간 사람이 모든 과일을 혼자 먹을 수 있는데 왜 손을 잡고 같이 달렸지?’ 아이들의 입에선 ‘우분투(Ubuntu)!’ 라는 말이 합창하듯 쏟아졌다. 그리고 한 아이가 이렇게 반문했다. ‘나머지 다른 아이들은 모두 슬퍼할 일인데 어떻게 나만 혼자 기뻐할 수 있나요?’”

‘Ubuntu’는 아프리카어로 “우리가 함께 있기에 내가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앞으로 남은 기간, 나는 선수들과 혼연일체가 돼 최선을 다할 것이다.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우리는 하나가 되어 꿈과 열정 그리고 도전을 한 순간도 놓지 않을 것이다. 우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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