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명보극장+홍콩명보 인수설 내막은?
[이상현 기자의 황당 인터뷰] 올림픽국가대표 축구팀 홍명보 감독
“인터뷰가 뭐 이리 밋밋하고 우호적이기만 한가요? 전 좀 다르게 하겠습니다.”
지난 11월1일 저녁 7시40분쯤. 기자가 좀 늦게 합류한 홍명보 감독 인터뷰 자리는 예상대로 사뭇 진지했다. 그런데 스포츠엔 문외한인데다 인터뷰 준비도 안한 기자가 올림픽 국가대표 축구감독과의 인터뷰 자리에 끼어들다니. 애당초 말이 안 되는 자리였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자리였고, 무엇보다 활력소가 좀 필요했다. 한 시간이 넘도록 따박따박 홍감독의 신상을 훑고 있던 박소혜 기자도 좀 쉬게 해줘야 했다.
– 홍명보 장학재단 등 비교적 공익적인 일만 하는 줄 알았더니, 몰래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투자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 최근에 상영관까지 하나 인수하신 걸로 제 정보망에서 걸렸는데, 계속 모른 체 하실 겁니까.
▲ 도무지 뭔 얘기인지 모르겠어요. ㅠㅠ
– 명보극장 말입니다.
순간 진지했던 자리가 폭소와 탄성으로 화기애애해졌다. 다음 질문은 ‘넌센스’라는 걸 공유한 가운데 돌파해야 하므로 난이도가 더 높아야 했다.
– 하하하 농담이고요. 명보극장은 우스개이고요. 미디어사업에는 진짜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재단 혹은 개인 차원에서 아시아권 유력 언론사 한 곳을 컨소시엄 방식으로 인수 추진하고 계신 건 사실이죠.
▲ 아 예, 그 건 말이군요. 예, 부인하진 않겠습니다. (홍 감독이 장단을 맞추기 시작했다. ㅡ.ㅡ;;)
– 그런데 11월11일 창간하는 저희 아시아N 창간에 맞춰 그 아시아권 신문사를 인수하시는 진짜 저의가 뭡니까. 우릴 무력화 시키려는 의도 아닙니까.
▲ 예? 무슨 그런 말씀을? (얼굴 빨개지면서 당황!) 어떤 신문 얘기를 하시는 건지, 도무지….
– 홍콩명보(香港明報) 말입니다.
인터뷰 자리에 함께 있던 기자들과 홍감독이 파안대소했다.
– 은퇴 후 뭐 하실 겁니까.
▲ 후학들 양성하고 제자들 교육에 힘쓰며, 특히 국내외 소외된 계층의 아이들에게 꿈을 주는 그런 일을….
– 중국음식점 해보실 생각 없으세요? 감독님 성함이 죄다 중국집 이름에 잘 어울려요. 홍보석, 명보석, 뭐 안들어가는 말이 없을 정도잖아요.
▲ … … …
– 별명이 ‘흥부’시던데. 흥부 자녀가 몇 명인지 아세요?
▲ 10명 인가요? 15명?
– 25명입니다. 자녀를 그렇게 많이 낳으려면 부부관계, 금슬이 좋아야 겠죠? 감독님도 탁월한 금슬 때문에 ‘흥부’라는 별명 생긴 거 맞죠? 맞죠? 말해 보세요.
▲ ㅡ.ㅡ;;
– 자녀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중국의?某 무술배우와 이복 형제란 설이 있던데 사실입니까? 홍금보씨가 형님이 맞나요?
▲ 하하, 미국에서 그 분을 만난 적은 있습니다.
– 제가 괜한 소리를…. 마지막으로 축구계에서 알려지지 않은 비사가 있는데. 선수시절부터 국가대표 감독까지 라이벌로 지내면서 홍 감독께서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현직 아시아권 국가대표 축구감독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스포츠지 기자들도 대부분 보도 타이밍만 기다리고 있어요. 우리도 보도 안 할 테니 그 얘기를 좀 들려주세요.
▲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신지. 허허 참.
-대만 프로축구팀의 홍명‘가위’ 감독이요. 그 분과 가위바위보 하면 홍명’보’ 감독은 절대 못 이기잖습니까.
이 대목에서는 아무도 웃지 않았다. 기자도 예상했던 일. 마무리를 위한 수순이었다. 재빨리 준비해 간 A4 용지를 홍 감독 눈앞에 쫙 펼치면서 윽박지르듯 말했다.
– 감독님. 오늘 제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거의 답변을 못하셨습니다. 의혹은 더 큰 의혹을 낳을 뿐이므로 좀 반성을 하셔야 할 것 같고요. 마지막으로 저희 AsiaN 독자들에게 미리 창간 축하의 말씀을 좀 해 주세요. 저희 매체 잘 모르시니까, 이 원고를 그대로 읽으시면 됩니다. 너무 자연스럽게 한다고 ‘애드립’ 하시고 그러면 안 되는 겁니다. 아셨죠? 요 장면은 동영상으로 찍어 아시아 40억 독자에게 공개됩니다. 자 시작합니다.
기자의 페이스북 동영상 코너에 올라가 있는 홍명보 감독의 영상은 그렇게 탄생했다. 그리고 27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A조 경기에서 한국 국가대표팀이 졌다면 영원히 몰고(沒稿)가 될 뻔한 이 인터뷰 기사는 그예 빛을 봤다.
이상현 기자? coup4u@theasian.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