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살 미술학도 소년 “공간감각은 아버지 닮았어요” 그 아버지는…

홍성민군이 7살 때 파스텔로 그린 목성과 금성(왼쪽), 가운데 그림은 성민군 가족. 오른쪽은 피카소의 마리 테레사 초상을 아크릴로 따라 그린 작품이다. <사진=민경찬 기자>

15살 소년이 미술 전시회를 열었다. 지난 6월29일 금요일 저녁,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안에 있는 소규모 연회장에서 그리 많지 않은 사람들을 초대한 전시회였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중학생의 작품이겠지, 싶었다.

그런데 간단치 않았다. 그림들이 잘 그려진 것인지는 문외한이라 모른다 쳐도, 참신하고, 다양하고, 새로웠다. 조금 더 나간다면, 과감하고, 자신있어 보였다.

낡은 축구공을 재활용해 축구화를 만들었다. 성민군의 미술교사인 이정선씨(왼쪽)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이 홍성민군.

소년은 7살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자연스럽게 작품이 모였으며, 이번 전시회는 무려 4년 전부터 생각해왔던 거라고 했다. 어린 미술학도인 홍성민 군은 대치중학교 2학년이다.

9년 전부터 성민군의 미술 지도를 맡았던 이정선씨는 전시회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성민군의 작품을 일일이 설명해줬다. 그는 성민군에 대해 ‘형태력의 황제’라는 표현을 썼다. “공간과 지각력이 좋고, 구성력이 뛰어나다. 게다가 끈기가 있고 색채감도 예리하다”라고 평가했다.

홍성민군이 어머니 조수미씨를 그렸다. 배경을 다양한 색으로 화려하게 입혔다.

성민군의 어머니 조수미씨는 “어릴 때부터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스트레스 안 주고 할 수 있도록 해줬다. 중학생이면 본인이 장래에 대해 결정을 해야할 시기라서 그동안 모은 작품들로 이번에 전시회를 열어줬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입시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은 아닐까. 역시 디자인을 전공해 미술 분야에 조예가 있는 조수미씨는 “한국의 입시제도에 매달리는 거라면, 데생 열심히 하는 입시학원을 다니고 있을 거다. 여기가 대치동이지만 미술 외에 다른 사교육은 시키지 않는다.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것을 모으니 그게?’스토리’가 만들어지더라”고 했다.

공간감각이 좋다는 평가를 받은 홍성민 군의 아버지는 바로 런던올림픽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다.

성민군이 그린 아버지 홍명보 감독. 성민군은 한올한올 살아 있는 머리카락이 아버지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2일 대표팀 소집을 앞두고?잠시 짬을 내서 아들의 전시회를 마련한 홍명보 감독. “요즘 올림픽 준비로 아들 전시회 준비에 많은 도움을 주지 못했다”며 “지금껏 모아온 많은 작품들을 보여주고 싶어 이렇게 전시회를 열었다”고 했다. “무엇이 됐든 아들이 즐거워 하는 것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왼쪽부터) 전시회에 참석한 김봉수 올림픽대표팀 GK코치, 성민군 동생 홍정민(13), 전시회 주인공인 홍성민(15), 김 코치의 아들 김정욱(13)군, 홍명보 감독.

성민군은 전시회 한켠을 에이즈 관련 작품들로 채웠다. 유엔 에이즈친선대사를 맡고 있는 홍명보 감독을 따라 성민군도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에이즈에 감염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작품을 그렸다.

성민군은 '에이즈 없는 세상'을 만드는데 동참한다며 작품을 그렸다. 오른쪽은 유엔 에이즈를 상징하는 레드 리본을 모티브로 만든 작품 '레드리본의 모노그램'.?

홍감독은 “유엔 에이즈친선대사를 맡고 있는데 성민이가 관련 작품들을 만들었다.?에이즈 경각심을 일으키는 작품이 그려진 마우스패드를 판매해 수익금을 모아 기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이어 “제가 해야 하는데…”라고 덧붙였다.

간간이 축구도 잘 찬다는 성민군은 첫 전시회를 열게 돼 “떨리다”면서도 스스로 “잘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짧게 단답형으로 대답한 성민군은?앞으로 자동차나 물건들을 디자인해보는 것이 꿈이란다. 어떤 작품들이 나올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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