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퇴임후 65% 지지받는 우루과이 대통령의 ‘조용한 혁명’
우루과이?무히카 전 대통령?농장·1987년형 자동차?등 전재산 3억5천만원
5년 재임 중 급여 6억원 사회기부···대통령궁 노숙자에 주고 농가서 숙식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 문인회장] 대통령은 국민을 주인으로 모시러 나온 제일 큰 공복(公僕)이다. 우루과이에서 실제 있던 일이다. ‘히치하이킹(승차요청)’을 했더니 조수석에 국회의원이 앉아있고, 깜짝 놀라 운전석을 보니 대통령이 앉아있는 소설 같은 일이 있었다.
우루과이에 거주하고 있는 헤랄드 아코스타는 자신이 일하는 공장에 출근했으나 신분증 기한 만료로 작업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할 수 없이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던 그는 더위를 피해 히치하이킹을 시도했고, 마침 관용차 한 대가 그를 태워줬다. 차에 올라탄 헤랄드는 깜짝 놀랐다. 운전석에는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대통령이, 조수석에는 부인인 루시아 토폴란스키 상원의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헤랄드는 그때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대통령이 나를 차에 태워줬다. 그리고 상황을 설명하니 집까지 데려다 주셨다. 이 사실을 나는 믿을 수 없었다. 대통령 부부는 매우 친절했다. 그날 하루 동안 비록 일하지는 못했지만, 이 짧은 여행은 더없이 소중하고 유쾌했다.”
자신의 월급 대부분을 기부하는 것으로 알려진 호세 무히카 대통령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라고 한다. 지난 5년 재임 중에 받은 월급 가운데 약 6억원을 기부했고, 이 중 4억3천만원은 서민들을 위한 주택건설 사업에 사용했다. 올해 초 신고 된 재산은 약 3억5천만원인데, 이 중 1억5천만원은 농장이고 나머지는 약간의 현금과 트랙터 2대, 농기구 그리고 1987년형 자동차 한 대 등이 전부다. 그나마 농장은 부인 소유다.
그는 호화로운 대통령 관저 대신 평범한 시민들의 생활을 느끼기 위해 여전히 농장에서 지내고 있다. 그가 기부하는 이유도 평범한 시민들의 평균소득에 맞춰 살기 위해서라고 한다. 지난해 아랍의 부호로부터 대통령의 오래 된 차를 100만 달러에 사겠다는 제의를 받았지만 그는 거절했다.
이 사실이 화제가 되자 그는 “내가 타는 차에 큰 관심을 두지 않기 바란다. 모든 자동차에는 가격이 붙어 있지만, 삶에는 가격이 없다”고 말했다. 자동차에 대한 관심을 거두고 인간의 삶의 문제에 더 많이 고민하라는 뜻이다. 무히카 대통령은 이런 말도 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삶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존경받는 우루과이의 호세 무히카(80) 대통령이 지난 2월28일 퇴임했다. 타바레 바스케스 대통령 당선인이 3월1일 취임했지만 물러나는 마당에도 무히카 대통령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최근 지지율은 65%로 2009년 대선 득표율 52%를 한참 앞섰다. 무히카 대통령이 우루과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남미에서 드물게 성공적인 좌파정부로 평가받았고 그 외에 검소한 생활방식과 자선단체 기부, 빈곤타파와 환경보호를 위한 행동 때문이라고 한다.
퇴임을 앞두고 낸 전기(傳記) <조용한 혁명>은 우루과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고, 10개국에서 번역 출간될 예정이다. 특히 무히카 대통령이 재임 중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한 연설들은 온라인에서 전문이 공유될 정도로 화제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대신 환경을 보호하고, 빈곤과 가난을 해결하자는 내용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무히카 대통령은 2013년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현대사회는 가치에 반해서 움직이고 수단에 관계없이 단지 부자일 때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의해 움직이는 것 같다”며 “인류는 시장경제를 신으로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이 더 이상 소비를 못하게 되면 좌절하고 자신을 하찮은 존재로 여길 것”이라며 “전 세계인들이 보통 미국인들처럼 소비한다면 3개의 지구가 더 필요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무히카는 이어 “국경을 넘어 전 세계가 소수의 이익만을 위한 경제와 싸움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며 “진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근무시간을 바꾸고, 깨끗한 물을 확보하기 위해 지원하고, 사막화를 반대하고, 더 많이 재활용하며, 지구 온난화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했다.
무히카는 앞서 2012년 브라질 리우 정상회담 연설에서도 소비사회에 갇힌 현대인들을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소비사회에 통제 당하고 있다”며 “우리는 발전을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행복하기 위해 지구에 온 것이다. 생명보다 더 귀중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빈곤한 사람은 조금 가진 사람이 아니고 욕망이 끝이 없으며 아무리 많이 소유해도 만족하지 않는 사람”이라며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가 만든 사회 모델이다. 반성해야 할 것은 우리들의 생활방식”이라고 했다.
임기를 마친 뒤 무히카는 상원의원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무히카 대통령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너무도 간단하다고 했다. “개발은 행복, 지구에 대한 사랑, 인간관계, 아이 돌봄, 친구 사귀기 등 우리가 가진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줘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가진 가장 소중한 자산은 바로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무히카 대통령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그가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 그의 주장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2010년 취임한 그는 대통령궁을 노숙자 쉼터로 내주고 대신 수도 몬테비데오 근교의 아내 소유 농장에 거주했다. 집을 지키는 것은 두 명의 경찰과 다리 하나 잃은 개 마누엘라이 전부라고 한다.
“사람들이 나를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내가 전혀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진 재산이 많지 않으면 재산을 지키려고 노예처럼 일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자신에게 쓸 시간이 더 많아진다.” “내가 정신 나간 늙은이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자유로운 선택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그가 실천한 ‘조용한 혁명’이 한 없이 존경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