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의 웰빙100세] 완주군 로컬푸드 성공요인은?
박근혜 대통령이 7월11일 경기 김포시의 ‘로컬푸드(local food) 공동판매장’을 방문해 직접 장바구니를 들고 쌈채소, 된장, 명월초, 콩나물, 두부, 시리얼 가공식품 등을 구입하면서 민생현장을 확인했다.
2012년 11월 개점한 ‘김포 로컬푸드 공동판매장’은 김포시가 운영한 엘리트농업대학 졸업생 5명이 지역 농산물 판로(販路)를 확대하기 위해 설립했다. 현재 300여 농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친환경 엽채(葉菜), 과실류, 가공식품 등 350여종을 판매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식품을 먹을 수 있을까? 우리 가족이 먹는 농산물은 누가, 어떻게 생산하는지 알 수 없을까? 농민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면서 동시에 건강한 먹을거리를 확보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런 고민들에 대한 해법으로 등장한 것이 ‘로컬푸드(지역 먹거리) 운동’이다.
‘로컬(local)푸드’란 ‘글로벌(global)푸드’의 반대되는 개념으로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은 지역 농산물을 의미한다. 협의(狹義)개념은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여 얼굴을 서로 아는 생산자-소비자 관계에서 먹을거리 안정성이 보장된다. 한편 광의(廣義)개념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사회적 거리를 축소하는 것으로 농산물 거래에 가격 이외의 요소를 반영한다.
‘로컬푸드운동’이란 지역에서 생산된 먹거리를 그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운동으로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의 거리를 최대한 줄여 먹을거리의 신선도와 안전성을 확보하고, 이산화탄소 등 농산물 이동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여 지구온난화를 방지하자는 운동이다.
로컬푸드운동은 미국, 영국, 캐나다, 이탈리아,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수십년 전부터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지역 내 생산자와 소비자가 1년 단위로 계약하는 공동체지원농업(CSA)을 1986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슬로우 푸드, 네덜란드의 그린 케어 팜(Green Care Farm), 일본의 지산지소(地産地消)운동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유행을 선도하는 미국 ‘뉴요커’의 최근 음식 트렌드는 로컬(local)이다. 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는 유기농(organic) 농산물을 넘어 얼마나 가까이에서 직접 기른 과일과 채소, 쇠고기, 돼지고기인지 따지는 것이다. 까다로운 뉴요커들은 신선한 식품 재료로 식단을 꾸미고, 뉴욕 인근의 소규모 농장들은 중간 상인 없이 곧바로 소비자들을 만나 적정한 이윤을 챙기는 ‘그린마켓’이 인기다.
로컬푸드운동은 신선한 농산물 공급과 소비를 실천하여 인류의 건강을 지키자는 범세계적인 운동이다. 국토의 넓이, 농산물 종류, 소비자 의식 등에 따라 국가별, 지역별 차이는 있지만,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소비하여 ‘푸드 마일리지(Food Mileage)’를 줄이자는 취지는 같다. ‘푸드 마일리지’란 식품이 생산된 곳에서 일반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이동거리를 말하며, 1994년 영국의 소비자운동가 팀랭이 처음 사용하였다.
농산물 공급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수입농산물에 대한 안전성, 신선도, 농산물의 이동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등은 소비자의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칠레산 포도는 약 20,480㎞, 미국 캘리포니아산 오렌지는 약 9,604㎞를 이동하여 국내 소비자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이렇게 먼 거리를 이동하기 때문에 과일을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하여 농약, 왁스 등 화학물질을 사용하므로 우리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우리나라에서는 로컬푸드운동본부(Local Food Korea)가 지방자치단체 및 민간단체와 함께 로컬푸드운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인가 사단법인으로 2009년 11월에 설립된 ‘로컬푸드운동본부’는 로컬푸드운동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제고시키고, 로컬푸드 관련기관과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통해 로컬푸드운동을 사회 저변에 정착시키고 지역 농업의 회생과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운동본부 산하 로컬푸드연구소는 국내외 로컬푸드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로컬푸드 직매장’ 운영주체는 지역 농협, 축협, 영농조합법인, 로컬푸드협동조합, 구청 등 다양하며, 로컬푸드 직매장에서는 안전성 관리, 매장 진열 등의 교육을 이수한 뒤 출하약정(出荷約定)을 한 농민만이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기에 믿을만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게다가 로컬푸드 직매장의 경우 대형마트와 가격을 비교하면 평균 21%나 저렴하여 방문하는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농민은 정성 들여 재배한 농산물을 좋은 가격에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농산물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농민과 소비 간의 직거래를 활성화를 위해 ‘로컬푸드 직매장’과 ‘직거래 장터’를 지원하고 있다.
2012년 4월 전라북도 완주군 용진농협에서 우리나라에서 처음 로컬푸드 상설 직매장이 문을 연 후 전국적으로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 2014년 7월 현재 52개에 이르고 있다. 이는 로컬푸드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의식이 높아지고,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예산을 투입하는 등 지방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전북 완주군은 인구(8만8101명)의 26.8%(2만3607명)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65세 이상 농가비율이 34.6%일 정도로 고령화 문제를 겪어왔다. 게다가 완주군 농민 대부분이 농축산물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생산한 농축산물을 시장에 팔지 못하고 스스로 소비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이처럼 침체된 농촌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완주군이 주목한 사업이 ‘로컬푸드 직거래 사업’이다.
완주군은 2010년 10월 로컬푸드 육성 지원조례를 제정하고, 군청 농촌활력과에 로컬푸드팀을 별도로 조직했다. 또한 농가를 대상으로 로컬푸드 직거래 관련 교육을 실시하여 2012년 4월 직거래 매장(직매장)을 개장해 운영 중이다. 직매장 설립 초기 150여 가구였던 참여 농가 수는 300여 가구로 두 배가 늘었다. ‘생산자 실명제’를 통해 생산자가 본인 이름을 걸고 생산한 농산물을 직접 매장에 납품하므로 이용객이 크게 늘어 매출 향상으로 이어졌다.
로컬푸드 사업 추진 결과 완주군 농민들은 자존감을 회복하여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주체로 성장하였다. 이에 완주군의 로컬푸드 사업은 대표적인 지역발전 모델 사례로 꼽히고 있다.
로컬푸드 직매장의 수는 광역지자체 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북이 16곳, 경기 11곳, 전남 8곳, 충남 4곳, 광주와 서울이 3곳, 대구와 경북, 경남이 2곳, 울산 1곳이다. 한편 인천, 대전, 세종, 충북, 강원도, 제주도는 한 곳도 없다. 기초지자체 경우, 로컬푸드 직매장을 처음 개장한 완주군이 6곳으로 가장 많으며, 그 뒤를 이어 고양과 고창이 3곳, 김포와 김제, 전주, 광부 북구가 2곳이다.
정부, 지자체, 민간의 협력으로 로컬푸드 상설 직매장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일이다. 그러나 로컬푸드 직매장이 단순히 상품을 사고파는 거래소 역할을 위시하여 이른바 ‘얼굴 있는 먹을거리’를 통해 건강과 환경, 지역의 공동체성을 되살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로컬푸드 운동의 기본정신을 함양해야 한다.
안전하고 건강한 지역의 친환경 농산물을 선택하여 소비하는 것은 시장 개방 속에서 심각한 변화와 위기의 소용돌이에 내몰리고 있는 우리 농업을 회생시키는 길을 열어가는 방안이기도 하다. ‘로컬푸드운동’에 동참하여 지역농민들이 생산하는 농산물을 소비하여 생산자도 돕고 건강한 밥상을 꾸미는 ‘로칼푸드’로 건강을 증진하도록 한다.
<동의보감>(東醫寶鑑)의 약식동원론(藥食同源論)에서 나온 신토불이(身土不二), 즉 사람의 몸은 태어나고 자라는 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므로 건강을 위하여 신선한 지역 농산물을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Buy local, Eat fre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