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메르스’ 급증…유행 우려 확산
전체 감염 환자 299명 가운데 87명 사망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환자와 사망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사우디 보건부는 25일(현지시간) 메르스 감염 환자 2명을 추가 확인했으며 감염 환자 2명이 추가로 숨졌다고 밝혔다.
전날 감염이 추가로 확인된 36명과 추가 사망한 감염 환자 4명을 고려하면 2012년 9월 첫 환자가 발생한 이래 지금까지 사우디에서 확인된 메르스 감염 환자는 299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87명이 숨졌다고 dpa 통신이 전했다.
이는 전날 현재까지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된 전 세계 감염 환자 수보다도 45명이나 많은 수치다.
지난달 23일까지만 해도 사우디에서 확인된 메르스 감염 환자는 162명으로 집계됐다. 한 달 남짓 만에 감염 환자가 85%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게다가 지난 14일 기준 누적 메르스 감염 환자가 194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전체의 35%가 넘는 105명의 감염이 지난 열흘 남짓 동안 추가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숨진 감염 환자도 18명으로 전체 누적 사망 환자의 20%가 넘었다.
특히 전날 감염이 확인된 36명의 환자는 수도 리야드와 서부 제다는 물론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에서도 다수 나왔다고 보건부는 전했다.
메카에서 확인된 6명의 감염 환자 가운데 1명은 터키에서 온 65세의 성지순례객으로 파악됐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사우디에서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 발병과 사망 사례는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감염 사례가 급증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메르스의 유행성 전염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이달 초 제다의 킹파드 병원 응급실이 메르스 전염 우려로 문을 닫고, 지난 16일에는 같은 병원 의사 4명이 메르스 감염 환자 치료를 거부하며 그만둔 것으로 전해지자 이 같은 우려는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이에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은 지난 21일 보건장관을 전격 경질한 데 이어 최근 메르스 발병 사례가 급증한 제다를 전날 직접 방문하는 등 불안감 확산 차단에 나섰다.
압둘라 국왕의 아들이자 국가수비대 장관인 미타브 왕자는 “메르스에 대한 소문이 근거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아버지가 제다를 방문했다”면서 “메르스가 아직 유행성 전염병 단계까지 도달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치사율이 37%에 달하는 메르스는 2003년 아시아에서 발생해 전 세계적으로 8천273명이 감염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치사율 9%)의 ‘사촌 격’으로 인식된다.
작년에는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의 원인 동물이 박쥐이고, 매개 동물이 낙타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각각 나오기도 했으나 예방 백신은 아직 없다.
한편 WHO 집계로는 2012년 9월부터 지난 24일까지 전 세계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보고된 환자는 254명이며 이 가운데 93명이 숨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