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몽골 정상회담, 미국 견제용 분석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1일 차히야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를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기로 합의했다.
시 주석의 이번 방문은 2003년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의 국빈 방문 이후 중국 국가주석으로서는 11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양국 정상은 이날 오후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회담을 연뒤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공동선언을 채택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22일 밝혔다.
양국은 공동선언을 통해 서로에 대한 독립·주권·영토안정에 대한 존중과 내정 불간섭의 원칙에 따라 상대국 주권과 안보를 침해하는 어떤 동맹이나 단체에도 가입하지 않기로 했다.
또 제3국이 자국의 영토를 이용해 상대국의 주권을 훼손하는 것을 불허한다는 내용도 공동선언에 담았다. 여기에는 몽골이 미국 및 일본과의 관계가 밀접해지고 있는 것을 견제하려는 중국의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4월 몽골에서 양국 군사협력을 확대하는 내용의 ‘공동비전’을 체결하는 등 몽골을 중국 견제에 끌어들이려는 행보를 보였다.
또 엘벡도르지 대통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지난해 3월과 지난달 각각 울란바토르와 도쿄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관계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중국은 공동선언에서 “몽골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가입하는 것을 지지하고 몽골이 적절한 방식으로 동아시아정상회의(EAS)와 한·중·일 협력에 참여하는 것도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몽골측이 제안한 ‘동북아 안보를 위한 울란바토르 대화 체제’와 중국·몽골·러시아 간 3국 정상회담과 이를 통한 3국 간 협력도 지지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11월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엘벡도르지 대통령을 공식 초청했다.
경제 분야에서 양국 정상은 자원개발과 기초시설 건설, 금융 협력을 ‘삼위일체’로 삼아 철도, 고속도로, 출입국 사무소, 철광, 광산, 석유, 전력, 자동차 등 분야별로 전방위 호혜협력을 추진키로 했다.
중국은 화동 지방과 동북 지방의 항구를 개방, 항구가 없는 내륙국가인 몽골측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개방되는 항구는 톈진(天津)항을 포함해 동북 지방 항구 4개 정도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몽골은 중국이 추진 중인 실크로드 경제지대 및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밝혔다.
시 주석은 “좋은 이웃은 천금을 줘도 바꾸지 않는다”는 성어를 거론하면서 “중국은 몽골을 비롯한 주변국에 함께 발전하는 기회와 공간을 제공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중국 언론들은 이번 방문이 지난달 초 방한 이후 두번째로 이뤄진 개별국가 단독 방문으로, ‘친척집 방문’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하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