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의 경제토크] ‘여성취업’ 가정적으론 돈 더 든다?
성경에 고린도서라고 있다. 거기에 “모든 은혜가 넘쳐, 모든 일에, 모든 것이 넉넉하고 모든 착한 일을 넘치게 하며…”라는 구절이 나온다. 여기 Autarky라는 컨셉이 소개되고 있다.
시장의 가격형성 기능을 우회(Bypass) 해버리는 일을 말한다. 물물교환을 의미하는 바터도 그런 일의 일종이다.
예를 들어보자. 삼성전자에 취직해서 월급을 많이 받아 신세계백화점에서 세일하는 것을 부모님께 사드리면서 효도한다. 잘 된 일이고 자랑스럽다.
그런데 실직상태에 있지만 온 동네 청소, 잔심부름, 재활용 등을 열심히 해서 부모님께 맛있는 것을 사드리지는 못하지만 무슨 다른 방법으로 어찌어찌 해드린다. 크게 자랑스럽지는 못하지만 제법 실속이 있다.
앞의 경우는 시장이 개입한 거다. 뒤 상태가 Autarky에 가까운 경우다. 위의 고린도서의 성경구절이 말하는 것은 뒤편에 가깝다.
지난 수백년간 우리 인류는 시장이란 개념, 돈이란 개념에 푹 빠져 있다. 그래서 성경에서 말하는 기적이나 축복도 ‘꼭’ 돈과 시장이라는 관점을 통해서 생각하고 있다.
위의 성경구절로 돌아가자.
“모든 은혜가 넘쳐….”(그러면 적어도 월 10억을 의미하는 구나. 십일조를 생각하면 11.1111억이 되겠지? 특별헌금까지 고려하면 11.1111억 플러스 알파를 의미하는 거?) 모든 일에 모든 것이 넉넉하고….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틀린 거라 생각한다.
약간 음험한 경우로 가보자. 한국의 종합병원에 가면 교회 건축헌금을 내야겠다면서 장기를 팔겠다는 여성들이 아주 많아 골치를 썪고 있다고 한다. 어느 누구에게 차분하게 성경을 가르쳐 준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라면 그냥 그걸 해버렸으면 간단하게 끝났을 일을 “고로 교회를 지어야한다, 고로 건축헌금을 해야한다, 고로 장기를 팔아야한다….” 이렇게 하면 끝장이 나고 만다. “왜 하필?”이라고 해야 하는 순간에 ‘고로’라는 말을 하기에 그렇게 끝장이 나는 것이다.
교회를 짓는다. 돈이 없이도 어? 이상하게 땅이 나왔네? 어? 이상하게 옆의 공사판에서 못 쓰는 재료들이 나왔네? 이런 식으로 교회가 되는 경우도 몇 봤다. 학교가 망해서 군청에서 골치를 썩이다 제발 써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시장이 Bypass된 경우라고 봐야한다. 판잣집에 세들어 사는 분이 집주인이 빚더미로 무너져서 도망가고 빚만 업고 세를 계속 들어사는데, 그 땅값이 폭등해서 상당한 부자가 되는, 그런 이야기는 수백건도 더 들었다. 판자촌에서 텐트치고 목회 시작하신 목사님과 신도들이 이런 식으로 떼부자가 되는 바람에 요사이 번듯한 교회가 되어있는 그 과정을 처음부터 본 케이스도 많다. 장기를 안 팔아도 뭔가 일이 된 케이스들이다.
목사님들이나 선교사님들 가운데 오직 시장을 통해서만 하나님의 물질 축복이 자기에게 온다고 철저하게 믿는 신앙이 정말 산을 움직일 정도로 튼튼한 분들이 참 많다. 돈이 많은 신도들을 늘 찾아다닌다. 그래서 헌금을 하지 않으면 저주를 받는다고 겁을 준다. 그리곤 자기에게 십일조를 하라고 한다. 그런 분들의 모든 행동은 시장 속에 있는 시장의 일부분일 뿐이다. 얼마 전에도 친척형님 목사 한분이 이런 트릭을 걸어왔다. 정말 불쾌하였다.
성경에서 경고하고 있는 “맘몬 신을 숭배한다”는 것이 이렇게 “뭐든지 시장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돈이 있어야 무슨 일이라도 된다”는 습관적 사고방식이 아닐까 싶다. 이런 목사님들, 이런 선교사님들이 사실 가장 ‘맘몬신을 착실하게 숭배하고 계신 것’이나 아닐지?
주위에 늘 “난 돈이 없어도 돼”라는 말을 어려서부터 수도 없이 반복하면서, 그것이 청렴한 것이고 고지식한 것으로 자신도 알고 다른 사람도 자기를 그렇게 봐주기를 기대하는 사람이 있었다. 결국은 유산싸움에 서류위조, 위증인 동원 등 가장 치사하고 비열한 방법으로 임했고 그러다 궁극적으론 망해버린 사람도 있다. 실제로 돈을 통하지 않고 많은 일을 해온 사람이라면 돈이 없어도 된다는 말을 그렇게 많이 하진 않는다. 늘 모든 일이 돈을 통해서만 된다는 철저한 (맘몬 숭배) 신앙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런 말을 계속 했고 (그렇게 숭배한) 그 맘몬신이 별로 도움을 못 준 케이스다.
내 경험 하나 소개한다.
어떤 일을 계획할 적에 그 일을 하기 위해 ‘시장에서 보통 생각하는 필요자금이 없이 왠지 너무 하고 싶어서’ 시작했고 아에 준비도 하지 않고 시작을 했는데 일이 어떻게 어떻게 신기하게 혼자서 막 굴러가고 그러다 보면 이상하게 그 필요자금도 여기저기서 나온 그런 경험이 있다. 외견상 보면, 언제나 돈이 쪼들리는 듯이헉헉 대지만 얼마 지나고 보면 굉장히 큰 일들이 이루어져 있는 경우다.
시장에서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서 이룩되는 시장의 사건이 있고, 시장 메커니즘을 통하지 않고 이루어지는 일들이 있다. 위의 성경구절은 뉘앙스상으로 보면, 후자를 말하는 것 같다. 예수님께서 ‘오병이어의 기적’을 하시면서 이렇게 하셨을까? “5천명, 여자까지 넉넉잡아 7천명. 삼립제빵의 크림빵 한개 50원, 고로 3500만원…기타 물류비포함 4000만원, 대량으로 사니 할인하여 3000원, 미리 Deposit을 해야 하니 300만원…여기 모이신 신도들 중에 300만원 헌금 하시면서 물질에서 하나님께 충성하실 분 안 계셔요? 돈 없어요? 공중화장실에서 떼 온 장기매매 전화번호 여기있어요….”
이렇게 하실까? 아니다!
Autarky…. 시장 메카니즘을 우회해버리는 그 무엇, 그 기적, 그 꾀, 그 우연, 그 기회….시장이라는 것이 사실 엄청난 낭비를 본질적으로 내포한다.
삼성전자에 다닌다. 월급을 많이 받는다. 도대체 얼마를 세금으로 떼나? 출퇴근하느라 비용은 얼마나 들고, 옷을 허름하게 입고 출퇴근 할 수 없다. 그럼 신세계백화점…. 주차비용은 얼마나 들고, 소비세, 간접세, 거기다, 수많은 과정 과정에 관여한 사람들마다 떼부자가 되도록 중간에 돈을 뗀다, 거기다 엄청 세금 매긴다. 그러니 사실 내가 부담해야 되는 건 더 많은 거다.
여성들이 취업하면 가정적으로는 사실 돈이 더 든다는 이야기들 더러 들어보셨을 거다. 시장화에서 생기는 비용을 산정해보면 그런 경우가 참 많다.
Autarky! 절대 깔봐서는 안 되는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