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경제토크] 김정은의 실각 가능성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부인 리설주와 함께 개업을 앞둔 주민편의시설 '해당화관'을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28일자 노동신문은 1면에 관련사진을 게재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북한의 도박, 완전히 실패한 것 같다. 김정은도 무사하지 않을 것 같다. 북한은 해방 이후 고도의 사전계산 전술에 의거한 국제관계 긴장조성을 외교정책 방법론으로 상투적으로 운용해 왔다. 그리고 거의 매번 뭔가를 얻어냄으로써 그 도박에 성공했다.

그런데 이번엔 실패한 것 같다. 이번 도박의 실패는 김정은의 실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잘하면 국운이 열린다. 자, 이번 도박의 과정을 짚어보자.

1.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북한 개방정책 시절이 있었다. 그때 김정일은 재빨리 답방을 하고, 핵문제를 해결하고, 국제사회에 정상국가로 복귀했었었어야 했다. (여기서 ‘했었었어야’라는 표현을 쓰면 ‘안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측과 국제사회로부터 더 많이 뜯어내려고 시간을 너무 끌었고, 그러는 도중에 미국에 덜컥 네오콘 정부가 들어서 버렸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는 오로지 한미관계에 충실했다.

2. 그 결과 15~16년간 정상국가로 복귀해 경제성장을 했었었어야 하는 시절을 허비해버렸다. 덜렁 핵무기 몇 개…. 이거 바보들의, 바보스러운 무기다. (지난 번 핵무기에 관한 몇 가지 오해에 관한 글 참조) 그거 덩그러니 몇 개와 수십년의 경제건설을 바꿔? 지금 현대국가는 재화와 서비스 창조에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 큰데, 수십년째 그걸 못하게 된 북한은 솔직히 세종대왕이 당주석이 되고 이순신장군이 총사령관이 되어도 골골하게 되어 있다.

3. 그런데 김정은이 등장한다. 생긴 것, 하는 짓, 딱 한국의 재벌 3세들 하는 짓과 똑같다. 머리는 나쁘고 폼은 잡고 싶고 자기 핏줄이 영원히 위대한 집안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개폼을 잡고 싶어하는 찰라에 머리가 아래처럼 굴러 갔던 거다.

4. 한미군사훈련이 정기적으로 있어. 그걸 침략적이라고 뒤집어 씌우는 거야. 그러면서 악악거리는 거지. 그러면 남과 미국측에서 대화를 하자고 할 거야.

5. 마지 못한 듯 대화를 하기만 하면, 핵무기 보유는 일단 기정사실로 만들고, 최근에 조성된 긴장에 관해서만 대화가 돌아갈 거야. 거기서 적당히 양보하거나 주거니 받거니 해 버리면, 일단 핵보유국 지위는 먹고 들어가는 거야. 이런 식의?잔머리. 꼭 한국의 재벌 3세들 정도 급에서 생각하는 그런 잔짱구. 여기가 전선인데 좀 앞에 나가 싸우면 여기는 영토로 인정받고 들어가는 그런 전략이다.

그런데 김정은이 한가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 있다. 아마 앞으로도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 뭐냐 하면 복잡성(Complexity)의 법칙이다. 안타깝게도 이 세상은 무한히 복잡하다는 거다. (하늘이 벌린 일이 아닌) 오늘 내가 벌린 일이 며칠만 지나면 그 의미가 희석돼 버린다는 의미다. (적어라 이건 시험 나온다!)

감옥에 가거나, 파산을 하거나, 대형 스캔들로 큰 망신, 큰 고통을 당한 지인들에게 내가 늘 하는 말이 있다.

“한국사회는 너무나 복잡하고 너무나 큰 대형사고가 무한히 벌어지기 때문에 사실 네 얘기는 이틀 정도 지나면 사람들은 관심도 없어져.” 바로 그래서 섹스비디오가 유출돼도 연예활동을 재개하고, 감옥에 간 사람도 얼마 있다가 재기를 하곤 한다.

거의 모든 사건은 곧 희석된다. 트렌드만 남는다. 그런데 재벌 3세들은 트렌드를 못 읽는다. 그래서 사건을 저지른다. 그리고 곧 희석된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부인 리설주와 함께 평양 양각도축구경기장을 둘러보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이날 최룡해, 장성택, 현영철, 리영길 총참모부 작전국장 등을 대동했으며, 이 경기장을 최고의 축구 전용구장으로 리모델링할 것을 지시했다. 통신은 이 사진을 보도하며 정확한 촬영 날짜는 밝히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싸이가 젠틀맨이란 신곡을 발표하고, 보스톤 마라톤 폭발사고, 중국지진, 아베가 망언시리즈를 시작하면서, 그러면서 북한 핵, 북한의 긴장조성 문제는 희석돼 버렸다. 북한? 김정은? 우이, 바빠 죽겠는데, 귀찮게 굴고 있네… 급으로 돼 버린 거다.

김정은의 머리는 자신이 사전에 아무리 복잡한 계산을 하고 아무리 묘수를 두어도 이 무한히 복잡하고 복잡한 세상이 소위 그 묘수를 묘하게 두어주지 않는다는 복잡성의 법칙을 무시했다. 그래서 실패한 거다.

세상이 계속 “김정은이 무슨 생각을 할까?”를 생각하고 거기에 대응책을 마련하고 계속 고민하고 그렇게 대응해 줘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우리 국민들이나 지도자들이 너무 바쁘고 너무 주의력 집중 가능기간이 짧다. 벌써 좀 귀찮아진 거다.

그래서 내가 늘 주장하는 건데, 뭔가 일을 꾸미려면 물길을 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한 복잡성 속에 나의 그 어떤 것도 2~3일만에 다 희석되게 돼 있다. 그래서 세력을 봐야 하고, 구조를 봐야 하고, 천시를 읽어야 한다.

물길을 타고 천시에 몸을 맡겨서 그 자리에 올라가보지 않은 사람이 그걸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결과 이번 북한의 땡깡사건으로 멀쩡하던 개성공단만 없어졌다. 지금 대한민국의 국력의 사이즈로는 그런 거 하나 없어져도 간에 기별도 안 온다. 며칠 뒤면 아무도 신경도 안 쓴다.

근데 거기서 생계를 해결하던 수십만 북한 가족. 어떻게 하나….?강성조국에서 잘 알아서 먹여주기야 하겠지만, 내가 봐도 걱정된다. 워낙 없는 집에 체면 세우려다 그나마 차려준 밥상마저 반찬투정하다 엎어버린 것이나 아닐까.

김정은의 도발, 실제로 대화를 끌어내지도 못했다. 대화를 할까 말까 대강 우리끼리 혼선을 만들어 놓고 나선 대화를 하지 않아 버렸다. 가장 절묘한 대응이었다. 그것이 도덕적으로 철학적으로 이상적이냐 아니냐를 논하지 말고, 있는 사실을 그대로 보자면 김정은 혼자서 헛짓 해버린 것이고, 우리 국민과 주변국은 의연하게 무시해버린 거다. 한미 군사훈련도 이미 끝났고, 그냥 사람들의 뇌리에 “저기는 만날 저래….” 그런 인상만 줘버렸다. 그냥 우리가 진도 나가 버린 거다.

자, 북한 입장에서 주판을 한 번 튕겨보자. 뭘 얻었지? 그걸 생각해보면 허무할 거다. 그럼 뭘 잃었지?

첫째로 치킨게임에서 상대에게 그냥 개무시를 당해버렸다. 앞으로는 치킨게임이 불가능해져 버렸다. 왜냐, 상대는 “넌 저번에도 같은 짓 했잖아…. (영어로) We all have seen this movie…”로 반응을 보일 것이다.

“핵? 그래 그게 그렇게 좋으면 계속 만들어. 그러나 봉쇄도 계속이야. 아니 더 심하게 한 번 고생해봐”의 상태로 들어갔다. 소리 나지 않게 더 고생시키는 방법 많다. 국제사회에 정상국가로 재진입? 물 건너갔다.

그렇다면 북한 엘리트들에게 남은 카드는 뭐냐. 딱 하나. 김정은을 실각시키는 것이다. 그게 아니면 정상국가로 국제사회에 진입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북한의 엘리트와 인민들이 깨닫는 순간 이 친구는 가게 되어 있다. 왜냐, 건달은 쪽팔린 순간 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달 두목은 싸움을 피해야 한다. 신비함 속에 숨어서 쪽팔림으로부터 보호받는 게, 그 꾀요 생존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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