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의 경제토크] 사람들은 왜 사기를 칠까

‘신의 경지에 이른’ 금융사기 내막?

초등학교 동창 중 유명한 사기꾼이 한?사람 있다. 초등학교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사람이 변해 친구집에 놀러가서 카메라 훔치기부터 시작하더니 감옥에 들락날락하면서?지내는 친구다. 상당히 유복한 집안의 자제였는데, 뭔가 귀신이 씌웠다, 정신병이다 이렇게 간단히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친구의 일생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좋은 인생공부를 하게 됐다.

이 녀석이 내 돈도 솔찮게 노렸다. 그래서 나한테?한 대 터지고, 그러곤 푸하하하 술도 마시고 계속 그렇게 지냈다. 지독히 질긴 인연이라 할 수 있다. 이 친구가 왜 사기를 치는가, 왜 훔치는가에 관해서 나는 철학자로서 심각하게 철학적인 고민을 한 적이 있다. (철학자도 급이 여럿 있어서 삶의 의미는, 우주의 궁극적 진리는 뭘까 하는 고상한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철학자도 있고, 나처럼 저눔쉬키는 왜 사기를 칠까 이런 질문을 던지는 자칭 철학자도 있다.)

칠 수 있었기 때문에 친다. 내가 보기에 그 이상 정확한 답이 없는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친 사기가 발각될 확률, 그 처벌의 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사람들의 사기가 전혀 이해가 안된다. 그럼에도 그들은 ‘칠 수 있는 사기를 안 친다는 것’을 도저히 스스로 용납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싶다.

그렇게 돈 욕심을 부리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돈 벌겠다고 아둥바둥하는 우리 보통사람들의 손에서, 단지 간단한 몇마디 말로써 자기들이 목숨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 모든 것을 송두리째 앗아갈 때 이들이 느끼는 통쾌감 성취감 우월감은 가히 신적 혼동상태까지 이르게 하는 것 같다. 심지어는 “I am God.”하는 단계에 도달하는 것 같다. 그것은 바로?악마의 사제들이 느끼는 영적 쾌감 아닐까. 서편제 영화를 보면 호서창이란 그 음악의 한 장르를 추구하는 그런 일군의 인간의 애환이 잘 그려져 있는데, 이들도 돈이나 명예, 이런 유치한 목적이 아니라, 사기 그 자체가 목적인, 돈과 명예를 초월한 어떤 의미에서 숭고하다면 숭고한 삶을 살아가는 구도자적인 면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뭔가 사명감마저 느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여기서 유명한 금융사기를 좀 살펴보자. 우선 매도프(Bernard Lawrence Madoff)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몇년 전 무려 600억 달러의 폰지게임(Ponzi scheme, 새로 가입하는 투자자의 돈으로 이전 투자자에게 돈을 주는 방법을 써서 사람들에게 뭔가 잘 되고 있다는 인상을 계속 주면서 투자자의 수를 늘려나가는 사기)을 벌이다가 발각나서?150년 징역형을 받은 희대의 사기꾼이다. 신기한 것이 거기 당한 사람 가운데 태반이 금융전문가들이란 사실이다. 심지어 폰지게임에 당하지 않는 법, 금융사기에 당하지 않는 법 등을 대학에서 강의하는 교수도 당했다. (그 교수 이름이 공교롭게도 그린스팬이었음) 왜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이 다 당했을까.

1) 나스닥 증권거래소 회장 경력에다 전세계 유대인 사이에서 자선활동으로 가장 존경받는 사람이라는 것이 일단 사람들을 안심시켰고,

2)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수익이 전문가들이 보기에 ‘흠… 약간 매력적인데’ 할 정도로 합당한 수준이어서 너무 황당한 수익을 약속해서 초래하는 의심을 피해 갈 수 있었고,

3) 자신이 직접 투자자들에게 돈을 모은 것이 아니라 피더 펀드(feeder fund)를 통해서 돈을 모았는데, 그 피더 펀드들이 아주 명망있는 펀드들이었고 (예를 들어, 한국에서 장영자같은 사기꾼이 본격적인 사기를 치는데, 본인이 투자자를 직접 모으지 않고 삼성증권 미래에셋 같은 증권사가 펀드를 만들어서 투자자들은 그 펀드에 가입하는 형식을 취하도록 하면 투자자들은 설마 누가 삼성증권, 미래에셋을 속이겠나 싶어서 별로 조사를 하지 않게 되는 것을 노린 수법),

4) 처음부터 사기를 치는 것이 아니라 한참 정직하게 하다가 나중에 가서 사기를 치는 수법을 썼고,

5) (이건 순전히 내 추측인데) 처음에 정직하게 영업할 때 일부러 많은 사람이 매도프에 관해서 여러 당국에 신고를 하게 해서 조사를 받아놓고 이 일을 몇 번 반복하고 나면 당국은 피곤해 할 것이고, 나중에 정말로 사기를 칠 때 신고가 들어가도 당국은 심하게 조사하지 않고 신고를 해도 별 일이 없는 것을 보고 투자자들은 더욱 믿을 것이고,

6) 자신의 투자기법을 영업비밀이라고 공개하지 않는 수법을 썼고, 심지어는 투자자들도 정말 선택된 사람들에게만 특혜로 투자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해서 전반적으로 비밀이란 분위기를 조성했고,

7) 감독기관에 조카사위 등의 친인척을 박아놓았고 (물론 전혀 관계가 없다고 우기고 있지만),

8) 서류가 완벽했다는

등의 이유가 있었지 않나 싶다. 이러니 안 당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나는 8)항 때문에 사건 관련자가 아주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좌우간 단독범이라고 우기고 감옥으로 갔다. 40억 달러 사고쳐서 감옥 간 김우중 회장께서 단독범이라고 우겨도 믿지 않는데, 미국은 좋은 나라라서 그런지 매도프가 약을 여기저기 발라 놓아서 그런지 단독범으로 사건을 종결짓고 말았다.

이 사람 감옥에 가서도 누가 해칠까봐 특별경호를 할 것 같다. 어딘가 잘 숨겨놓은 수십억 달러 재산이 있는 것을 뻔히 아는데, 납치해서 고문, 약물투여 등으로 그 돈을 가로채려는 시도가 왜 없겠는가. 범죄조직이 그런 짓을 하지 않으려 한다면 범죄조직 자격이 없는 것이지. 사실 그 부인, 자손들도 조심해야 할 판이다. 참으로 이래도 한 평생, 저래도 한 평생인데 신기하게 산 인생이다.

매도프가 유대인 사회에 얼마나 큰 해악을 끼쳤냐하면, 자선단체, 대학, 빈민구제기금, 애국심 고취 기금 등 돈의 씨를 말렸고, 유대인들이라고 하면 금융사기 치는 사람이란 인상을 모든 사람의 뇌리에 심어놓았다. 유대인들 사이에서는 매도프가 히틀러보다 더 큰 해를 끼쳤다는 얘기까지 한다. 돈으로 이스라엘 건국을 도왔던 로스챠일드 집안과는 정반대의 악명이 붙게 된 것이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