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일의 시진핑시대 해법⑦] 휘발성 강한 남동생 스캔들···’비리폭로’때 시 주석 시나리오는?
[시 주석의 가족문제 (하)] 만약 시 주석 친인척 축재 문제라는 감자 솥에 불이 지펴지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시 주석과 그 가족이 직접 나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선언하는 중국으로서는 초유의 획기적인 방안부터, 내외부의 지적에 개의치 않고 부패와 부정이 없었다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모르쇠로 그냥 넘어가는 길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다.?
[아시아엔=안동일 동아시아연구가] 이제는 남동생 차례다. 시 주석의 남동생 시위안핑은 시 주석의 다른 친인척과 달리 대외활동을 극도로 자제해 왔기 때문에 알려진 사실은 많지 않다.
시위안핑은 문혁기간 고등학교 진학의 권리를 박탈당해 정상교육을 받지 못했다. 1977년에 이르러서야 인민해방군 뤄양(洛陽)외국어학원에 입학했으며 졸업 뒤 군대, 무역방면과 정부부처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그의 대외적인 직함은 국제에너지절약 및 환경보호협회 중국 회장으로 되어 있다.
그는 2013년 간쑤(甘肅)성 양당현(兩當顯)에서 열린 ‘시중쉰 탄신 100주년 좌담회’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간쑤성 당서기 등 고위인사들과 함께였다. 그때도 아무런 경력도, 뚜렷한 직함도 없는 사람이 고위인사들의 중앙에 있는 것을 놓고 사람들의 말이 많았다. 그러면서 그에 대해 하나둘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그가 외국 영주권을 갖고 있으며 저장(浙江)의 부호이자 영화배우인 자윈(賈雲)과 호형호제할 정도로 친하다는 사실도 알려지면서 이런저런 입길에 올랐다. 특히 의동생 자윈 때문인지 연예계와 관련 있는 구설수였다.
최근 그는 이례적으로 중국 제도권 언론의 각광을 받았다. 지난해 11월15일, 그가 돌연 자신의 부인을 공개하는 글을 <선전특구보>라는 신문에 기고한 것이다. 기고 명분은 부친인 쉬중신 전 부총리의 101번째 생일을 맞아 그의 부친을 기리기 위한 것이었지만 사람들 관심은 그가 공개한 부인에 쏠렸다. 그 부인이 유명가수이자 연기자인 장란란(張瀾瀾·34)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10대 중반 인민해방군 가무단에 발탁된 뒤 빼어난 미모로 군의 주요 행사에 나서다가 연예계에 진출해 가수 겸 영화배우로 이름을 날렸던 인물이다. ‘중국의 마릴린 먼로’라고도 불렸다.
중국 언론들에 따르면 장란란의 승승장구에는, 지금은 부패혐의로 처벌된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군사위원회 부주석의 후원이 절대적이었다고 한다. 이른바 스폰서였던 모양이다. 그런데 2009년 돌연 그녀가 대중 앞에서 사라졌다. 그런 장란란이 국가주석의 제수씨가 돼서 나타났으니 중국인들이 어리둥절해 하면서 관심을 쏟는 것은 당연한 일. 시위안핑은기고문에서 “장란란과 2005년 처음 만나 2008년 결혼했고 그해 아이를 낳아 장란란이 은퇴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그녀는 훌륭한 부인이고 능력 있는 며느리이자 사랑스러운 엄마”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두 사람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은 곱지 않다. 나이 차이가 24살이나 되고 시위안핑은 두번째 결혼인데다 ‘쉬차이허우 스캔들’까지 겹쳐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 군 부패의 몸통으로 불리는 쉬 전 부주석이 부패혐의로 조사받게 되자 여러 중화권 매체가 과거의 스캔들을 들추면서 장란란의 이름을 언급했다. 어떤 언론은 “쉬의 애첩인 장씨에게도 축재 추적의 칼날이 겨누어 질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물론 지금 와서 보면 억측으로 판명났지만 그때 보도는 그랬다.
시위안핑이 최근 장란란이 쉬의 애첩이 아니라 자신의 부인이라는 사실을 공개한 것도 이같은 억측을 없애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이 글은 하루도 채 안 돼 중국의 인터넷에서 사라졌다. 사람들이 장란란과 과거의 스캔들에 과도한 관심을 갖자 부작용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여겨진다.
시위안핑은 이런저런 소문이 자신의 형인 시 주석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해 그런 글을 썼는지는 모르지만 오히려 그의 해명이 형에게 더 많은 부담을 주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도 그럴 것이 형제가 모두 미녀 가수와 재혼했다는 사실은 세인의 좋은 입방아 감이 아닌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일각에서는 오히려 고위층과 연예계의 유착, 그리고 성문란과 관련된 의혹을 확인시켜준 것이라고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발달에 따라 중국 연예계 규모와 위상도 올라갔지만 아직은 성추문과 스폰서 스캔들이 난무하는 곳이 이곳이다.
시위안핑의 절친이라는 자윈이라는 인물이 문제다. 재벌급 부호인 그는 중국에서 마오쩌뚱역 전문의 스타배우로 꼽힌다. 자윈이 이사장 겸 총재를 맡고 있는 피카왕 국제지주그룹(皮?王國際控股集團)은 영화, 텔레비전, 부동산, 유통을 주요사업으로 자회사 21개, 자산 17억위안(약 3060억원) 직원 1만3천명의 재벌급 기업이다. 그 영화사의 크라운 로고는 중국영화와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매우 낯이 익다. 피카왕은 <포청천> <신곽원갑> <정무영웅> 등 뛰어난 TV드라마를 만든 회사다. 이 드라마들은 자윈을 전국적으로 유명하게 만들어 그를 ‘스타 사장’으로 불리게 했다. 실제 그는 영화 <제1군규>(第一軍規)에서 남자 주인공인 마오쩌둥역을 맡았고 지난해에도 자신이 제작한 영화에서 다시 마오로 분했고 지금도 마오의 가정사를 다룬 드라마를 제작 주연하고 있다.
하지만 마오를 누구보다 존경해 푹 빠져 있는 그는 문화산업단지 입찰과정 담합에 연루돼 지명수배되기도 했다. 또 인민대표대회 뇌물선거에 연루돼 기율위원회 조사를 받는 등 논란 속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이런저런 논란과 의혹을 별 탈 없이 넘기고 지금도 건재한 것을 보면서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이내 끄덕인다고 한다.
자윈과 시위안핑을 동시에 잘 아는 한 인사는 “두 사람이 절친하게 된 것은 시 주석이 저장성 당서기로 있을 때부터”라고 증언했다. 이때부터 시위안핑의 입성이며 장신구, 자가용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이 시기 자윈은 시중쉰 부부가 함께 살고 있던 시 주석의 관사를 자주 찾았다고 한다. 자윈은 자신이 시중쉰 부주석을 만나 마오 주석의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을 주위에 자주 자랑했고 피카왕그룹은 비약적인 상승세를 탔다. 아직 드러난 유착과 비리는 없지만 오비이락이라고 보기에는 이런저런 정황이 예사롭지 않다. 자윈은 64년생으로 젊은 나이에 성공한 축이다.
감자는 아직 뜨거워지지 않았지만
중국의 현 상황을 보면 최고권력의 친인척비리 문제라는 감자는 아직은 뜨거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조만간 불이 지펴질 공산도 있다. 시 주석과 18기 체제의 수뇌부가 중단 없는 부패척결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최근 내세운 4개전면론에서도 전면적인 개혁과 부패 일소를 다시 강조했다. 리커창 총리도 최근 폐막한 양회에서 “손톱을 자르는 정도가 아니라 팔을 끊는 수준이 돼야 한다”고 다시 다짐했다.
최근 인민일보 보도를 보면 18기 체제 들어 반(反)부패 캠페인으로 낙마한 ‘성부급’(省部級·장차관급) 고위관료가 9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은 “올해 들어 벌써 11명의 성부급 관료가 낙마했고, 양회(兩會) 이후 열흘 남짓 사이에도 6명의 ‘호랑이’가 잡혀갔다”며 “시진핑 체제의 올해 ‘호랑이 사냥’도 심상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마냥 자신은 ‘바담 풍’ 할 테니 남들에게 ‘바람 풍’ 하랄 수는 없을 것이다. 또 바람 풍 하는 사람도 언젠가는 “너는 왜 바담 풍 하냐”고 묻게 마련이다.
만약 시 주석 친인척 축재 문제라는 감자 솥에 불이 지펴지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시 주석과 그 가족이 직접 나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선언하는 중국으로서는 초유의 획기적인 방안부터, 내외부의 지적에 개의치 않고 부패와 부정이 없었다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모르쇠로 그냥 넘어가는 길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다.
어떤 시나리오가 어떻게 전개되든 친인척 문제는 시 주석의 정치력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며 중국의 정치수준과 국민의 정치의식, 민도를 확인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우리는 그 수준에 따라 그들을 대하는 방략을 세우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