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일의 시진핑시대 해법⑭] ‘뜨거운 감자’ 사드 한반도 배치, 시진핑의 선택은 과연?

<사진=AP/뉴시스>

[아시아엔=안동일 동아시아 전문가] 가뜩이나 양손에 이것저것 다 쥐고 있어 누구보다 분주한 시진핑 주석이 한반도의 사드 배치라는 ‘뜨거운 감자’를 손에 들게 됐다. 취임 이후 거칠 것 없이 쾌도난마식으로 모든 현안에 승승장구해 온 그로서는 장고를 해야 하는 수를 만난 셈이다. 하지만 아픈 곳을 찌르는 강수이기에 대응에 고심할 필요는 있겠지만 절체절명 외통수에 빠진 것도 아니고 어느 정도 예견돼 왔던 일이라 이에 대한 대응도 얼마간 준비돼 있을 것이다. 과연 그 준비는 어떤 것일까?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고 장거리 미사일로 전용될 수 있는 우주 발사체를 쏘아 올렸을 때는 원론적이며 형식적인 우려만 표명했던 중국당국이 사드 배치 발표가 있자마자 강하게 즉각 반응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몇 차례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를 천명할 때도 시 주석은 꿈쩍하지 않았었다.

시 주석이 직접 나서서 어떤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중국 외교부와 군부의 우려 섞인 경고성 엄포들이 연이어 나오며 2월16일 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발행하는 주간지 <환구시보>가 구체적인 대응조치 즉 일종의 보복 방안을 전문가의 분석기사를 내보냈다. <환구시보>는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되는 것은 중국 안보에 큰 위협이며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드배치는 한반도가 美中의 바둑판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나름 설득력 있는 분석을 제시했다. 이 잡지는 특히 “이 경우 동북지역에 중국군 전력이 대폭 강화되면서 역내 긴장감이 극대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잡지는 “과거 유럽의 미국 MD 배치가 국제적 긴장을 고조시켜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며 “우리(중국)가 발목까지 빠진다면 상대(韓美)는 목까지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환구시보>의 경고는 군사적 측면에서의 중국의 대응책 일면을 보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드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를 걱정하는 쪽이 심각한 무역 편중현상을 들어 경제보복에 크게 신경을 쓰고 있는 것과는 양상이 다르다.

이 와중에 열린 한중 외교안보 실무대담을 위한 접촉에서도 당초의 의제였던 북핵문제는 완전히 뒷전으로 밀리고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강력한 우려가 대두됐다. 우리 측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 중국의 북핵문제에 대한 미온적인 태도 때문에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을 뿐”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 주석은 아직도 한국쪽의 움직임과 최종 결정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아직은 공이 한국쪽에 있다는 얘기다. 한국의 결론에 따라 군사적 대응이든 경제보복이든 구체적인 대응책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군사적 대응도 그렇고 작금의 경제 상황에서 한국과 경제관계의 단절, 혹은 징벌적 축소는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어렵사리 체결한 FTA 때문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현 단계에서의 사드 배치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쪽이다. 북한 핵에 대한 방어의 의미나 효과 보다 패권 경쟁에 나선 미국의 중국, 그리고 러시아 대응용이라는 성격이 짙어 이들 두 나라를 자극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어차피 사드라는 초강수 카드는 이미 판에 등장했다. 이제야말로 한국이, 좁혀 말하면 박 대통령이 외교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차례다. 필자는 이 사드 카드로 중국을 흔들어 받아낼 수 있는 것은 다 받아낸 다음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없던 일로 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은 출구가 아닌가 한다. 이 경우 미국을 달랠 수 있는 카드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만약 사드배치에 관한 한미의 공조와 약속이 이른바 ‘불가역적’이라면 미국으로부터도 받아낼 것을 최대로 받아내고 중국에게는 어쩔 수 없는 우리의 사정을 충분히 일러 납득시켜야 한다. 설혹 납득을 못 시키더라도 보복은 당하지 말아야 한다. 사드가 북핵에 별 효과가 없다는 논리를 그대로 적용해 미국으로 향하는 중국 미사일에도 상관없다는 점을 강하게 부각할 필요가 있다.

시진핑 주석이야말로 이번 사드 문제를 기화로 우리의 역량을 시험하고 저울질하고 있을 것이다. 외교력뿐 아니라 총체적인 우리의 국력을 가늠해보고 있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의 대응이 이와 상관돼 있기 때문이다.

그의 후덕한 외모와 언변 때문에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그는 모택동을 흠모하고 등소평을 존경하면서 중국의 이익, 중국의 영광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이른바 철저한 중국공산당 당원이다. 그가 6자회담의 의장국 수반이라고 해서 북핵문제에 대해 우리와 같은 입장을 견지하며 우리 편을 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도 순진한 발상일 뿐이다.

최근 시 주석은 과거 인민공사 시절 문제 투성이었다고 해서 사라져버린 자아비판의 무대 ‘민주생활회’(우리식 반상회, 북한의 총화회의)를 부활시켜 전국적으로 시행하게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북핵문제는 증국으로서는 꽃놀이패다. 북한의 핵무장은 중국으로서는 크게 손해나는 위험한 일이 아니다. 동아시아에서의 군비경쟁과 핵 확산을 우려한다는 것은 수사일 뿐이다. 자신도 버거워하는 G2상대국의 약을 바짝 올리곤 하는 터에 말이다. 오죽하면 북핵의 기술을 중국이 전수했고 또 개발을 암암리에 후원하고 있다는 추측이 그럴 듯하게 보도되겠는가.

시진핑의 중국을 멀리 해서도 안 되지만 믿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 이번 북핵사태로 다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촉발된 사드 문제를 다루는 시 주석의 태도에 따라 그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도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드배치 문제는 이래저래 한중 관계의 전환점 혹은 변곡점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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